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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마를 육성하는 목장.
 경주마를 육성하는 목장.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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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들녘은 말 사육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가 없고, 달리는 말에 장애가 될 만한 것들이 없다. 비가 많고 따뜻한 온대성 기후는 말들이 먹을 풀을 무한히 제공한다.

몽골 간섭기에 원 조정이 지금의 성산읍 수산평에 목마장을 설치해 말을 키운 것이나, 조선시대 김만일이 말을 키워 부를 일구고 임진외란과 병자호란에 약 1000마리의 말을 바친 것에서 제주의 좋은 여건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국내 경주마를 육성하는 266개 목장 가운데 203개(76%)가 제주도에 소재했고, 씨암말 2495마리 가운데 2120마리(85%)가 제주에 있다. 제주도는 한국 말산업의 중심지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제주의 말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서귀포시에 경주마를 육성하는 정아무개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경영에 위기를 맞았다. 정 대표는 D목장에 경주마를 육성하는데, 직원 4명의 인건비와 사료비 등으로 월 2000여 만원을 지출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마가 열리지 않고, 말 경매도 열리지 않아 수입이 뚝 끊겼다.

경주마생산자들은 목장에서 어미말로부터 새끼를 낳아 6개월에서 2년을 키운 후에 마주들에게 판매한다. 말을 판매한 대금과, 생산한 말이 경주에서 상위에 입상했을 경우 받는 생산자 상금이 목장의 주요 수입이다.

D목장에서 올해 태어났거나 태어날 어린 말은 총 15마리다. 지난해도 비슷한 수의 말이 태어났는데, 지난해 태어난 것 가운데 12마리와 올해 태어난 것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그런데 경마가 중단되고 경매시장도 닫혀 정 대표는 목장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대표는 "월 2000만 원이 넘는 고정비 지출이 있는데 수입이 막혔다"며 경주마생산자들이 대부분 자신처럼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한국마사회는 지난 2월 23일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경마를 중단했다. 현재까지는 오는 4월 23일까지 경마를 중단한다는 방침인데, 그 이후에도 경마장이 열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마사회가 경마를 중단하면서 경주마들을 경마에 출전시킨 마주들의 수입이 사라졌고 마주들은 경영난을 겪으면서 경주마 구입을 꺼리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회장 김창만)가 정부 지침에 따라 경주마 경매시장을 폐쇄했다. 경주마생산자협회는 당초 3월과 5월, 7월, 10월, 11월 등 연 5차례 경주마 경매시장을 열 계획이었다. 한 번 시장이 열리면 회당 50여 마리의 경주마가 거래되는데, 거래가 중단되면서 생산자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경주마생산자협회가 경매 일정을 당초 일정에서 각각 두 달씩 뒤로 미뤘는데, 경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경주마는 총 1312두인데 이중 1172두가 제주에서 생산됐다. 전국 경주마의 89%가 제주에서 생산되는 실정이다.

어린 경주마 가격은 월령과 혈통, 관리상태 등에 따라 마리당 평균 5000만 원 안팎에 이른다. 도내에서 1년간 거래되는 경주마를 최소 1000마리로 잡아도 500억 원 규모의 시장인데, 코로나19의 여파로 그 시장이 굳게 닫혔다.

최근 제주자치도가 사료구입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준다고 해서 농가들이 융자를 신청했다. 그런데 생산자들의 기대와 달리 제주자치도의 사료비 지원금은 양돈농가 위주로 편성된 걸로 확인됐다.

제주자치도는 올해 '농가사료 직거래 활성화 지원사업'에 177억 원을 배정했다. 농가에 금리 1.8%의 저금리 융자를 지원해 농가가 외상이 아닌 현금으로 저렴하게 사료를 구매할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그런데 177억 원 자금 가운데 약 126억 원을 양돈농가 지원에 배정했다. 나머지 51억 원을 한우와 말, 닭 등을 사육하는 농가에 배분해 지원한다는 구상인데, 경주마생산자들이 받을 혜택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경주마생산자협회에는 현재 136여 농가가 속해 있고 비회원도 76농가나 된다. 이들은 경마가 열리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농가들은 정부가 농가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무관중경마나 화상경마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 여파로 1000년 이어온 제주 말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서귀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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