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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있었던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고 미래통합당이 대패를 당했다. 황교안 대표, 신보라, 이준석 최고위원을 포함한 당 지도부 중에 조경태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모두 낙선했고,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도 이재정 비례대표 의원에게 패해 낙선하고 말았다. 미래통합당이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모든 선거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내에서는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위원장을 모시자는 의견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선거 패배의 여진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하루, 이틀이 지나자 이상한 주장이 피어나왔다. 미래통합당이 패배한 것이 믿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바로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이 등장한 것이다.

이준석 "사전 투표 의혹론, 물면 안 된다" 

 사전투표 음모론은 현재 일부 인터넷 사이트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서울, 인천, 경기에서 모두 같다는 주장, 관내 사전투표함에 서명했던 참관인 이름이 개표 때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주장, 사전선거 투표함 인근에 CCTV가 없어 조작되었다는 주장, 시민단체가 우체국 내부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막았다는 주장, 득표 비율이 이상하다는 주장 등 다양한 주장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노원병에 출마, 현역인 민주당 김성환 의원에게 패배한 이준석 최고위원이 17일 자신의 SNS에 사전투표 조작론에 대한 글을 올렸다. 이 최고위원은 "반성하고 혁신해야 될 시점에 사전투표 의혹론을 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인이 본투표에서 이기고 사전투표에 져서 낙선한 사람임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일반인이 보는 개표방송보다 더 정확하게 개표 상황을 챙기고 자료를 수집"하며, "혹시라도 미분류되거나 잘못 분류된 표가 없는지 개표 참관인을 통해 살핀다"면서 사전투표 조작은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주장했다.

나아가 "가정주부와 무직자가 미래통합당의 최대 지지층"이므로 이들은 집에 가까운 투표소에서 본투표할 확률이 높고,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화이트칼라층은 출퇴근을 하니 사전투표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차이가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놀라운 점은, 이 최고위원이 "오늘(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문자 폭탄' 및 계속된 음모론 전화를 받고 공개적으로 거론"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말렸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 최고위원의 언급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지도부 내부에도 사전투표 음모론을 신뢰하는 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최고위원의 확고한 주장으로 사전투표 음모론은 일련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민경욱, 차명진 전 의원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민경욱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을에 출마, 민주당 정일영 전 공항공사 사장에게 패해 낙선했다. 그는 16일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유권자는 언제나 현명하십니다.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의 오만일 뿐입니다."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그러나 2일 후 18일 민경욱 의원은 "Trust, but verify. 믿더라도 꼭 확인하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일부 유튜버들이 사전투표 음모론을 주장하는 상황이었기에, 민경욱 의원의 '꼭 확인하라'는 말이 사전투표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민경욱 의원의 SNS에는 사전투표 음모론을 주장하는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의 댓글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세월호 막말' 윤리위 소명 마친 차명진 후보 '세월호 막말'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로 나선 차명진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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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부천병에 출마, 막말 논란으로 낙선했던 차명진 전 의원도 사전투표 음모론에 가세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저도 처음에는 안 믿었습니다"며 처음에는 투표용지에 대한 이야기를 관리소홀 문제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후 사전투표함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차 전 의원은 한 유튜버의 이야기를 듣고 12곳의 사전선거 결과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소한 12곳이라도 사전투표함 재검토를 해야 한다며,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조차 팩트체크 했지만...

조선일보는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서울, 인천, 경기에서 모두 같다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팩트체크 기사로 밝힌 바 있다. YTN 역시 일각의 음모론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홍준표 의원은 사전투표 음모론을 주장하는 네티즌에게 "사전투표에서 저는 많이 이겼습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에도 사전투표 음모론은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활발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사전투표 음모론을 부정한 이준석 최고위원의 SNS는 비판 댓글로 가득한 상황이다. 투표 음모론은 대개 선거에서 승리를 자신하다가 패한 쪽에서 제기한다. 과거 진보 진영에도 투표 음모론이 제기된 바 있었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음모론의 시대>에서, 음모론이 인지적, 감정적, 도덕적 기능을 제공한다고 쓴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음모론은 '고통이 왜 자기에게 닥쳐왔는지에 대한 이유', '고통에서 비롯한 불안감에 대한 위안', '고통이 자신의 부도덕함에서 온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이 도덕적이기에 고통을 겪는다는 점에 대한 증명'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음모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책임윤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투표 음모론은 '미래통합당의 선거 패배 이유', '패배로 인한 불안에 대한 위안', '상대와 달리 조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패했다는 증명'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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