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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오세훈, 안철수...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생환하지 못한 차기 대권주자들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대구 수성갑에서 재선을 노렸던 김부겸 후보는 '보수의 심장'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5선을 지낸 험지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졌던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도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민주당 후보에 석패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선거에만 '올인'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양당 정치의 높은 벽을 재확인 했다.

[김부겸]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지만... 강화된 진영대결의 최대 피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오후 9시 52분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총선 패배를 선언했다.
▲ 패배 인정하는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오후 9시 52분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총선 패배를 선언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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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후보 측은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와의 초접전을 예상했다. 그러나 KBS·MBC·SBS의 공동 출구조사 때 두 자릿수 격차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후보는 16일 새벽 0시 16분 기준, 개표율 50.9% 상황에서 득표율 39.01%를 기록해 득표율 60.12%를 얻은 주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김 후보는 15일 밤 9시 52분께 캠프에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는 진영 대결이 강화된 결과로 보인다.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투표율(66.2%)만 보더라도, 양당 지지층이 총 결집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결집 양상은 전통적으로 통합당 세가 강한 TK 지역에 도전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대형 악재가 됐다. 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영남권에서 20대 총선 때 정도만 성적이 나와도 선전이라고 봤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제일 예상과 달랐던 곳이 대구 수성갑이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날 줄 몰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물론'을 앞세웠던 김 후보 입장에선 치명상이다. 김 후보는 지난 2일 출정식에서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면서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투표 당일인 15일에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의 정치적 위기와 큰 인물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통합당의 대구 지역 공천을 거론하며 "여든 야든 지도적 인물을 못 키우면 대구는 앞으로 10년 이상 정치적 주변부에 머무를 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인물론은 결과적으로 전형적인 지역구도에 무릎을 꿇은 셈이 됐다. 또 당의 험지인 대구를 돌파하면서 부각시킬 수 있었던 김 후보 특유의 '확장성'과 '통합의 리더십' 같은 장점도 빛이 바라게 됐다.

원내 입성에 실패한 만큼, 김 후보는 다음 무대를 빨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주목된다. 취약한 당내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 후보는 낙선 인사를 통해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옥전문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훈] 여권의 총력 지원 뚫지 못하다... 그러나
  
15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들어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오세훈 광진을 미래통합당 후보
 15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들어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오세훈 광진을 미래통합당 후보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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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을은 일찍이 최대 격전지로 꼽히던 곳이다.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도 그랬다. 오세훈 후보가 고민정 후보에 불과 0.5%p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 상황도 줄곧 접전이었다. 오 후보는 16일 새벽 한때 500표 차이로 고 후보를 따라 붙기도 했으나 결국 패했다.

고 후보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여권의 집중 지원을 받은 점을 감안한다면 1년 전부터 지역구 다지기에 집중한 오 후보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특히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계속된 공백을 단숨에 메울 기회를 잃었다는 게 가장 큰 타격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의 전체 승부도 승부지만 후보의 입장에선 생환 여부가 더 중요하다"면서 "민주당이 집중 지원한 고 후보를 꺾는다면 오 후보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상징성을 크게 얻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론 후보 본인의 역량보다 김대호 후보(서울 관악갑)의 세대 비하 발언이나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시병)의 세월호 망언 등 다른 악재들이 부정적으로 작동했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5일 KBS 개표방송에 출연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층은 상당히 결집했는데 수도권 중심의 젊은 층, 중도층까지 접근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번 선거가 코로나19 재난 때문에 지난 3년 간 정권 실정에 대한 심판이 반영되지 않았고 중간에 (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도 있어 중도층과 젊은 층 표심을 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내 '중도·개혁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오 후보가 이번 총선 결과로 인해 당의 호출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지방선거·총선 등 큰 선거에서 연거푸 진 통합당으로선 거센 혁신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코로나 자원봉사·마라톤으로 버텼지만... 그의 독자생존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전남 여수를 출발해 서울까지 431.75km 천리길 국토대종주를 마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전남 여수를 출발해 서울까지 431.75km 천리길 국토대종주를 마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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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새벽 현재까지 아직 '확정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진 못했다.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후보만 출전시킨데다 안 대표 본인도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 전 총선에서 '녹색 바람'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해보면 대권 가도에서 더 멀어진 것은 사실이다.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4년 전 38석을 얻으면서 다당제 국회를 열었던 것과 상반된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도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겨냥하면서 대안세력으로 나서려 했으나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안 대표 개인이 아닌 당을 이끄는 리더로서도 물음표가 쌓이는 형국이다. 지난 2017년 바른정당과 통합해 만든 바른미래당은 그가 독일·미국에 머물던 사이 산산조각 났다. 지난 1월 정계 복귀 이후에도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고 '안철수계'로 꼽히던 의원들도 뿔뿔히 흩어졌다. 안 대표는 이러한 현실을 '개인기'로 버텨냈다.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대구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선거운동 기간 430km를 홀로 뛰면서 당을 알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소수의 의석을 쥔 안 대표가 차기 대권을 독자적으로 노릴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현재 예측되는 의석수만으론 (안 대표가) 독자생존 하면서 대권을 노리는 게 무리해 보인다"며 "결국 보수진영의 재편과정에서 손을 잡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안 대표는 15일 밤 당 개표 상황실을 찾아 "창당한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거대 양당에 맞서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며 "겸허하게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고 국민의 뜻에 따라서 저희가 약속드렸던 일하는 정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태그:#김부겸, #안철수, #오세훈, #대권주자, #4.15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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