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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의사 A씨는 아프다. 그는 왜 아플까? 대다수 사람은 그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A씨는 사는 게 재미없다.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할 뿐이다. 오늘도 A씨는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심한 갈증 때문에 물 한 컵을 다 마셨다.

하얀 물, 그 물이 갑자기 속삭였다.

"바보야! 왜 요즘 힘들게 사니? 어린 시절을 생각해봐."

갑자기 컵 속에 남은 물방울들이 흑백 영상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너는 착한 아이였지. 기억나니. 너는 정말 타인의 시선보다는 너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했잖아. 너는 정말 기준(基準)이나 정답(正答)보다는 맥락(脈絡)이나 오답(誤答)을 좋아했잖아. 늘 호기심 천국이었지."

어린 시절, A군 분명 남다른 아이였다. 문제는 그때부터 기준이나 정답보다는 맥락이나 오답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이다.

A군은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일 때면 친구랑 놀 생각에 새벽부터 마을 언덕길을 얼음길로 만들곤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자 얼음 놀이터를 완성하는데 지극 정성이었다. 마침내 눈길은 대머리 아저씨의 머리처럼 반들반들 얼음길로 변했고, 두 발만 그곳에 올려놓으면 몸은 쏜살같이 아래쪽으로 질주를 했다. 심장이 쿵쿵쿵 요동쳤으며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야호를 연발하며 썰매 타기에 푹 빠졌을 때, 동네 할아버지께서 길 한복판으로 걸어오고 계셨다. 아뿔싸, 할아버지께서 빙판길에서 넘어지셨다.

"아이고, 허리야. 이놈이 사람 잡네."

A군은 넘어진 할아버지를 뒤로한 채 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A군은 부모님께 혼이 났다. 아니 호되게 당했다. 그 후로 동네 사람들은 A군을 천방지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A군은 그 이후에도 그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초여름이었다. 저녁부터 내린 비는 아침에야 가랑비로 변했다. 세상은 온통 물바다였다. A군은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가랑비가 얼굴을 때렸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학교에 가던 A군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분명 도로 옆 도랑 쪽이었다. 수많은 물고기가 물살을 따라 저수지로 내려가고 있었다. 물고기를 본 A군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책가방을 팽개치고 도랑 안으로 뛰어들었다.

붕어, 매기 심지어 가물치까지 도랑 곳곳에서 야단법석이었다. 물고기는 A군을 피해 달음박질을 쳤지만, 호기심 천국인 A군은 그냥 두지 않았다. A군은 삽시간에 맨손으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옷은 엉망이 되었지만 기분만은 최고였다.

물고기를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왠지 작은 영웅이 된 것 같았다. 철없는 A군은 가방 속의 책과 노트를 꺼내고 그 속에 물고기를 가득 담아 집으로 향했다.

A군은 어찌 되었을까? A군은 당연히 부모님께 혼쭐이 났다. 아니 삶의 오답이 정답에 훈계를 들었으며 삶의 기준이 맥락을 야단쳤다. 그 후로 부모님은 A군을 못난 놈이라고 불렀지만, 그와 유사한 일은 반복되었다.

A씨는 어린 시절의 일들을 회상하며 잠시 행복 여행을 떠났지만,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물방울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지금 무엇이 당신을 힘들게 하죠? 정말 어린 시절이 즐거웠나요?"

A씨는 담담하게 말을 했다.

"내가 원해서 선택했던 직업이 아니었어. 부모님의 강요로 의사 직업을 택한 거야. 돈은 많이 벌지만 정말 흥미가 없고 피로만 쌓여. 억지 일을 하기 때문일 거야."

A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삶은 역시 쉽지가 않아. 많은 사람은 여전히 정답과 오답이 있다고 생각을 해. 지금도 정답과 오답 그리고 기준과 맥락 사이에서 서성일 수밖에 없어."

추신 - 설령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오답일지라도 그 일이 가슴을 뛰게 하면 그 일을 하세요. 어린 시절이 행복했던 이유는 본능에 충실했기 때문이지요. 특히 어린 시절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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