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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자질 검증은 언론의 고유기능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질'이란 정치인의 이력, 업무처리 능력, 특정 의제에 대한 인식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독립언론 <뉴스타파> 보도를 보니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역사관'이다. 

<뉴스타파>는 11일 '윤봉길의 손녀 윤주경의 대한민국' 편에서 윤주경 후보를 면밀하게 검증했다. 

윤 후보는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이변이 없는 한 윤 후보는 21대 국회에 입성한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윤 후보가 독립운동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라는 점이다. 본인 스스로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몸담고 있는 당은 사뭇 괴리감을 들게 한다.

윤주경 후보의 어색한 행보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미래한국당 후보는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부름에 응했다. 친일 장교의 딸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어색한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미래한국당 후보는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부름에 응했다. 친일 장교의 딸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어색한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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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의 이전 행적은 어땠을까? 윤 후보가 공개석상에 존재를 알린 시점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윤 후보는 그해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은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2014년에는 사상 첫 여성 독립기념관장을 지냈다. 윤 후보는 자신의 행적에 대해 지난 7일 KBS1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그 당시에 박근혜 후보가 산업화의 땀과 눈물, 또 민주화의 피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이 헛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뉴스타파> 보도 재인용)

윤 후보의 어색한 행보는 21대 총선 국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윤 후보는 21대 총선 국면에서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를 돕고 있다. 

나 후보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지난 2019년 3월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거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또다시 우리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정쟁이 일어나지 않도록"이라고 말해 역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나 후보를 윤 후보가 돕고 나선 것이다. 

"정치인 역사관 검증은 당연"

<뉴스타파>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윤 후보의 역사관으로까지 검증 범위를 넓힌다. 미래한국당의 모정당인 미래통합당은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뉴라이트' 역사관이다. 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이어오는 '전통'이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윤 후보는 이 같은 역사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윤 후보는 후보 지명 이후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낸 적이 없다. 다만 올해 2월 7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 건국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소모적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건국이 되었느냐로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5천 년의 역사를 가진 자랑스러운 민족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뉴스타파> 보도 재인용)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 윤주경 후보는 건국절 논쟁에 대해 소모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 윤주경 후보는 건국절 논쟁에 대해 소모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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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논란이 소모적이라니, 참으로 놀랍다. 들으면서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 같은 역사 인식은 할아버지의 역사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살펴보자. 
 
"윤주경 후보의 할아버지 윤봉길 의사는 1932년 한인애국단 가입 선서문에서 '적의 장교를 도륙하기로 맹세'한다는 다짐을 자필로 남겼다. 그리고 작성 일자를 '대한민국 14년(大韓民國十四年)'이라고 썼다. 대한민국 원년을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윤 후보가 모르고 있을 리 없는 사실이다."



시청자의 시선에서 볼 때, 먼저 독립운동가 후손인 윤주경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에 공감을 표시하고 반민특위에 왜곡된 시선을 가진 나경원 후보를 돕는 일은 기이하게 보인다.  

더욱 심각한 건 건국절 논쟁이 '소모적'이라는 윤 후보의 역사관이다. 소모적이라고 치부할 만큼 건국절 논쟁은 간단하지 않다. 

1948년을 건국으로 보는 세력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식민지 근대화론 정당화다. 즉 '식민지 치하에서 근대화됐고, 이를 원동력 삼아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주장을 합리화하고자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것이란 말이다. 이 같은 식민지 근대화론은 박정희의 산업화론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식민지 근대화론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어디에 두는지 판가름 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고, 따라서 건국절 논란을 소모적인 공방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윤 후보의 역사인식은 심각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독립운동가였던 할아버지의 행적마저 부정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물론 할아버지와 손녀는 다른 시대를 살아간다.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졌을 때의 대한민국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또 윤 후보가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 태어난 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뉴스타파>의 취재가 윤 후보의 사상검증이 아니냐는 반론의 여지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독립운동가 김근수·전월선 지사의 아들인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뉴스타파>에 "특정 정당이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내세워 그 후손을 영입했을 때에는 국민들에게 그의 역사관을 명확하게 알리도록 해야 한다"며 "언론이 정치인의 역사관에 대한 검증 취재를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정당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뉴스타파> 역시 "유권자들이 윤 후보가 과연 윤봉길 의사와 독립운동의 정신을 잇는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있는지 가장 궁금해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에게 바란다. 윤 후보는 독립기념관장 경험을 살려 21대 국회에서 독립운동 연구 기반을 튼튼히 하고, 국가유공자 예우를 선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가 아닌, 국회의원으로서 윤 후보는 반드시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 

여기에 윤 후보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이상, 선대의 유지를 오늘에 되살려 나가야 하는 윤리적 책무를 명확히 인식하기를 또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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