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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내가 사는 지역 군산에 확진자 2명이 발생했을 당시에 이동 동선과 시간이 공개되며 문자가 수시로 도착했다. 때로는 방문 장소나 시간을 수정하는 내용이기도 했고, 방역을 안전하게 마쳤다는 소식이기도 했다.

그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문자가 하나 있다. '00마트에서 0시 0분에 계란을 구입하신 남성분은 지금 바로 보건소로 연락 바란다'는 문자였다. 확진자는 늘어가고 있었지만, 참으로 신속하고 투명한 믿을 만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무서웠다.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까 봐와 같은 기본적인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많이도 돌아다녔네" "이제 저 가게는 어쩌나"와 같은 반응이 더욱 두려웠다.

혹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감염되었는데, 모르고 마트를 가고 주유소를 가고 서점을 갔다면 그래서 나의 동선이 훗날에 공개된다면 어쩌나. 난 그것이 무서워서 며칠간은 집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우리 정부의 민주적이고 모범적인 대처에 다행히 확진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본받아야 할 한국'이라며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아직은 여전히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개학이 연거푸 연기되더니 결국은 담임선생님 얼굴도 모른 채 '온라인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마저 견디고 있는 때이지 않나.

대구로 의료지원 나간 가장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오늘도 바쁜 대구 의료진 26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 및 방역 관계자들이 이송 환자에 대한 업무를 보고 있다. 2020.2.26
▲ 오늘도 바쁜 대구 의료진 26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 및 방역 관계자들이 이송 환자에 대한 업무를 보고 있다. 2020.2.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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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학년, 4학년, 7살 이렇게 삼남매를 키우고 있다. 나갈 일이 없으니 내복 차림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다. 온라인 개학 전에는 큰 아이는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둘째는 방에서 PC로 초등 EBS 라이브 강의를 들었다. 학원을 원래 다니지 않아서 EBS 교재 하나 사서 가끔 듣던 강의인데, 실시간으로 방송하니 댓글 반응과 선생님의 대답이 재미있어 보였다.

지난 16일 드디어 온라인 개학을 했는데, e학습터에서 9시에 로그인을 했는지 확인하고 3시에는 그날 학습을 완료했는지를 본다고 한다. 연습기간부터 온라인 개학까지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선거일에 사람이 많을까 싶어 사전투표를 하게 되었다.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소에서는 1174만명의 발열체크까지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 정부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싶어서 다시금 믿음이 가고 힘이 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 위험도 줄이고 면역이 약한 사람들도 보호하자는 취지로 나는 계속해 정부 정책에 따르고 있다. 특히나 지인이 대구로 의료지원을 나간 상황이다. 한 가정의 가장인 그가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해야 비로소 나는 진정으로 코로나19로부터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닌데...

나는 군산의 유명 관광지로 꼽히는 은파호수공원 근처에 살고 있다. 은파로 이사와 처음 맞는 봄이다.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고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에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잠깐 쓰레기를 버리고 오면서 호수를 내려다보곤 했다. 호주에서도 지금 유일하게 허락된 외출 시간인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란다. 그 시간에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일이 SNS를 통해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도 나름의 자가격리 기간을 일주일 이상 가진 후, 유일한 외출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뿐이었다. 정말 살짝 호수만 내려다보고 들어왔다. 누군가에게는 특히 대구 경북지역을 생각하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지역의 의료진들을 생각하면, 사치일 수도 있는 꽃구경에 드라이브스루나 랜선 꽃놀이로 이름 붙여 정당화하고 싶지 않았다. 바로 집 앞 풍경이지만 이기적으로 나만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굳이 자랑하고 싶지 않았다.

은파호수공원관리소에서는 주차장을 통제하고 십여 개의 입간판을 설치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벚꽃 시즌을 맞이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아파트 단지 앞으로 새로운 다리를 만들었는데 그것을 3월 초에서 4월 초로 연이어 연기하더니, 6일 결국 오픈을 하게 된 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인 이때 말이다.

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별빛다리'는 밤이 되자 알록달록 조명까지 밝혀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니. 너무 빨리 다리를 개통한 것 아니냐는 내 문제제기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민의 몫"이라는 은파호수관리소의 통화와 군산시청 SNS에 연거푸 올라오는 올해 꽃놀이 영상은 무척 아쉽기만 하다.
 
 '여기는 안전한가 보구나, 여기는 청정 지역이구나'라는 인식으로 아파트 단지 밖은 외부차량들의 갓길주차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여기는 안전한가 보구나, 여기는 청정 지역이구나"라는 인식으로 아파트 단지 밖은 외부차량들의 갓길주차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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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은파에 사는 나는 불안함을 달랠 길이 없다. 오는 관광객을 막을 수 없어 어느 지역은 꽃밭도 갈아 엎고, 어느 지역은 버스 정류장도 통과해 버린다고 들었다. 내년에 다 같이 즐기자며 작년 꽃놀이를 올리는 타 지역 관공서 이야기는 진심이 느껴져서 고맙기까지 했다.

언론 기사를 보니,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전문의인 김우주 교수는 카페나 식당, 화장실처럼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는 곳에 갈 때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공중시설에서의 감염은 피하기 어렵다고. 벚꽃이 빨리 다 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여의도 주민들처럼 결국 두려운 마음은 오롯이 지역민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

'여기는 안전한가 보구나, 여기는 청정 지역이구나'라는 인식으로 아파트 단지 밖은 외부차량들의 갓길주차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은파주차장은 통제되었기에 순환도로 역시 갓길 주차로 만석이다. 별빛다리를 놓는 공사를 내내 지켜보면서 개방하는 첫 날 일등으로 걸어보고 싶다고 한 내 아이들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견디고 있는데... 아이들과 낮에도 밤에도 나가서 즐겁게 안심하며 걷고 싶은 다리였는데, 진심으로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벚꽃 명소인 창원진해 여좌천 폐쇄.
 벚꽃 명소인 창원진해 여좌천 폐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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