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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비하' 발언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이 의결된 미래통합당 관악갑 김대호 국회의원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 앞에 도착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세대 비하" 발언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이 의결된 미래통합당 관악갑 김대호 국회의원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 앞에 도착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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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관심이 코로나19에 집중된 가운데 자기 존재를 대중에게 강렬히 각인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21대 총선에 출마해 막말 정치로 관심을 끄는 후보들이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 알리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정치 신인들을 무색하게 하는 후보들이다.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김대호 미래통합당 후보는 막말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선 경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후보 및 김성식 무소속 후보와 맞붙은 그는 지난 6일 3040세대를 향해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 말했고, 이어 다음날(7일)에는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그는 당으로부터 제명됐다.

세월호 막말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경기 부천병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도 막말 대열에 빠지지 않았다. 2006년 보궐선거 및 2008년 18대 총선에 당선된 뒤 2012년 19대와 2016년 20대 때 낙선한 그는 6일 녹화되고 8일 방송된 후보자 토론회에서 '세월호 텐트에서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라고 주장하며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를 토론회 중 내뱉었다. 그럼에도 당은 그를 제명이 아니라 탈당 권유 선에서 마무리했다.

운동권 출신의 정치 신인인 광주 서구갑 주동식 미래통합당 후보는 5·18의 땅, 광주에서 항쟁의 역사를 모독하는 막말을 내놓았다. 그는 8일 방송 연설에서 "광주는 1980년대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 과거 비극의 기념비가 젊은이들의 취업과 출산을 가로막는 도시로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9일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민주화의 성지라는 미명 하에 비극을 기리는 제사가 마치 본업처럼 되었다"며 "운동권들이 5·18과 민주화를 내세워 생산과 관계없는 시설과 행사를 만들어내 예산 뜯어내 무위도식하고 있다"면서 돈 문제까지 거론했다.
 
 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왼쪽)와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
 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왼쪽)와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
ⓒ 남소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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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의 원동력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돈도 써야 하지만,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에 처음 입문했거나 낙선 경험이 많은 후보들은 특히 그렇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발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에 찍히는 소소한 표정과 몸짓까지도 세세히 신경 쓰는 후보들이 그보다 더 중요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리 없다.

모든 경우에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인이나 총선 후보들의 발언은 대부분 준비된 선거전략에서 나온다. 김대호·차명진 후보는 최근의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지 못하고 과도한 발언을 해서 같은 당에서조차 비판받게 됐지만, 이런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막말의 상당 부분은 의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 대다수는 '문제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되,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명확히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막말을 한다. 생각 없이 그냥 내뱉는 말이라지만, 법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5·18이나 친일청산·위안부·남북문제·세월호·소수자 문제 등과 관련된 정치인이나 총선 후보들의 막말에는 공통적인 공식이 담겨 있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첨예한 이슈를 선정한 뒤, 의견이 대립하는 두 집단 중 한쪽에 대해 극단적 지지를 표시하고 다른 쪽에 대해서는 극단적 혐오를 표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쟁점들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일부 세력의 격렬한 반발 역시 존재한다. 쟁점에 관한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부 세력에 대한 동조를 표하는 동시에 다수의 대중을 자극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논쟁이 첨예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소수인 일부 세력의 입장을 지지하게 되면, 반대쪽에 있는 다수 대중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나 지위의 손상이 있을 수도 있고, 심하면 신변의 위협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막말을 하는 것은 용기나 소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이기는 하지만 강력한 결집력을 보이는 동조자 집단이 자기를 지지해줄 거라는 신뢰감이 막말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이나 공직 후보가 사회적 논쟁이 전혀 없는 문제에 대해 막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민 전체를 자극할 만한 망언을 하는 정치인은 찾기 힘들다. 자기편 집단에 대한 신뢰감이 있을 때라야 막말을 하는 것이다. 김대호·차명진 후보는 자기편 분위기를 지나치게 유리하게 해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분리주의 정치세력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3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줄을 서 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국민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사진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3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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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전략은 정치인의 직업적 소명과 정면 배치된다. 정치인은 사회를 통합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논쟁이 첨예한 소재를 골라 어느 한쪽을 극단적으로 지지하고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것은 정치인의 소명과 충돌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한다면 정치인이 아니라 분리주의자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국민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국민을 이간질할 만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국민대표가 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막말 정치는 일부 사람들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한반도 분단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치체제 자체가 막말 정치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막말 정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8·15 광복으로 잠시 수세에 몰렸던 친일파와 보수세력이 되살아난 것은 막말 정치 덕분이었다. 그들은 해방 뒤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 사회개혁과 단독정부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을 빨갱이나 좌파로 매도하면서 이 세력에 대해 막말을 퍼부었다.

이들의 막말 정치가 미 군정 및 이승만 정권의 군사적·재정적 지원에 더해 서북청년단 등의 폭력과도 결합하면서, 해방 뒤의 새로운 세력은 빨갱이나 좌파로 매도되고 화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막말 정치를 주도한 분리주의 정치세력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국민 전체의 통합을 지향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 상호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나라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분리주의 정치세력이 친일청산을 훼방하는 과정에서도 막말 정치가 동원됐다. 1919년 임시정부 헌법을 계승하는 1948년 헌법 제101조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친일청산과 반민특위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렇게 헌법적 근거 하에 반민특위가 친일청산을 추진했는데도, 친일파 및 보수세력은 반민특위를 손쉽게 해체했다. 이것 역시 막말 정치의 소산이었다.

1948년 8월 27일에는 친일청산 반대자들이 국회 방청석에서 "국회에서 친일파를 엄단하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빨갱이다"라는 막말 삐라를 뿌렸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공포된 그해 9월 23일에는 친일파들이 서울운동장에서 '반공구국 총궐기 대회'를 열어 '친일청산=빨갱이'라는 막말을 퍼트리며 친일청산을 약화시켰다.

이렇게 친일파 및 보수세력의 권력 유지를 위해 본격화된 해방 직후의 막말 정치가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나 경과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남북은 물론이고 남(南)마저도 하나로 통합할 의사가 전혀 없는, 국민 편 가르기에만 열중하는 분리주의 정치세력이 아직도 대한민국 정치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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