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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0일이다. 일상이 사라진 지 50일이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0일째 되는 날인 7일 아침의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첫 확진자가 나오고 3주간 대구는 암흑의 도시였다. 대부분 상가가 문을 닫고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없었다. 밥 먹을 식당이 없어서 도시락을 사서 출근해야 했고, 아이들은 학원도 학교도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자가격리 상황에 처했다.

가장 정점을 찍던 2월 말~3월 초가 지나고 확진자 수가 점점 줄어들자 삶의 바퀴는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닫았던 상가는 문을 열고 아이들은 밖으로 나왔다. 공원에 강아지와 사람들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 차들이 늘어났고, 식당도 거의 대부분 문을 열었다.

50일이 되는 오늘 아침 출근길, 몇 군데 막히는 도로가 있다는 지역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왔고 대중교통에도 사람들이 훨씬 늘었다. 이번 주부터 회사도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전원 매일 출근으로 전환했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식당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 역시 상가들의 음악 소리가 커져 있었다.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4.7. 퇴근 시간 대구 공평사거리
 4.7. 퇴근 시간 대구 공평사거리
ⓒ 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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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불안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표면적으로는 언제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가 증폭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50일간 대구 시민들에게 주어진 심리적 상황도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존재 자체가 바이러스 취급을 받기도 했다. 기본적인 생명권과 건강권을 유지하기 위한 병원 진료에서도 배제되기도 했다. 이동할 수 있는 권리도 철저하게 통제 당했다.

'지금 대구는 사람들이 가게 문을 열고 움직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아마도 쏟아질 비난도 충분히 예상되어 슬프다. "지금 때가 어느때인데", "이 모든 게 대구 때문인데", "대구 사람들 양심도 없네"라는 말들일 것이다.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대구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쏟아지던 비난보다 더 아플 것 같다. 먹고 살기 위해서 가게 문을 열어야 하고 감염자일 수도 있는 손님을 만나야 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진통제로 버티던 이들도 치과나 피부과 같은 급하지 않았던 치료도 이제는 해야할 것 같다.

물론 물리적 거리두기는 매우 절실하게 필요하다. 방심하는 순간 이 몹쓸 감염병은 어디서 기지개를 켜고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코로나19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말을 하며 답답함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왜 가게 문을 열었냐고 비난만 할 수는 없어 보인다.

50일을 맞는 오늘도 어김없이 모든 대구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 중이었다. 작은 식당이나 상점들조차 하루에 2회 이상 소독을 하고 있다. 가게들은 물리적 거리두기를 위해 수익 대신 테이블 수를 줄이고 간격을 넓혔다. 다수인들이 모이는 시설은 아직 멈춰 있고, 부활적 미사, 예배와 부처님 오신 날이 몰려있지만 종교 행사도 잠정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예외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대구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행이었지만 전국에서 처음으로 혹독하게 맞은 코로나19 상황은 지금 대구를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대구라서 그런 게 아니에요"
 
자발적 거리두기가 익숙한 시민들 4월 7일 대구 지하철 퇴근길
▲ 자발적 거리두기가 익숙한 시민들 4월 7일 대구 지하철 퇴근길
ⓒ 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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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온 지 4년차가 되어간다. 대구라는 도시에서 마주하는 숨 막히는 상황들도 물론 많았다. 사실 이렇게 대구를 변호하기에 앞서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더 컸다. 도저히 바뀔 것 같지 않은 정치 성향, 보수성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편협함과 남성중심적인 가치관과 행정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 같은 것들은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대구가 더 이상 혐오나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또 어떠한 이유로도 비난 받겠지만, 코로나19와는 좀 연관 짓지 않아 주기를 바란다.

대구가 아니라 다른 도시였다면 또 다른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도 나와 다르긴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다. 연대의 기적을 위해 "힘을 내요, 대구"라는 것 말고도 "대구라서 그런 게 아니에요"라는 말도 같이 얹어주면 좋겠다.

지금 대구는 아주 조심스럽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아주 조심스럽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민 중복 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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