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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이 된 딸은 코로나19로 인해 개강 연기를 맞았다. 덕분에 꿈꾸던 대학생활의 첫 출발이 묶여버린 3월을 힘들어했다. 월세가 아깝다며 혼자 살면서 독립정신도 키워보겠다고 자취방에서 지낸 지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으로나마 대학의 첫 강의를 듣고 난 소감을 말해주는 딸을 보며 '이제 시작이구나, 너가 선택한 인생이'라며 대견해 했다.
 
 제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배드민턴장에 마련된 홍제 제3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고 있다.
 제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배드민턴장에 마련된 홍제 제3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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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어느 날, 딸이 봉투 하나를 건넸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의 공약과 이력, 그리고 선거인명부가 포함된 투표안내문이었다. 봉투를 펼치니 후보자들에 대한 인쇄물도 가득 했지만, 눈에 번쩍 띈 것은 바로 선거인 명부란에 써 있는 우리 4인 가족의 이름이었다. 남편과 나, 처음 투표하는 22살 아들, 그리고 만 18세 유권자로 우뚝 선 딸의 이름이 써 있었다.

"우리 모두 선거하는 뜻깊은 총선이네. 나운2동 제 6투표소, 가자 가자!"

만 18세 유권자 딸까지... 네 가족 모두 투표하던 날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집중유세를 하자 일부 지지자들이18세 투표자들을 격려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한 시민이 18세 투표자들을 격려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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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이 개정되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이 만 18세로 확대되었음이 선포된 후 군산의 많은 청소년들의 심장 떨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학교 밖 활동을 지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만18세 이상 선거권을 인정한 거래. 우리가 애기냐? 대학생이 되는데도 선거를 못하면 말이 안 되지. 싸움만 하던 정치인들이 그것은 협동해서 잘 통과 시킨 것 같아. 코로나19만 아니면 우린 진짜 운이 좋은 건데...."

천번 만번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만 18세가 되면 운전면허증도 취득할 수 있고, 공무원시험도 응시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입대도 가능하다. 성인으로서 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증명한 제도들이 있는데도 막상 민주주의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에게 권리와 의무를 대변하는 선거권이 없다면 말이 되는가. 소나 개도 웃을 일을 오랫동안 방치해온 사회이자 정치였다.

그 중에서 올해 갓 대학 신입생이 된 딸과 학생들은 작년 말부터 서서히 흘러나왔던 총선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군산에는 어떤 사람이 현재 국회의원인지, 또 정당이 무엇인지 등을 묻곤 했다.

4월 15일 아침 6시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중 첫째는 선거장으로 가는 것. 잠 자고 있던 딸을 불렀다.

"딸! 어젯밤 약속 기억하지? 오늘 새벽에 투표하기 말이야. 가자."

투표장으로 가는 길은 사방팔방으로 군산의 봄을 채색하는 '벗꽃'들의 인사로 가득했다. 하마터면 2년 뒤에 했을 뻔한 첫 투표를 오늘 하는 느낌이 어떤지 딸에게 물었다.

"넌 '선거'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어떤 거야?"
"당연히 '꼭 투표할 것'이지. 친구들한테도 무조건 해야 된다고 말했어."

"이번에 거리 다니면서 봤던 선거홍보 플래카드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그리고 왜?"
"뒤로 간 8년 앞으로 갈 OOO. 미래지향적인 자신감이 좋았어."

"네 생각에 정치인이란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첫째, 삶의 정직함, 둘째, 소신의 일관성, 셋째, 행동의 추진력이 중요해. 물론 내 생각이야."

"우리 삶에 정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니? 그렇다면 왜?"
"당연히 중요하지. 정치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니까. 우리 세대는 엄마 세대보다 훨씬 더 빨리 세상을 알아가잖아. 그만큼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기도 당겨지고. 물론 바른 정치의 의미는 사람마다 주관과 이념의 차이가 있지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이 뭐야. 당연히 그런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있지요."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했던가. 만18세의 청소년들은 선거권을 갖기에 어리다고, 생각과 판단이 미성숙하다고. 고등학생들이니까 기성세대들의 말에 쉽게 흔들린다고. 그냥 부모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한다고.

아니었다. 딸만 해도 나와는 다른 생각, 다른 후보를 맘에 두고 있었다. 물론 딸을 인정했다. 그밖에도, 정치인은 반드시 정당을 가져야 되는지, 정치인의 학력은 중요한지, 정치인의 임기에 한계를 설정해야 되는지, 어떤 공약이 황당했는지 등을 묻고 답하며 투표장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이어서 투표장은 부산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자원봉사들께서 수고하셨다. 안내에 따라 선거부스가 있는 실내에 들어가서 나와 딸은 선거인명부에 써 있는 각자의 번호를 확인했다. 나는 624번 딸은 625번. 딸을 힐끗 보았다. 딸은 약간 긴장된 듯 두 볼이 빨갰고 주민등록증을 건네는 손 놀림은 신중했다.

오늘의 투표는 일회성이 아니다
 
길어진 투표지 '밤샘 수개표'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하나누리관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48.1cm인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분류기에 들어가지 않아 개표사무원들이 수개표를 진행한다.
▲ 길어진 투표지 "밤샘 수개표"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하나누리관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48.1cm인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분류기에 들어가지 않아 개표사무원들이 수개표를 진행한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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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후, 돌아오는 길 역시 아침의 푸른 기운과 벚꽃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들의 4년 선택을 축하하는 화동이 되어 주었다. 선거할 때의 느낌이 어땠냐고 딸에게 물었다.

"만 19세가 되지 않아서 투표는 나중 일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 낮아진 선거연령 덕분에 나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지. 옛날에 개표방송을 보면서도 항상 남 일이라 생각했어. 근데 이번에는 확실히 더 관심을 가지고 후보들의 얼굴, 공약들을 살펴보았어. 또 이후에도 내가 찍은 후보가 잘하고 있나? 궁금증이 종종 생길 것 같아. 그리고 다른 내 친구들보다는 확실히 엄마 아빠의 정치관이 내게도 영향을 미치긴 했어. 문제는 이번처럼 위성정당인가 하는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정당 이름이 나오면 정말 헷갈려."

선거를 마치고 텃밭으로 향했다. 4월은 일 년의 결실을 희망하는 파종기다. 오늘 일정에 옥수수씨와 각종 잎채소 씨를 뿌리는 것을 기록했다. 딸과 함께 씨를 뿌리다가 갑자기 오늘의 투표가 씨앗을 뿌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3만여 명의 만 18세 선거인을 포함해서 선거권을 가진 모든 국민이 총선이라는 밭에 자신들의 소신과 확신에 찬 씨앗을 뿌렸다. 이 씨앗들이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보살피고 어려움을 고쳐주고 믿어주어야 한다.

오늘의 투표는 일회성이 아니다. 4년 동안 우리 지역과 지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다. 그러니 믿어주고 고쳐주고 격려해야 되지 않겠는가. 당선인이 지지자였든지 아니였든지 간에 당선 속에 들어 있는 민심을 인정하며 공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오늘 하루 가장 위대한 승리자는 대한민국을 한층 더 젊게 만들고 넓은 푸른 바다로 향하도록 길목을 넓혀준 그대, 바로 만 18세 유권자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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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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