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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이 이제 초·중·고 전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됐다. 우리 집에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있다.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첫째는 교문에 한 번 들어가보지 못하고 입학식도 없이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다. 사전에 온라인 학습방이라는 형태로 적응기간이 있었고, 이미 4월 9일 중·고등학교 3학년이 1차 개학을 했기 때문에 시스템의 과부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믿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답글 달지 마세요" 했건만... 온라인 수업의 진풍경
 
 온라인 수업 접속 중 발생한 접속 장애
 온라인학습 서비스 시스템 작업 안내 화면
ⓒ 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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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아이들이 온라인 개학을 한 지난 16일, 돌봄휴가를 냈다. 대학교 수강신청 첫날 아침의 기분 혹은 명절 기차 승차권 예매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의 마음이었다.

초등학생 4학년인 둘째는 아예 접속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규 수업시간은커녕, 출석 체크조차 오전 11시 이후에나 가능했다. 담임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하는데 수화기 너머로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11시 이후에도 로그인이 힘드시면 그냥 접속한 기록으로도 출석처리가 됩니다." 담임 선생님이 죄송할 일은 아닌데 말이다.

결국 둘째는 오늘(21일)까지도 오전 11시 로그인과 단순한 학습과제 제출만으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첫째의 경우 초등학생인 둘째보다 좀 더 엄격한 수업 진행이 이루어졌다. 오전 8시 50분에 출석체크를 해야 하고, 교과 시간표에 맞추어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이 운영됐다.

문제는 과부하였다. 아마 다들 며칠간 고생하면서 수업 준비를 하셨음이 분명해 보였지만, 어떤 과목 선생님의 목소리는 아예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수업이 진행되지 않자 결국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EBS의 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소감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 후 수업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어느 과목은 선생님이 말의 속도가 너무 빨라 가뜩이나 낯선 교과목 단어들을 이해하기도 전에 화면이 지나가 버리기도 했다.

교과목 교사는 물론 담임 교사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으니 아이들과 선생님간의 유대가 형성될 리는 없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이전 학년에 머물러 있었고, 수업에 적응하는 것이 힘겨워 보였다. 
 
 온라인 수업 화면 갈무리
 온라인 수업 화면 갈무리
ⓒ 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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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선생님이 문제 설명을 하며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하자 수백 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네" "넵" "네에" 등의 답변을 전송했다. 그러자 갑자기 동영상이 버벅거린다. 선생님은 화면 속에서 당황하며 "답글 달지 마세요"라고 메시지창에 띄운다. 아이들은 그 메시지에도 열심히 "네~"를 쏘아주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아침부터 밀려온 짜증이 허탈한 웃음으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예체능 과목이었다. 특히 미술 같은 과목은 쌍방향 지도가 되어야 할 터. 미술 수업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한 다음 직접 과제를 수행하게끔 했는데, 아이들은 혼란이 밀려왔나 보다. "아크릴 말고 물감으로 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은 양호하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 손에 본드가 묻었어요"라며 응석을 부리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지 일주일이 지나가고, 3차 온라인 수업까지 이루어졌다. 아직 안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서서히 적응해나가고 개선하고 있는 것 같다. 

진짜 문제는 '온라인'이 아니다

주변에 언론 종사자들이 좀 있어 온라인 학습을 경험하는 당사자로서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사실,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정식 교과대로 수업을 못 하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의 학습 진도 문제인 듯하다. 수십 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 진행하기도 힘든데, 수백 명의 아이들과 주고받는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아이들은 궁금한 게 있어도 시스템이 느려진다는 이유로 댓글을 달지 말라는 선생님의 엄포에 물어볼 엄두도 안 난다. 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수업이 다 마무리된 뒤까지 탐구력을 발휘해 질문을 할 아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주변의 학부모들이 게시판에 올리는 글에도 시스템과 수업의 난이도, 학습 내용 같은 요청사항이 많았다. "조금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교과서 중심으로 진행하는 건가요?" "수업이 너무 어려워요" "동영상이 자꾸 끊어져요" 같은 것들이다. 

나의 개별적인 사회적·경제적 환경에서는 위에서 말한 것들이 문제라고 느껴진다. 정말 문제는 그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 1∼2학년생과 초등학교 4∼6학년생이 추가 온라인 개학을 한 16일 오전 강원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사가 온라인 수업 사이트 접속 실패를 호소하는 학생의 전화를 받고 있다. 1차 온라인 개학에 이어 이날도 많은 학생과 교사가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에 접속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 1∼2학년생과 초등학교 4∼6학년생이 추가 온라인 개학을 한 16일 오전 강원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사가 온라인 수업 사이트 접속 실패를 호소하는 학생의 전화를 받고 있다. 1차 온라인 개학에 이어 이날도 많은 학생과 교사가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에 접속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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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라인 개학을 하는 날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온라인 학습하는 법을 안내하고, 함께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었다. 출근을 하더라도 지금껏 아침 출석체크인 시간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저녁에는 들어가 아이들이 진행한 과제를 살펴보고 고쳐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설명해주고 다시 가르쳐 줄 수 있는 학력을 가지고 있다. 식사 역시 점심시간이 되면 냉장고 어디 있는 음식을 꺼내어 어떻게 먹으라고 알려주고, 저녁에는 다음 날 아이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해 놓을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온라인 수업은 우리 가족에게 문제투성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개별적이고 복잡한 상황에 놓인 다른 가족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습권 이전에 보장돼야 할 권리

어차피 코로나19는 전세계의 문제가 되었고 학습권 보장 역시 모두의 문제다. 이번 대한민국의 온라인 개학을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건 '대한민국은 진정한 IT 강국이구나'라는 것이다. 동시에 수백 명이 접속하고 댓글을 달아도 (동영상이 버벅거리긴 해도)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고,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동시간대에 수업을 진행할 만큼 서버도 튼튼하다는 이야기다.

선생님들은 며칠 만에 온라인 콘텐츠를 뚝딱 준비해 내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들은 사재기도 없고 품절도 없이 어찌어찌 갖추어졌고, 그마저도 없는 학생들은 단 일주일 만에 국가가 나서서 인터넷도 연결하고 태블릿도 빌려주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편한 지점은 존재한다. 어딘가에는 분명 온라인 수업 시간에 맞추어 상황을 점검해줄 수 없는 직업 환경에 놓인 보호자들이 있을 것이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 가서 먹는 급식이 하루에 먹는 음식 중 가장 균형 잡힌 한 끼가 되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배가 고픈 아이들에게 인터넷을 연결하고 태블릿을 제공해준다고 학습권이 제대로 보장이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진정한 학습권과 정보접근권은 어쩌면 아이들이 필요한 영양과 적절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아주 오래된 아동의 기본권부터 전제돼야 제대로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학일이 미뤄진 3월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책상에 학습지가 올려져 있다.
 지난 3월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책상에 학습지가 올려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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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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