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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배지 공개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국회 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했다.
▲ 21대 국회의원 배지 공개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국회 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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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돌이'.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총선 직전인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조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2004년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들어온 소위 '탄돌이'들이 지금도 이 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라며 "코로나를 틈타서 청와대 돌격대 '코돌이'들이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나라는 진짜 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코돌이' 180명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정권 심판을 주장했지만 '코로나 방역'의 성공으로 되레 야당이 심판 받았다. 이런 선거 결과를 몰고온 코로나19 방역 수장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다. 향후 4년 동안 국민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 리더들은 정은경 본부장의 리더십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리더십 ①] 정치도 과학적으로 하라
 
'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본부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본부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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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 나선 정 본부장에게 '방역 철학'을 물은 적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감염병 관리를 하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철학이고 또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속도'였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환자 발생하고 나서 1주일 후, 누적 확진자가 단지 4명밖에 되지 않던 1월 27일 한국정부는 진단장비 제조업체들과 긴급회의를 해 대규모 진단키트를 생산하기로 했다. 공격적으로 검사를 진행해 환자를 가려냈다. 20일 0시 현재 56만303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다. 중복 검사와 요양원 등 전수검사 등을 포함하면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탈리아 등도 우리나라의 검사 건수를 넘어섰지만 이미 전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파'가 진행된 뒤였다. 반면 우리는 최근 2주일간 전염경로를 알 수없는 전파를 3.8%로 묶어두고 있다. 검사 속도를 높이면서 환자가 증상을 보이기 이틀 전 동선까지 추적해 접촉자를 가려내는 IT기반의 역학조사도 주효했다.

우리나라의 치명률은 2.19%(19일 기준). 외국에 비해 낮은 건 과학적 검진키트로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했기 때문이다. 지난 2주간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19일에 한 자릿수인 8명으로 떨어진 것은 역학조사를 통해 환자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신속하게 자가격리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딴지 걸듯이 <중앙>이 보도하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 전날 증폭시킨 것이 방역당국의 '코로나19 검사 축소' 의혹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총선 직전인 14일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총선거가 다가오자, 의심증상이 있어도 X-레이로 폐렴이 확인돼야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총선까지는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건데 선거 끝나면 확진자 폭증할 거라고 전국에서 의사들의 편지가 쇄도합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보다 앞선 13일 <중앙>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일부 언론에서 방역당국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진단검사를 못 하게 해서 검사와 확진자 수가 늘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진단검사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개입한 적은 없고, 또 의사의 임상적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총선이 끝난 다음날인 16일 신규 확진자는 22명, 17일 22명, 18일 18명, 19일 8명, 20일 13명이다. 정략으로 과학을 덮으려 했던 <중앙>과 김 전 위원장 주장의 진위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판가름이 났다.

정 본부장이 4년 동안 정치를 이끌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시사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정치도 방역처럼 과학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집권 여당에 의석의 3분의 2를 몰아준 것은 정략으로 발목을 잡거나 잡히지 말고, 방역처럼 정확한 근거에 입각해 속도감 있게 민생을 해결하라는 주문이다.

[리더십 ②] 정략의 장막 뒤에 숨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지난 19일 정은경 본부장의 e브리핑 장면.
 지난 19일 정은경 본부장의 e브리핑 장면.
ⓒ e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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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본부장은 선거가 끝난 뒤인 17일에도 노란 방역점퍼를 입고 카메라만 돌아가는 빈 브리핑 룸에 섰다. 19일과 20일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은 e브리핑을 통해 온라인으로 일일보고를 들으면서 CNN 등 외신도 포함된 기자단 단톡방에 수십 개의 질문을 던졌다. 브리핑 중에도 그의 말을 가로채 제목만 단 <속보>가 온라인에 올라왔다.

10여 분의 브리핑과 50분 질의응답. 방역당국은 지난 3개월여 동안 바이러스와의 전쟁 상황을 하루에 두번씩 브리핑했다. 주말에도 예외가 없었다. 평일에는 마스크 수급 상황 등을 궁금해하는 국민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브리핑도 겸했다. 이런 상황은 기자 단톡방에 있는 180여 명의 기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포털 등에 링크된 e브리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 본부장은 표정 변화 없이 단상에 서서 막힘없이 답변했다. 그가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방역 전선에서 노하우를 쌓아왔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도 철저한 검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분석 정보 등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지난 2월 26일, 정 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러스 잠복기에 대한 기존의 '표준'을 바꾸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

"저희가 노출시점이 명확한 분들을 분석했을 때는 잠복기가 4~5일 정도로 굉장히 짧습니다. 2주가 넘어가는 잠복기에 대한 보고사례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는 이어 "저희가 한 달 정도 역학조사와 환자의 발생양상을 보면서 가장 곤욕스러웠던 것은 감염력이 굉장히 높고 전파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것"이라면서 "발병 첫날 본인도 주관적인 증상이 아주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전염력이나 바이러스 분비량이 상당히 많았다"고 밝혔다.

고충까지 털어놓으면서 브리핑에 임하는 그를 보면 신뢰할 수밖에 없다. 또 그의 브리핑이 막힘이 없었던 것은 전문 분야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진심을 다해 성심성의껏 답변하면서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자주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 본부장은 가끔 이런 식으로 답변하곤 했다.

"죄송합니다. 그 상황은 저희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관계기관에 이야기해서 파악되는 대로 문자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문자는 그날 저녁 늦게라도 도착했다.

매일 3번에 걸친 방역당국의 브리핑 속기록만 해도 글자크기 10포인트로 하면 A4용지 20~30장은 족히 될듯하다. 1월 20일경부터 지금까지 대충 셈하면 2500여 장 이상, 200자 원고지로 따지면 1만7500여 장이 쌓였을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대국민 보고서이자 투명한 행정 정보 공개가 낳은 신뢰의 기록이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것은 지난 4년간 보여온 더불어민주당의 정치행태에 대한 재신임 결과만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909명으로까지 치솟던 지난 2월말 만 해도 총선 '여당 필패론'이 나오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그 뒤에서 멈추지 않고 투명하게 코로나19 상황을 국민에게 알렸다.

정 본부장이 여의도 국회에 입성한 당선자들에게 보여주는 또 다른 메시지는 '투명함'이다. 정부 여당과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은 이를 통해 얻은 국민의 신뢰였다. 과거처럼 정략의 장막에 둘러싸여 '그들만의 리그'를 벌인다면 4년 뒤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을 향해 우직하고 투명하게 열려있어야 한다.  

[리더십 ③]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연대를 요청하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0.2.26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0.2.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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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본부장을 보고 있자면 그의 말뿐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카메라 앞에 매일 나서고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국민 앞에 인사를 할 때면 염색하지 않는 흰머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바이러스와의 '총성없는 전쟁'에 나서는 그의 모습은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함축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 정은경 본부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 보도를 본 소감을 물은 적이 있다. 정 본부장은 잠시 머뭇거린 뒤 이렇게 답변했다.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것은 방역대책본부만의 일이 절대 아닙니다. 위기단계를 심각단계로 격상하면서 총리님 주재 하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돼서 여러 부처, 특히 복지부와 행안부가 중심이 돼서 코로나19 대응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또 각 지자체가 참여해서 협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보건의료인들과 다른 각 사회 분야에서의 민관의 협력 또는 사회적인 연대를 통해서 코로나19를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계자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은 국가,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 대응 역량의 결과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개인에 대한 칭송을 방역대책본부로 치환했고, 그 공을 국가와 의료인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는 온 국민들의 사회적 연대로 돌렸다. 그는 이렇듯 차분하고 겸손했지만, 언론 앞에서 맺고 끊음도 명확했고, 당당하게 소신발언도 했다.

그는 '재감염자' 통계를 요청하는 기자의 질문에 "'재감염자'는 적절한 용어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취하는 자가격리 조치를 도입할 의향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중국보다는 저희가 검사의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하기에 우리 상황과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재양성 확인 사례에 대한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야당과 보수언론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중국 봉쇄론'에 대해서도 중국 입국자 대부분이 내국인인 점 등을 예로 들면서 내국인 입국 금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일부 언론이 자가격리자 중 해외유입 사례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검역망이 뚫렸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역에서 찾지 못했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가 14일입니다. 대부분 5~7일 사이에 가장 (증상이) 많기는 하지만 감염이 된다고 해도 증상이 나타나고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려면 잠복기를 거쳐야 됩니다. 검역 당시 잠복기 상태에 있으면 검역에서는 증상도 없고, 발열 체크도 안 됩니다. 검사를 해도 음성으로 확인되는 상황입니다.(중략) 검역단계에서 모든 감염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는 때로는 국민들을 향해 절절하게 호소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를 촉구했다. 신규확진자가 8명으로 줄어든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를 맞이한 지 석 달째 되는 날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고 또 느슨해졌다는 지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 많은 언론에서는 지난 몇 달과 현재의 주말 상황을 비교하는 영상도 보여주고 계십니다. 또 많은 지인들이 저한테 문자를 보내줍니다. '어제 강남역에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라는 문자도 보내주고 계십니다.

지금도 2300여 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또한, 오늘도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얼굴에 선명하게 환자를 돌보는 그런 의료진들의 얼굴을 떠올려 주시기를 부탁을 드립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예전처럼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욱더 강력하게 실천해 주실 것을 당부를 드립니다."


여야간 총선 전쟁은 끝났지만 코로나19와 맞선 그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여당 지도부는 최근 자당 당선자들을 향해 '오만에 취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데, 정 본부장은 지난 3개월동안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겸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옳다고 판단하면 당당하게 할 말 하면서 연대해 나아가야 한다는 게 정 본부장이 보여준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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