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치어: 승리를 위하여>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치어: 승리를 위하여> 포스터. ⓒ 넷플릭스

 
치어리더, 굳이 국어사전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대략 '운동 경기에서,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며 팀을 응원하고 관중의 응원을 독려하는 사람' 정도의 포지션이겠다. 머리가 길고 예쁘고 날씬하고 키가 큰 여자가, 으레 치어리더를 생각할 때 연상되는 모습이다. 그들 중 몇몇은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지만, 결국 그들은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일 뿐이다.

영화 <브링 잇 온>을 필두로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여러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에서 비치는 치어리더의 모습 또한 비슷하다. 치어리더가 주인공인 것과 별개로, 인기를 얻기 위해 또는 출중한 외모를 뽐내기 위해 치어리더를 한다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치어리더가 되어선 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선수와 팀이 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치어: 승리를 위하여>(이하, '치어')는 위와 같은 치어리더를 향한 '기본' 발상을 완전히 뒤집는다. 서커스에 비견될 만한 묘기를 선보이는 고강도 스포츠이자, 누군가를 응원해야 한다는 마인드는 부수적이고 피나는 연습과 체계적인 노력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하고 그 안에서 개개인의 인생을 증명하는 게 목적이다. 이들의 치어리딩을 보고 있노라면(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에서) 지금까지 봐 왔던 치어리딩은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미국 최고 치어리딩 팀에 모여 드는 말썽꾼

미국 텍사스주 코시캐나에 있는 2년제 나바로 대학, 별 볼 일 없는 지역의 별 볼 일 없을 대학에 전국적인 관심이 몰리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치어리딩 때문이다. 경영학도 출신의 수재 모니카 앨다마가 수석 코치로 부임한 후 나바로 대학 치어리딩 팀은 전국 최강으로 우뚝 섰다. 전국 대학 대회를 13번이나 재패했다. 이곳에 전국 각지에서 재능 있는 이들이 몰렸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말썽꾼이었는데, 인생을 바꿔보고자 했다. 

정작 매트에 서서 대회에 참가할 이는 40명 중 20명, 학업을 병행하며 고강도의 액션 기술을 익혀야 한다. 순서를 익히고, 직간접적 파트너와 합을 익혀야 한다. 날라다니는(?) 힘을 길러야 하고,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한다. 최강의 팀 답게 절대 실수 하나라도 해선 안 되고,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스포츠 종목으로 뽑힐 만큼 고난도이지만 부상을 입어선 안 된다.

취미로 하는 동아리 활동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도 크나큰 오산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인생을 걸고 자신을 바꿀 기회를 얻고자 한다. 우승이라는 확고부동한 목표를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가 하면 육체적으로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미친 짓이라고 할 만한 행위를 하고자 한다. 이것은 정신적인 것으로 이어질 텐데, 자신을 들여다보고 바꾸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이다.

치어리딩을 하는 이들, 해야 하는 이유

<치어>는 겉모양은 획기적이거나 매우 진부하다. 우승을 향해 맹목적으로 나아가는 팀의 피, 땀, 눈물을 그렸으니 말이다. 몇 년 아닌 족히 몇십 년은 된 느낌이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치어리딩이라는 오래도록 잘못 알고 있는 스포츠를 다시 보게 되는 한편, 결국 중요한 건 치어리딩이 아니라 치어리딩을 하는 이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작품은 나바로 대학 치어리딩 팀의 주요 멤버들 개개인을 들여다 보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전한다. 에이스 개비는 치어리딩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셀레브리티이기도 한대, 직접 고안한 '개비니들'이라는 포즈까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엄청난 중압감과 압박에 시달린다. 가족은 그녀의 유명세를 이용해 사업도 하기에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과한 관심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팀에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는 독보적 에이스로 부상 없이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조마조마하다. 

랙시는 좋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출중한 실력으로 수석 코치의 신임을 받지만 가끔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친구들과도 가깝게 지내지 않아 정신을 바로 잡기 힘들 때가 있다.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라다리우스는 남자로선 드물게 비주얼 치어리딩도 가능한 전천후 실력자이다. 하지만 팀원들이 실수하거나 마음을 다잡지 못할 땐 비난하고 질책하여 분위기를 흐리곤 한다. 팀 스포츠인 치어리딩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수석 코치로선 안타까울 뿐이다. 그에겐 안타까운 어린 시절의 사연도 있다. 

모건은 수석 코치가 직접 잠재력을 보고 데려왔다. 기술적으론 여전히 부족하지만 엄청난 열정으로 팀에 보탬이 되려 한다. 부모한테 버려져 힘들게 살다가 조부모님의 손에서 키워진 아픈 사연의 주인공이지만, 언제나 해맑다. 가장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모건,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제리는 라다리우스의 경쟁 상대이자 룸메이트이다. 팀 최고의 응원단장 격이자 분위기메이커이지만 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 역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데, 전혀 내색하지 않는 마음이 아름답다. 

전국 대회 우승과 인생 들여다보기

하나같이 말 못할 사연을 안고 인생 최고의 순간을 얻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물론, 40명 중 주요하게 소개된 이는 채 10명이 되지 않기에 나머지 30여 명은 특별한 게 없을지 모른다. 모두가 다 인생을 바꾸고자 나바로 대학 치어리딩 팀에 합류한 게 아닐지 모른다. 아니,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는 반증이겠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미국 현지에선, 작품도 작품이지만 주인공들이 큰 화제가 됐다고 한다. 유명 토크쇼, 패션 위크와 영화제 등에 초청되어 1급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후문이다. 특출난 외모뿐만 아니라,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고강도 기술과 누구나 눈물짓게 만드는 사연이 함께 조화를 이룬 결과라 하겠다. 한국에서는 치어리딩과 치어리더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 주기만 해도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수석 코치 모니카 앨다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야말로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만한데, 나바로 대학은 2년제이기 때문에 매년마다 크게 물갈이가 된다. 모든 면에서 팀의 우승에 맞혀진 선배는 떠나고,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 들어온다. 그들과 함께 또다시 피, 땀, 눈물을 흘리며 전국 대회 우승을 준비하는 것이다. 

와중에 그녀의 신념이 빛난다. 팀원들을 한 가족처럼 생각하고 일일이 가정사까지 챙긴다. 우승이라는 목표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재정립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대학을 졸업해서도 방황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다. 가시적 목표는 전국 대회 우승이겠지만, 실질적 목표는 인생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어야 한다. <치어: 승리를 위하여>는 다른 누군가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라, 나를 위한 응원의 찬가이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치어: 승리를 위하여 데이토나 우승 치어리딩 인생 피땀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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