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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새 공동대표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와 김언경 전 사무처장을 선출했다. 기존 민언련 대표는 비상근의 명예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선출된 김언경 공동대표는 상근하고 있다.

공동대표가 된 지 2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민언련 사무실에서 김언경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민언련 활동하게 된 결정적 이유
   
김언경 민언련 공동대표
 김언경 민언련 공동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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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공동 대표를 맡으신 지 2주가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어요?
"아직은 시작인 데다가 제대로 역할 분담도 되지 않아서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합니다. 우선 저로서는 모든 것이 처음이에요. 대표도 처음 해 보는 것이고요. 게다가 상근하는 공동대표도 처음이에요. 물론 운영위를 통해 민언련 주요 결정 사항을 책임졌고, 성명 등 주요 입장을 모두 대표님들이 함께 논의했지만, 기존 민언련 대표님들은 대부분 상근은 아니었고 일종의 명예직이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주변을 알아보니 상근 대표님이 계신 시민단체가 꽤 있긴 하던데요. 민언련 대표는 처음이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저 자신도 좀 설정이 안 되어있는 상태예요.

대표가 되자마자 정말 바빴어요. 기본적으로 지금 저희는 총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을 하느라 모든 활동가와 인턴이 집중적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 와중에 코로나19,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 채널A 기자 검언 유착 사건 등까지 터져서 이에 대한 입장이나 모니터 등을 하기에 바빴어요. 그야말로 제가 대표인지 사무처장인지는 저에겐 중요하지 않았네요."

- 사무처장은 왜 그만두셨어요? 임기가 있는 게 아닌가요?
"저희는 대표 등 이사가 2년마다 총회를 통해서 재선출 될 때 사무처장 거취도 본인 스스로 정하는 편이었어요. 지금 저는 만 6년을 했는데, 이번에 또 사무처장을 맡으면 만으로 8년까지 하게 됩니다. 일단 저 스스로가 많이 고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는 저한테도 좋지 않고 조직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금 여유를 갖고 몸도 좀 만들고 건강해지는 다음에 일하고 싶었어요."

- 대표 제안이 왔을 때 어떠셨어요?
"사무처장 사표를 낼 때는 나름 굉장히 진지했거든요. 그런데 신미희 신임 사무처장이 어떤 형태로든 멀리 떠나지 말고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총준위에서 대표직 제안을 했어요. 운영위에서는 상근 대표를 제안해주셔서 또 한참을 고민했지요."

- 사람은 서 있는 곳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사무처장으로 바라보는 민언련과 대표로 바라보는 민언련이 다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비전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못됩니다.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해나간 수준이었는데요. 그렇게 해도 되었던 것이 대표님들이 나름 방향성을 갖고 일을 잘 시키면, 저는 시킨 일 수위 안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저 스스로가 그 큰 그림을 그려야 하고, 사무처가 그걸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가야겠지요.

민언련은 언론개혁이 화두인 이 시대에 보다 많은 일을 잘했으면 좋겠고요. 우리가 더 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말하는 힘은 권력이 아니고요. 좀 더 우리가 더욱 전문적으로 잘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언론을 실제로 변화시킬, 설득력을 갖는 힘 같은 걸 우리가 좀 더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려면 조직이 더 커지고 힘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 어떻게 민언련 활동하게 되셨어요?
"저는 민언련 언론학교 2기로 민언련에 왔어요. 당시는 민언련이 아니라 언론운동협의회, 즉 언협이었어요. 저는 1990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마포에 있는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당시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빨리 결혼하는 분위기였고, 저는 집에서 선을 보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어요. 때문에 남편의 정치적 성향 따라서 흐지부지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 되겠다는 불안감이 컸거든요. 저는 살면서 세상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계속 뭔가 활동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변절하지 않는 방법'은 사회에서도 함께 활동할 적을 찾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 적이요?
"싸우는 적이 아니고 소속을 갖고 싶다는 뜻이에요. 1992년 당시에는 시민사회단체가 그렇게 많진 않았기 때문에 시민단체를 여기저기 찾아갔어요. 그러다 결정한 곳이 두 곳이었는데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와 언협이었어요. 양심수후원회는 그냥 신념이나 자신의 양심을 지키겠다는 이유만으로 장기수가 되신 분들을 후원하고 싶다는 것이었고요. 민언련은 제가 원하는 세상에 대해 계속 알아나가는 깨어있는 시민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 언론엔 관심이 있으셨어요?
"전혀요. (웃음). 저는 아예 신문을 안 읽었어요. 남편이 신문방송과이고 저는 문헌정보학과인데요. 민언련에 온 이유는 온전히 남편 덕분이에요. 제가 활동할 단체를 알아보러 다닐 때, 교육 운동, 환경운동 이런 걸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남편이 '언론을 바꾸면 네가 말하는 그 모든 게 다 바뀔 수 있다'고 했어요. 처음엔 남편이 신방과라고 잘난 척하네 생각했지만, 그럴싸해 보여서 언론학교를 입학한 거죠."

- 초반 활동가로서 활동은 어땠어요?
"간혹 제가 민언련에 30년간 있었다고 알고 계신 분이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민언련에서 월급을 받는 활동가로 일한 것은 2004년 3월이었어요. 1992년 2월에 민언련에 와서 1995월 11월 정도까지 신문분과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러나 여러 이유로 민언련 활동을 완전히 그만두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SBS에서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열심히 방송 3사를 비교해서 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그랬죠. 둘째를 낳은 뒤에는 국가인권위 일을 하다가 민언련 주부분과, 민언련 방송분과 활동을 했고요. 2003년인가는 올해의 회원상도 받았어요.

2004년 즈음 당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저희 대표였는데 민언련 모니터 부장이던 친구가 임신하자 (저에게) 사무처 활동가 제안해주셨어요. 사실 저는 민언련 간사에 대한 존경과 마음의 빚이 항상 있었어요. 민언련 간사들을 보면 고생은 정말 많이 하는데 월급은 너무 적고 헌신적으로 사니 늘 불쌍했어요. 남편과 상의해서 둘째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으니 한번 전업으로 민언련 간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응했습니다."

- 중간에 잠깐 그만두셨던데 언제 민언련에 돌아오셨죠?
"2014년에 돌아왔는데요, 저는 사실 굉장히 걱정했어요. 안 오고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굉장히 '워커홀릭'이란 것을 알았고요. 민언련이 얼마나 부담되는 조직인지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도 거의 다 컸고, 계속 거절할 명분이 없어서 어쩌다 보니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 임기가 2년인데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상근하는 대표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저 혼자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상의해서 정하려고 합니다. 우선 신미희 처장이 잘할 수 있도록 돕고 함께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언련 이사나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결정해서 추진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면서 제 역할을 찾겠습니다.

개인적 욕심은 방송을 조금 더 선택해서 잘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언론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요. 사실 늘 너무 바빠서 준비를 제대로 못 한 경우가 많았고, 제안이 들어오는 것 모두를 최대한 다 소화하려고 했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하되, 그만큼 공을 들여서 잘해보고 싶어요."

언론 불신 없애려면
  
김언경 민언련 공동대표
 김언경 민언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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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언론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인 미디어 필요성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소셜 미디어라고 하는 뉴미디어도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요. 그리고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언론이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잘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KBS,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할을 좀 더 찾아야 되고 한겨레는 어르신들이 처음 만들 때 새긴 한겨레 정신을 분명하게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뉴미디어나 일인미디어 종사자들은 소수자성을 잘 살리면서도 창의적인 콘텐츠를 내는 데 몰두하면 좋겠어요.

민언련이 모니터한답시고 비판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제 역할을 하는 언론을 찾아내서 기사와 제작자에게 상을 드리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민언련이 이런 걸 보다 홍보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너무 '기래기 기레기' 하는데요. 기레기 기사 말고, 정말 좋은 기사를 많이 보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들이 좋은 언론을 보다 많이 찾아서 소비해주고, 좋은 기사 쓴 기자와 언론사들이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좋겠어요."

- 현재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언론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언론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사라질까요? 지금의 기성 언론 불신한다는 건 알겠는데, 유튜브를 보든 팟캐스트를 보든, 뭘 보든 간에 언론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 존재하지 않겠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생업이 있고, 그들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사회의 모든 정보를 갖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가공하는 언론은 계속 나올 텐데 언론 무용론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기성 언론이든 뉴미디어든 모두 잘 감시하고 격려해서 계속 새로운 준거틀을 만들면서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요즘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 나타나는 확증편향도 있잖아요.
"있죠. 그런데 그걸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시민에게 가르친다고 그게 줄어들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시민의식이 더 높아지면 확증편향이 점점 줄어들 거로 생각하는데요. 시민의식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편향되게 정보를 습득하지 않고 잘 들어야 되잖아요. 힘들지만 그렇게 하자고 계속 제안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저희도 유튜브 모니터링을 하는데 가끔 그걸 보면 정말 욕이 나오는데요. 그래도 이건 부적절한 정보라고 생각하면 계속 말을 걸고 토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계속 물어보는 거죠. '이런 기사, 이런 주장을 들어보셨죠? 그런데 이건 이런 근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게 참 부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라고 계속 말하면서 서로의 완고한 틀을 좀 깨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TV조선-채널A, 재승인하면 안 되는 이유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채널A, TV조선의 엄정한 재승인 심사 촉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채널A, TV조선의 엄정한 재승인 심사 촉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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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채널A 기자와 검찰의 유착 의혹 보도가 있었는데
"오늘(7일) 서울중앙지검에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찰을 협박 혐의로 고발하고 왔습니다. 또 청와대 게시판에 '방송통신위원회에 채널A와 TV조선 재승인을 취소하라'는 국민청원을 올리고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민의 국민청원이 아무리 많아져도 실제로 방통위가 채널A 재승인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재승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말해보면 됩니다. 어떤 기업은 정말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 회사가 망하잖아요. 채널A의 그 정도의 사안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채널A에 대해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하고, 그 책임이 어디까지 있는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고요. 그 결과에 따라서 채널A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내용으로 한시적인 재승인이 될 수 있도록 재승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말할 때, 추상같은 엄중함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번 사안에 대해서 그런 메시지가 나오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민언련이 감시해야 할 대상도 많이 늘어 났고요. 그리고 민언련이 예전처럼 모니터만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캠페인도 많이 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좀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해요. 그래서 정말 민언련 회원가입 좀 많이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태그:#김언경, #민언련, #채널A, #검언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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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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