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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동안 휴업을 마치고 지난주부터 책방 영업을 재개했다. 다행히 한때 하루 900명이 넘던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도 이제 한 자릿수로 줄었다.

[이전 기사 : 대구 시장님, 총선 후 지원이라뇨... 당장 가게를 못 열고 있는데요]

율마, 고무나무, 크루시아 화분을 밖에 내놓고 가게를 소독했다. 마스크를 써도 알코올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매일 영업하는 소상공인들은 일주일에 마스크를 3개씩 구매해도 모자라니 따로 여분을 사야 할 것 같다.

건물 3층에 거주하는 건물 주인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며 손님이 좀 드는지 물었다.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시·소설 말고 무협지나 만화를 들여놔야 장사가 되지" 하고 혀를 찬다.

그래도 전혀 밉상스럽지 않은 것이, 대구에서 4월 20일 '소상공인 생존자금'이 지급되기 전 내가 받은 유일한 혜택은 '착한 임대인'의 20% 월세 감면이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경제학의 기본 전제에서 벗어나 합리적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효용의 극대화를 포기했다.

사실 소상공인에게 가장 큰 부담은 월세다. 뒤늦게나마 지원해주는 '소상공인 생존자금' 백만 원도 월세 내는 데 써야지, 하고 대구시 홈페이지를 보니 '재료비, 홍보·마케팅비, 용역인건비, 공과금·관리비'로 사용처가 한정돼 있었다.

다시 말해 '생존자금'으로 당장 급한 월세는 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임대인에게 월세 감면의 부담을 지우지 말고 생존자금으로 소상공인들이 월세를 내도록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듯하다. 

대구시에서 안내하는 대로 재개장을 하며 '홍보·마케팅비'를 지출하거나 청소용역과 전단지 홍보로 '용역인건비'를 지출하는 소상공인은 생존이 절실하지 않은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나아졌지만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다

대구시는 4월 10일부터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했다. 아직 책방에 선불카드나 상품권을 들고 오는 사람은 없다. 사실 골목 상권 전체에 손님 수가 현저히 줄었다. 책방 맞은편 찜닭집은 점심시간에 네댓 명 앉아 있는 정도고, 북적거리던 국수가게도 텅 빈 지 오래다.
 
 재래시장에 인접한 책방 골목은 아직 휑하다.
 재래시장에 인접한 책방 골목은 아직 휑하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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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뉴스를 보니 동성로 번화가에는 행인이 부쩍 늘었다는데 작은 재래시장에 인접한 책방 골목은 휑하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이전 책방 안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행인들도 더는 관심이 없는 눈치다.

아마 대구시 중위소득 이하에 속해 긴급자금을 받은 분들은 당장 생필품 구매가 급하실 테고, 중위소득 이상에 속하지만 재난으로 똑같이 힘들어진 분들은 문화생활에 지출할 여유자금이 없거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게 아닌가 싶다.
 
[대구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정보 http://www.daegu.go.kr/cmsh/daegu.go.kr/dgcontent/support.html]


정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데 조속한 실행을 기대해 본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은 경제학적으로 전례 없는 재난이며,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 사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국 정부가 앞다투어 시행하는 경제정책은 '경기부양 패키지'가 아니라 '재난구호기금'에 가깝다.

정부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대응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정상적인 삶에 근접한 건 매우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일시적으로 멈춰버린 서민 경제와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나눠준 카드를 들고 와 재래시장에서 장 본 뒤 책방에 들러 커피 한 잔에 책 이야기를 곁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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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구호 일을 하다가 지금은 글 쓰고 책방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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