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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더운 날, 사람들이 고작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 길게 장사진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당신은 아마 믿지 않을 것이다. 제 아무리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라 하여도 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서 개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휴대폰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광경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때는 바로 2010년, 아이폰 4가 출시를 맞이하는 열성팬들이 있었다.

2010년은 현대인 삶이 새로운 챕터를 연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 4와 함께 경쟁작 갤럭시 S가 세상에 등장하였고 경쟁의 결과 현재의 아이폰 11, 갤럭시 S20이라는 걸작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편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 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직접 아이폰을 발표한 해가 2010년이기 때문에 애플 마니아들에게 2010년은 가슴 아픈 해이기도 하다. 다만 사람들은 이정도만 알 뿐이지, 잡스가 죽기 전까지 무엇을 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잡스는 임종을 앞두고도 사유하였고 회사 일에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보급판으로 재출간한 '스티브 잡스'
 보급판으로 재출간한 "스티브 잡스"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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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아이작슨이 지은 <스티브 잡스>는 그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단순히 잡스의 주관적 기억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하여 완성된 책이다. 이러한 책 구성이 있기 때문에 책이 더욱 흥미로워진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잡스와 그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상이하게 인식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예컨대 그가 친딸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리사 브래넌에 대해 당시 잡스와 주변 사람들의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중장년이 된 잡스가 어떻게 회고하는지를 읽는 대목에서 독자에게 상당한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시중에는 스티브 잡스를 프리젠테이션의 대가라 칭송하며 잡스만의 프리젠테이션 비법을 다룬 책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책들은 그가 프리젠테이션에서 드러낸 외적인 기술을 다루곤 한다. 예컨대 슬라이드는 깔끔해야 한다, 청중과 호흡해야 한다와 같은 내용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잡스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는 거다.

<스티브 잡스>는 완벽함에 대한 잡스의 집착을 여러 일화를 통해 드러낸다. 잡스는 양아버지로부터 훌륭한 목수는 사람들이 보지 않는 장롱 뒤에도 좋은 목재를 사용한다고 배웠다. 그 영향 때문인지 잡스는 제품 안에 들어가는 나사에 색칠하기도 했다.

또 명함에 들어가는 자신의 이름 Steve.P.Jobs에서 P와 Jobs 사이, 마침표가 어디에 위치해야 할지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지났쳤을 것을, 그는 마침표가 바닥에 위치할지 혹은 P의 머리 부분 바로 아래에 위치할지 고민하는데 상당 시간 쏟은 것이다.

한편 프리젠테이션과 관련해서는, 그가 자신이 등장하는 타이밍에 조명을 켜달라고 요청한 일화가 있다. 언뜻 들으면 단순하다. 하지만 잡스는 자신만의 타이밍이 있던 것이다. 어쩌면 1~2초, 아니 0.1초에 불과했을 수도 있는 차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잡스는 직원의 대략적인 감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조명이 켜질 때까지 리허설을 계속해서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프리젠테이션을 발표장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배우 겸 감독으로 무대를 꾸민 것이다. 그의 이러한 성격이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을 완성한 것이다.

잡스가 세상에 직접 아이폰을 들고 나온 지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잡스는 스마트폰은 3.5인치면 충분하다 했지만 지금 애플에서 우리는 무려 6.1인치 스마트폰을 찾아 볼 수 있다. 만약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의 아이폰은 어떤 모양인지가 궁금하다.

또한 자신이 만든 회사 애플에서 쫒겨난 후 경영으로 다시 복귀하자마자 착수한 일은 20여 가지에 달하던 맥 라인업을 1998년 기점으로 4개 군으로 줄인 것이다. 지금 애플을 보면 아이폰 11만 하더라도 아이폰 11, 아이폰 11 프로, 아이폰 11 프로 맥스로 3가지가 있다. 아이패드도 아이패드,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에어로 4가지 종류가 있다. 이 점에 대해 잡스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는 것 역시 재밌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스티브 잡스를 수식하는 단어다. 맥을 출시하여 퍼스널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으며 아이튠스를 통해 불법 음악이 판치던 음악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아이폰의 출시로 스마트 시대를 개척하였고 아이패드로 태블릿의 새로운 정의를 하였다. 그가 혁신에 혁신을 이루기까지 무엇을 생각하였고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관찰하는데는 <스티브 잡스>가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줄 거다. 920쪽 분량으로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절판되었으나, 최근 가독성과 휴대성을 높여 보급판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되었다.

스티브 잡스 (보급판)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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