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프로스포츠가 기약 없는 강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가 가장 먼저 5월 개막을 목표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전경.

야구장 전경. ⓒ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5월 초 개막에 필요한 선수 숙소 확보와 코로나19 감염 방지 관련 지침 등을 담은 공문을 10일 프로야구 전체 10개 구단에 모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 사무국은 오는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다시 점검한 뒤 현 계획대로 정규 리그 개막을 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5월 개막 현실성은?

현재 10개 구단은 5월 초 개막 계획에 맞춰 연습경기를 준하고 있다. 각 구단은 시범경기 일정이 취소되면서 현재 자체 청백전만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막 시점이 정해지면 구단 간 연습경기 일정도 확정된다. 각 구단은 선수의 안전한 동선 확보, 선수-심판 및 관계자들의 일괄적인 마스크 착용, 팬들과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에 필요한 각종 협조사항 등을 꾸준히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시즌이 개막되더라도 일단은 무관중 경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 개막과 관련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긍정적이다. 정부는 지난 4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을 발표하면서 신규 확진환자 50명 이내, 감염경로 미파악자 비율 5% 이내를 목표치로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심각한 유럽이나 북미에 비하여 한국은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서서히 감소 추세다. 코로나 확진자가 지금의 추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국가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에서 하향조정되며 '생활 방역'을 통한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될 경우, 조심스럽게 프로야구 일정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아직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이른 시점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프로야구 개막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비록 무관중 경기라 할지라도 프로야구 개막을 TV중계로나마 볼 수 있다면 스포츠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수 있다. 또한 야구가 중계되는 저녁 시간동안에는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외출을 자제하게 되어 자연스러운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또다른 모범사례될지도...

또한 한국프로야구가 목표대로 5월 개막이 현실화된다면 전 세계 스포츠에 있어서도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이미 도쿄올림픽을 비롯하여 유로 2020, 코파 아메리카, 카타르 월드컵 예선 등 전 세계의 굵직한 국가대항전 이벤트가 줄줄이 중단되거나 연기된 상황이다. 프로스포츠 중심지라고 할수있는 북미·유럽 지역은 물론 아시아의 이웃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도 축구·농구·야구 등 주요 프로리그 개막·재개 시점을 아직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경우 이미 3월 말 개막을 놓치면서 정규시즌 팀당 162경기가 최대 절반까지 축소되거나 아예 올시즌 리그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프로농구(NBA)는 정규시즌 잔여 일정을 포기하고 현재까지의 성적만으로 플레이오프를 단축 일정으로 소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유럽 프로축구는 현재 중단된 각국 리그를 빨라도 6월에나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즌 개막을 강행하려던 중국 프로농구와 일본 프로야구도 모두 자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각국 프로스포츠 일정을 주관하는 연맹과 협회들은 중계권과 각종 스폰서 계약 등 수익성 문제가 직접 걸려있는 만큼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리그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리그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구단과 관계자들이  입을 경제적 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선수나 감독 등 현장 관계자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도 부지기수라는 것도 사회적 불안감을 키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까지 프로스포츠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온 경우는 없다. 프로농구는 선수단이 묵고 있는 원정 숙소에서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전체 리그일정을 중단하기도 했다.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프로야구도 각 구단들이 선수들은 물론 직원이나 관계자들중에서 조금만 이상징후를 보여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철저한 검사와 격리 조치를 단행할 정도다. 여기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 등 우리 사회의 수준 높은 국민의식도 한몫을 담당했다.

한때 한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확산일로를 겪을 때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해하며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한국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길 정도다. 이제 야구를 기점으로 프로스포츠마저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다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극복의 모범사례라는 것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된다.

실제로 외신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 CBS스포츠 등은 한국을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선진국'이라고 높이 평가하며 '한국에서의 프로야구 재개가 전 세계 스포츠계에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의 프로스포츠 재개 여부는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을 만큼 스포츠계는 물론 국제 사회에 있어서도 중요한 잣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결정까지 신중해야...

하지만 아직 프로야구 5월 개막 분위기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오는 19일까지 예정된 정부 차원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현재 진행 중이고, 전국 초중고는 아직 오프라인 개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는 15일 총선을 비롯하여 4월말부터 5월초까지는 황금연휴 기간도 있다. 지금 현재도 종교행사 등 단체모임이나 유흥업소 등 언제든 코로나 사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은 특히 더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또한 시즌이 일단 개막한다고 해도 일정상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KBO는 일단 늦은 시즌 개막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팀당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쿄올림픽 연기로 올여름 예정되어있던 올림픽 휴식기가 사라졌고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로 일정을 강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천순연이라는 변수가 있는 데다 포스트시즌 일정까지 감안하면 목표로 한 11월 말까지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년 일정까지도 감안해야한다. 선수들이 이미 개막이 장기간 연기되며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끌어올린 훈련 효과가 상당히 사라진 상황이다. 여기에 단기간에 올 시즌 리그 일정을 압축적으로 소화하고 다시 짧은 휴식기를 거쳐 내년 시즌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것은 몸 상태에 무리가 올 수 있다. 특히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경우, 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2021년에는 소속팀 일정 외에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올림픽, 두 개의 국제대회를 한꺼번에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되고있는 사회 분위기나, 무조건적인 시즌 개막 가능성에 도취되어 낙관론에만 휩쓸리는 것은 자칫 또 다른 실수가 될 수도 있다. KBO가 선수와 팬들의 건강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여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신중한 운영계획을 논의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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