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선> 관련 이미지.

영화 <유령선> 관련 이미지. ⓒ 왝더독

 

참사 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누구도 명확하게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국가가 사회적 참사로 규정했고,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진상 요구가 있었지만 2020년 현재 우리 눈과 귀에 들어오는 소식이라곤 관계 당국의 조사 방해 의혹 같은 답답한 소식뿐이다. 침몰 원인을 짚는 몇몇 뉴스가 있었지만 이 역시 속 시원하진 않아 보인다.

김지영 감독은 2018년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로 세월호 침몰은 사실상 외력에 의한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 등이 내부결함에 의한 침몰, 즉 내인설에 무게를 뒀던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이었다. 파장은 컸고, 일각에선 음모론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김지영 감독은 당시 주장에서 좀 더 나아간 결과물을 들고 왔다. 2019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유령선>은 <그날, 바다>에서 힘을 실어 주장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Auto Identification System)를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 AIS 데이터를 근거로 세월호가 정상 운행 중이었고, 선원의 미숙한 운행이 사고의 원인이라 발표했다. <그날, 바다>는 사고 순간 최초 목격 선박으로 알려진 둘라에이스호의 데이터와 해군 레이더, 주변 관제센터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며 정부가 제시한 원문 데이터가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유령선>은 김지영 감독 측이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게 전달할 자료를 정리하다 발견한 몇 가지 단서에서 비롯됐다. 영화적 구성만 놓고 보면 AIS 작동 원리 요약과 함께 전문가와 제작진 인터뷰로 채워졌기에 다소 헐겁게 보이는데 그 내용 자체가 논리적이라 조금만 집중한다면 충분히 제작진이 제기하는 의혹을 납득할 수 있다.

영화는 초반과 중후반 곳곳에 게임엔진을 활용한 3D 애니메이션을 배치했다. 전작에서 재연 배우를 활용했다는 것과 차별화했다. 딱딱하고 설명적인 내용 전개를 상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력설'을 탄탄하게 다지다
 
 영화 <유령선> 관련 이미지.

영화 <유령선> 관련 이미지. ⓒ 왝더독

 
<유령선>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AIS 원문 데이터 조작이 생각보다 쉬우며, 상상 이상으로 전 정부가 치밀했다는 것이다. 배 위에 있는 선박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AIS 데이터가 관제센터에도 나왔고, 그 데이터가 한 스웨덴 군함의 것과도 일치한다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제작진 확인 결과 그 스웨덴 군함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해당 데이터가 품고 있는 위치 정보를 추적하니 중국의 한 도시였다. 

숨 가쁘게 밀도 높은 정보를 엮어낸 <유령선>의 결론은 사고 당시 세월호의 항적을 속이기 위해 그와 연관된 1000여 척의 선박 데이터까지 조작됐다는 사실이다. <그날, 바다>에서 건드린 외력설을 조금 더 탄탄하게 다지는 방법으로 AIS 조작 용이성, 조작 가능성을 강화한 셈.

<그날, 바다>를 보지 않았다거나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면 분명 <유령선>은 어렵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참사에 조금이라도 아파했다면, 그리고 함께든 속으로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면, 우린 끈질기게 묻고 따져야 할 의무 또한 있다.
 
영화 <유령선> 관련 정보

감독: 김지영
제작 및 제공: 왝더독필름
공동제공 및 배급: 엣나인필름
상영시간: 49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49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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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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