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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인정하는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오후 9시 52분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총선 패배를 선언했다.
▲ 패배 인정하는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오후 9시 52분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총선 패배를 선언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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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나 '폭주', '폭정' 같은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자유한국당 시절부터였으니 그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표현의 정합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정치인의 언어와 표현이란 그 정치적 편향성만큼이나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곤 했다. 

'폭정'과 '생지옥', 주권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예의 표현은 그들의 주관적 정서이면서 동시에 자당 지지자들에게 상대 정당과 그 정치 행위를 부정적으로 프레임 짓는 의미로서 꽤 기능적일 수 있다. 적어도 같은 언어와 표현을 공유하는 이들의 정치적 세계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 틀도 동질적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기에만 해도 이들의 과도한 표현은 그들만의 '아무말 대잔치'라는 이름으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둔감해져 그게 으레 그들의 말버릇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기에 이르렀으니 이 '언어 프레임'은 얼마간 성공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1970-80년대의 군부독재 시기에 그들과 맞서 온 이들에게 현 정부를 이르는 '독재'라는 규정은 여전히 이질적이다. 그 시절 독재정권의 후예인 이들이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독재'라는 어휘는 개념의 혼란과 전도를 불러일으키기 족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게 '폭정(暴政)'이란 낱말이었다. 나는 그것을 문승현이 만든 민중가요 '이 산하에'(1989)의 노랫말로 떠올리곤 했다. 그것은 '기나긴 밤', '압제의 밤', '투쟁의 밤', '거역의 밤'을 규정하는 정치적 상황이었다. '우금치 마루'와 '녹두 벌판'의 '동학', '삼월 하늘'의 '깃발'과 '함성'을, '북만주 벌판'의 '모진 세월'로 표현되는 압제와 질곡의 시대를 규정하는 언어였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60여 건의 '폭정'이 뜨듯이 그것은 전근대 시대 지배층의 학정과 가렴주구 따위를 아우르는 어휘였다. 비록 민주공화국을 표방했어도, 4·19혁명으로 무너진 이승만 정권, 10·26으로 붕괴한 박정희 유신정권, 6월항쟁에 굴복한 전두환 정권 따위는 같은 표현으로 규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의 지배'로 운영된 이후 정부를, 비록 부분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여도 '포악한 정치'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것은 '표현의 과장'을 넘어 부정적 인식을 추가하면서 현실을 왜곡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내내 이어진 언어 프레임 씌우기의 정점은 지난 3월 중순,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대구 수성갑 미래통합당 후보인 주호영 의원이 언급한 '생지옥'이 아닌가 싶다. 그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부가 실패해놓고 이 대구시민들, 경북 도민들, 의료진이 잘한 것을 자기들 공으로 취해가서 방역 모범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면서 대구 상황을 '생지옥'이라 표현했다. 

당일 방송을 들으면서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대구 상황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예의 '폭정'을 잇는 과장된 표현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 그것도 '정치 언어의 주관성' 정도로 받아들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생지옥'의 용례로 "출근 때의 지하철은 생지옥"을 예시할 정도니,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의 대구를 그렇게 말하는 걸 굳이 나무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 15일에 치러진 21대 총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나는 '독재'와 '폭정', 그리고 대구의 '생지옥'으로 규정되고 매도된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시정에 대한 주권자의 선택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개표 과정을 지켜보았다.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간 대구·경북

미래통합당이 어떤 언어 프레임으로 매도했든, 총선거의 전체 결과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어떤 얼빠진 유권자가 지방 중심도시를 '생지옥'으로 만드는 '독재' 정권의 '폭정'에 표를 던져서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막강한 거대 의석을 확보하게 해 주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비례 대표를 포함하여 180석을 확보했지만, 여당은 영남에서 20대 총선에 비겨 2석을 더 잃었다. 그것도 티케이(TK, 대구·경북)를 지켜온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과 북을의 홍희락 의원이 낙선하면서 이 지역은 2016년 이전으로 완벽하게 되돌아갔다. 

 
 이번 총선에서의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득표율 비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참조.
 이번 총선에서의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득표율 비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참조.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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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갑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은 59.8% 득표로 39.3%에 그친 김부겸 의원에 20.5%p 격차로 크게 이겼다. 주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고통받는 와중에도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해주신 대구시민과 수성구민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고, 인터뷰에선 "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고는 여당 우세라니 억울하다"고 하여 총선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야당은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지킬 정도 참패했지만, 영남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은 지역구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된 무소속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미래통합당 후보로 뽑았다. 여당에 한 석도 허용하지 않았으니, 이는 주 의원의 언급처럼 현 정부에 '폭정'이나 '생지옥' 책임을 물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초기 방역의 실패로 대구가 '생지옥'이 된 게 오롯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판단의 객관성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 말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부겸과 홍의락 두 의원을 뽑은 대구의 표심이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간 현실에 지역 여론은 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득표율은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59.73% : 28.26%, 62.16% : 25.13%다. 더블 스코어로 여당을 눌렀다고 기꺼워하지만, 한편에선 이 '싹쓸이'가 대구의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지역 언론에서는 보수정당에 몰표를 주고 '외딴 섬'이 된 지역에 여당 의원의 부재가 "국책 사업과 국고예산 확보 난망", "정권 핵심과의 인적 네트워크 붕괴"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 <미디어 오늘> 참고) 

고유한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단순한 보수·진보나 가치 판단의 문제로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오래 편향된 정치적 선택의 고착은 그 결과로 얻는 '정치적 카타르시스'쯤으로 단순화될 수 없다. 그것은 자칫하면 지역의 보수적 성향을 상승시켜 지역 발전은 물론 정치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 민주당 당선자는 20대보다 줄었지만, '미래통합당 몰표' 현상은 완화되었고, 민주당의 득표율도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히 '지역주의 회귀'라기보다는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이 분석은 객관적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한 지역 정당이 무소속 1석을 포함해 25개 선거구를 싹쓸이했다는 '퇴행적 이미지'로만 각인될 뿐, 지역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고립'을 벗기는 어렵다.

선거 결과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지역에 대한 조롱과 시비가 이어졌다. 이에 일부에서는 호남의 민주당 몰표 현상을 들면서 어차피 '피장파장'이 아니냐고 되받아친다. 그러나 영호남의 정치적, 역사적 배경을 배제하고 두 지역의 그것을 동렬에 두고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간 호남 유권자들이 보여온 '전략적 투표'가 소환되는 것은 이쯤에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단 2석만 얻었는데 이때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얻은 의석도 2석이었다. 나머지는 국민의당이 가져갔다. 같은 민주당이지만 이번 선거와는 결이 달라도 한참 달랐던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을 비롯, '동교동계' 중진의원이 우수수 낙선했다. 역시 호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감각이 짚여지는 부분이다. 

TK에서 '김부겸'들을 받아들이는 역사의 진전을 기대하며

낙선 소감으로 패배를 받아들이며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00년 부산 북강서을에서 패배했지만, 2년 후 16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수성갑에서 낙선한 김부겸 의원도 노무현의 '농부론'을 피력했다. 

지역주의 완화는 여러 차례 낙선을 감수하면서 노무현이 지역주의와 싸워 흘린 피에 힘입은 것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경기 군포의 3선 의원 김부겸도 대구 수성갑으로 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2014년에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쓴잔을 들었다. 끝내 부산에서 선택되지 못한 노무현과 달리 김부겸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생환했다. 지역주의는 그만큼 완화된 셈이었지만, 그 약효는 4년을 넘기지 못했다.

상대 정당을 배제하고 지역 정당에 대한 맹목적 선택을 특징으로 하는 지역의 투표 관습은 꽤 오래되었다. 그것은 포항지역에 회자하는, '과메기를 공천해도 이길 수 있다'는 우스개의 연원이다. '독재'나 '폭정' 같은 언어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 지역 유권자들의 무력감과 자조가 깊어지는 까닭도 여기 있다. 

이번 총선에서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 국가의 존재나 정치의 본령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환기하면서 주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시나브로 주권자들은 해묵은 진영논리가 아니라, 정치의 효능에 주목하면서 표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스란히 2016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갔어도, 굳이 낙관을 버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선거 결과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떠안겨진 '정치적 고립'을 냉정하게 성찰하는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김부겸들'이 다시 지역의 선택을 받게 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아니, '김대중 당', '호남당'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어 온 민주당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선택지로 받아들여질 날은 언제쯤일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은 그러나 변화하면서 전진한다. 그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의 진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뒤에 개인 블로그(https://qq9447.tistory.com/)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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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사 포함, 모두 1천여 편의 글을 썼다. 2019년 5월,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에 연재한 '친일문학 이야기'를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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