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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불정면 흙살림토종연구소에서 점심을 먹다.

  
 음성군 음애동
 음성군 음애동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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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이자(李耔)의 유배길을 따라 음성군 소이면 비산리 음애동에서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팔봉마을까지 걸었다. 이자는 기묘명현으로 1519년 기묘사화로 삭탈관직되어 선대고향인 용인시 기곡면으로 유배를 떠난다. 그리고 이듬해인 1520년 음성군 음애동으로 유배지가 옮겨진다. 이자는 이곳에서 9년을 산 후 1529년 충주시 토계리로 이배(移配)된다. 그리고 4년이 지난 1533년 세상을 떠난다.

충주의 유림에서는 이자의 정치와 학문을 기리고자 그를 추모하는 서원건립을 추진한다. 1583년 기묘명현인 이자와 이연경을 기리는 계탄서원(溪灘書院)이 팔봉에 세워졌고, 1612년 김세필(金世弼)과 노수신(盧守愼)이 추가 배향된다. 1672년에는 계탄서원이 국가로부터 사액을 받아 팔봉서원(八峯書院)이 된다. 팔봉서원은 1871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된다. 그리고 1998년 충주유림의 노력으로 팔봉서원이 재건된다.
 
 <팔봉서원과 기묘명현 알리기>
 <팔봉서원과 기묘명현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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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팔봉서원에서는 문화재청에서 주최하는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사업을 중심고을연구원이 3년째 주관하고 있다. 2020년 사업명은 '팔봉서원과 기묘명현 알리기'다. 세부사업으로 '배향인물 자취찾기'가 있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이자의 유배지 걷기'다.

이자의 유배지가 음애동으로 옮겨진 지 꼭 500년 되는 2020년, 그의 자취를 따라 걷는 답사가 진행된 것이다. 음애동에서 팔봉마을까지 거리는 23㎞로, 점심시간 포함해 7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에 괴산군 불정면 삼방리에 있는 흙살림연구소에서 점심을 먹고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농장 일부가 예술작품 전시공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농업과 예술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예술농장은 의미 있고 또 가치 있다.
 
농사, 예술에 물들다 
 
 예술농장
 예술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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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은 농업과 과학의 만남을 위해 1991년 출발했다. 출발 25년이 되는 2016년 농업과 예술의 만남을 시도했다. 그것이 <농사, 예술에 물들다> 프로젝트다. 농장에서 예술을 보여주는 퍼포먼스(Performance)고, 그 결과가 예술농장으로 남게 된 것이다. 문화적 예술이 농장의 경관과 공존하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져준다. 땅이 토대고 인간이 중심이며, 자연과 환경이 우리의 미래다.

농장은 삼방천의 이쪽과 저쪽에 분포해 있다. 하천 서쪽으로 흙살림토종연구소 건물과 비닐하우스가 있다. 하천 동쪽 경사면으로는 밭이 있다. 예술작품은 하천의 이쪽과 저쪽에 놓여 있다. 이들 작품은 민중미술가 임옥상, 김종구, 고혜숙이 기증한 것이다. 예술농장을 소개하는 표지판이 연구소 정원에 서 있다. 그곳에 보면 예술은 자연의 생명력을 내화(內化)한다.
 
 고혜숙의 "바람-희망"
 고혜숙의 "바람-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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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을 바꾸어 문명을 일으켰다. 그 출발점은 땅을 갈고 씨앗을 심어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 농사는 인간의 상상력과 근육활동, 흙과 물, 바람과 태양이 서로 호응하여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행위예술이다. 농작물은 자연과 함께 빚어낸 농민의 자아실현이다. 이제 석유문명과 기계의 힘으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올라갔지만, 우리의 농업, 농민, 농촌은 그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흙의 생명이야말로 모든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기초다. 이에 농사가 예술로 물들고, 또 예술이 자연의 생명력을 내화하고자 농사예술 축제의 터를 닦는다."
 
하천의 서쪽 씨알누리 정자 옆에 고혜숙의 작품 두 점이 있다. 돌로 만든 '파도와 바람과 흔적'과 황동으로 만든 '풍요'다. 하늘, 바람, 바다, 햇빛과 함께 어우러지는 돌을 표현했다. 여기서 돌은 인간이고, 파도와 바람은 환경이다. '풍요'는 벌거벗은 여인의 누드다. 여인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생명 탄생의 원동력이다. 개울 건너 밭두렁에는 '바램-희망'이 있다. 몸을 일으킨 여인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바램과 소망이 느껴진다.
 
 임옥상의 "흙의 가족"(왼쪽)과 김종구의 "흙의 여인"(오른쪽)
 임옥상의 "흙의 가족"(왼쪽)과 김종구의 "흙의 여인"(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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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건너에는 임옥상의 작품 두 점과 김종구의 작품 한 점이 있다. 임옥상은 '흙의 얼굴'과 '흙의 가족'을, 김종구는 '그 사람-흙의 여인'을 자연 속에 설치했다. '흙의 얼굴'은 흙더미에 불과하다. 그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풀이 자라고 있다. 자연은 그렇게 계절에 따라 순환을 되풀이한다. '흙의 가족'은 스테인리스를 이용해 가족구성원 세 명을 표현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식으로 오뚝이 형상이다. "땅이 살아나고 사람이 살아나는 농사를 통해 역사와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게 만든다."는 근사한 설명이 붙어 있다.

김종구의 작품 '흙의 여인'은 작은 바위 위에 서 있다. 쇠를 주물 속에 넣어 여인을 만든 다음 표면가공을 한 것 같다. 중성성을 보여주는 여인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다. 당당한 모습으로 자연에 대해 도전하는 여인을 암시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토대 어머니, 식물의 토대 흙을 상징하는 여성성이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술은 조화와 아름다움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토종연구소 이야기
 
 배추와 무꽃
 배추와 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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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는 예술작품은 흙살림을 풍요롭게 한다. 그것은 흙과 농장에 스토리텔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농장에는 두릅이 자라고 표고버섯이 재배되고 배추와 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배추와 무꽃에서는 향기가 진동한다. 꽃을 찾아 벌들이 윙윙거린다. 이제 복숭아꽃은 끝물이고 사과꽃과 배꽃도 절정을 지나고 있다. 산자락에는 철쭉꽃이 보인다. 오월이 되면 사방에 아카시아꽃이 필 것이다. 흙살림연구소의 4월 하순은 여유롭기만 하다.

흙살림토종연구소는 강승희 사무국장과 임진수 박사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토종종자 보전과 종 다양성 확대를 위해 2005년부터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건물은 2010년 준공했다. 연구소는 민간차원에서 토종종자를 수집하고 보전하며 이를 유기농업에 적용하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토종연구소는 1,500여 가지 토종식물과 300여 가지 토종벼 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토종종자를 수집하고 보급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흙살림토종연구소
 흙살림토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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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종자의 수집, 연구, 보급은 외부 의존적이고 단순해지는 농업환경에서의 종다양성 증대를 위해 매우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토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유기농업과 접목하여 토양과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문화를 지키는 토대가 되게 하고자 한다. 토종 종자에 관련된 과학적인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 유기농을 하는 농장 내에 자원의 순환과 자급체계를 구축하는데 토종종자가 큰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토종연구소는 2016년 <괴산군 작물 토종자원 도감>도 발간했다. 연구소는 친환경 농업교육과 친환경 농자재 생산도 하고 있다. 연구소 주소는 괴산군 불정면 쇠실로 286-138 (삼방리 186-1)이다. 행정구역은 괴산군 불정면이지만 생활권은 충주시 대소원면이다. 쇠실로를 통해 10분이면 대소원에 갈 수 있고, 외령로를 통해 20분이면 충주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흙살림연구소는 불정면 앵천리에 본소가 있고, 청주시 오창읍과 내수면에 두 개의 지소(Center)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기묘명현 이자의 유배지 걷기] 행사에는 중심고을연구원 회원 16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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