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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낭성초등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입학식'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낭성초등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입학식"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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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모든 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 지 일주일 지났다. 개학 초기 접속이 원활하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이제 기술적인 문제는 얼추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고3과 중3이 개학한 때가 지난 9일이니, 불과 보름 만에 전국적으로 원격수업이 정착된 셈이다. 과연 IT 강국답다.

코로나19 확산의 진정세가 뚜렷해 머지않아 학교 교문이 열리게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등교 개학에 대비해 매뉴얼을 갖추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섣부르긴 해도 온라인 개학처럼 학년별 등교 시기를 달리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느닷없는 온라인 개학은 수업에 대한 교사의 기술적 역량을 요구했고 열정을 일깨워주었다. 정년퇴임을 불과 몇 년 남겨두지 않은 원로교사조차 태블릿 피시 등을 이용해 강의 녹화 방법을 배우느라 분주하다. 교육적 차원에서 대면 수업에 비할 바는 아닐 테지만, 보완재로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될 게 분명하다.

공문 처리를 제외하면, 지난 보름간 EBS 온라인 클래스에 강의 영상과 학습지 등을 탑재한 뒤, 이따금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피드백을 받는 게 일이었다. 접속 여부와 백분율로 나타나는 진도로 출결은 확인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듣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강의 분량이 많은데다 과제도 만만치 않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있어야 해요. 그래선지 눈이 침침할 때가 많아요."

전화를 받은 아이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하소연했다. 언뜻 생각하면 평소 수업할 때의 분량보다 턱없이 적을 것 같지만, 그들이 느끼는 부담은 도리어 더 크다는 거다. 강의 방식과 과제가 교사별로 제각각이어서 과목별, 요일별 분량의 차이가 들쭉날쭉하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스스로 일과표를 작성하고 어떻게든 진도를 따라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출석 확인에 대비해 듣는 시늉만 하는 경우도 있다. 불쑥 강의의 핵심 내용을 물어보면 주저하며 대답을 얼버무리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한 아이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일곱 과목을 동시에 수강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며 실토하기도 했다.

아직도 겨울방학 같다고 고백하는 아이들

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수업의 부작용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애초 수업용 기기의 보급과 접속 환경 등의 해결은 시급한 전제였을지언정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던 성싶다. 대면 수업에 비해 학습 효과가 낮을 거라는 우려는 많았지만, 정작 그보다 심각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등교 개학 직후 치러질 지필고사 성적의 격차가 엄청날 거라는 점이다. 도농 간의 지역 격차도 분명 있겠지만, 가정형편에 따른 아이들 간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할 거라는 이야기다. 동료 교사들은 원격수업이 계속될수록 중위권 학생들이 죄다 사라지고 성적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거라고 단언했다.

사실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가 확실한 상위권 학생들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기부여가 안 된 다수의 아이들은 자율성과 자제력이 요구되는 원격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통화를 해보면, 아직도 겨울방학 같다고 고백하는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

부모가 맞벌이거나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 자영업자인 경우, 아이들은 대개 '방치'되는 모습이다. 다 큰 고등학생에게 썩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지만, 담임교사의 원격 조회를 알람 신호처럼 여기며 생활한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오전 9시가 되어서야 일어난다는 것이다.

조만간 등교 개학이 결정되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게 가장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직장인 부모 중에 자녀의 아침 시간을 챙겨야 한다며, 한두 시간의 돌봄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공무원이 아닌 일반 기업에서는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심각한 위기 상황, 지원은 부족하고 느리기만
 
 코로나19 여파로 고교생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집에서 자율적으로 치러지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교를 찾아온 학생에게 문제지를 배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고교생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집에서 자율적으로 치러지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교를 찾아온 학생에게 문제지를 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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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와의 상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느닷없이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며 학비 지원과 장학금 지급 등에 관해 물어왔다. 작년 내가 장학금 업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알고 부러 전화를 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자녀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 건강한지, 원격수업은 잘 듣고 있는지 물을 틈조차 주지 않고 다짜고짜 경제적 지원 이야기부터 꺼냈다. 마치 자녀의 학업에 대한 고민은 사치라는 듯 다급한 목소리였다.

올해 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려주면서 그분과의 짧은 대화는 끝났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걸 실감하는 계기였다. 직격탄을 맞은 영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바로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학부모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원격수업에 '방치'된 아이들의 학부모일 가능성이 크다.

무릇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교사로서, 질 좋은 강의 영상을 탑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마당에 원격수업에 천착하는 게 오히려 한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적 지원은 높은 사람들이 고민할 테니, 우리는 강의나 열심히 준비하자는 말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로서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에게 돈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의 하소연에 마치 내가 죄인이라도 되는 양 송구하고 민망하게 여겨졌다. 깜냥은 안 돼도, 어떻게든 그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불쑥 일었다.

오지랖 넓은 그 의무감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자문해봤다. 교사라는 직업에서 답을 찾았다. 이번 같은 경제적 위기 상황을 맞을 때마다 가장 각광받는 직업이 늘 교사였다. 교직은 경기를 타지 않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점에서 불황의 시기일수록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다짜고짜 월급을 떼서 그들에게 건넬 수 없다 해도, 심각한 위기의 상황이니만큼 눈 크게 뜨고 보면 어디선가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세계가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 아닌가. 교육 예산 중에 불요불급한 항목을 줄이거나 없애면 그들에게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울산광역시와 울산시교육청에서는 관내의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만 원의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 얼마 전에는 전라남도교육청에서 각 가정에 농산물꾸러미를 보내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학교 급식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가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다른 지역에서도 백화제방식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은 부족하고 느리기만 하다. 누구 말마따나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데도, 관행에 익숙해진 관료 조직은 여전히 책임 회피에 연연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무슨 이야기를 건네도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규정상 힘들다는 것.

교육에도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다

지난 24일, 광주시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희망교실' 사업비를 생계 위협에 직면한 가정을 직접 지원하는 데 활용하자는 건의를 했다. 참고로, '희망교실'이란 저소득층과 요보호자 등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담임교사가 수시 상담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광주시교육청의 특색 사업이다. 수년간 실시해오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희망교실'이 미증유의 경제 위기에 직면한 현실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보긴 힘들다. 대개 교사들은 그 돈으로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한다. 그들과 격의 없이 상담하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그들의 부모가 생계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돈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아이의 부모를 돕는 데 사용하면 안 되느냐고. 물론, 돌아오는 답변은 예상대로였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규정에 위배된다고 잘라 말했다. 어쨌든 아이들과 상담하는 용도로만 써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러 따지듯 반문했다. 아이들과 식사하고, 영화 보고, 경기 관람 하겠다면 교사들이 자기 용돈을 써도 되지 않느냐고. 또, 수십 명과 수십 번 만나 먹고 마시고 볼 게 아니라면, 마음의 문제이지 돈의 문제가 아닐 거라고도 했다. 사실 '희망교실'을 교사가 착복하는 경우는 없지만, 별 의미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굳이 자기 돈을 써가며 아이들과 학교 밖에 나가 상담하려는 교사가 있을까요?"

교육청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니 억지로라도 상담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듣는 순간 화가 났다. 상담, 곧 생활지도가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일진대, 학교에 교육자의 자질이 부족한 교사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교육청으로부터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 해도, 생계 위협에 직면한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결국 우리 학부모들일 텐데, 적어도 올해만이라도 상담 비용은 교사가 대고, 책정된 '희망교실' 예산은 그들을 직접 지원하는 데 사용하자고 간청했다. 검토해보겠다는 말 정도는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듣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예산의 전용이 쉽지 않다는 거야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서도 계속 규정만 되뇐다면 해법 찾기는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선 '희망교실'뿐만 아니라,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학생 1인당 10여만 원씩 지원하는 수학여행 경비도 올해만큼은 재난지원금으로 돌려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에도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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