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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예 어르신이 창살에 남은 창호지를 꼼꼼히 떼 내고 있다.
 김숙예 어르신이 창살에 남은 창호지를 꼼꼼히 떼 내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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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완전한 봄이다. 낮이 훌쩍 길어지고, 농사를 준비하는 손길들이 분주해진다. 곧 봄비가 내리면 푸르른 계절이 올 것이다.

봄을 맞아 새로운 옷을 갈아입은 곳이 있다. 지난 2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윤봉길의사유적지 곳곳에는 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 4명이 합을 맞춰 창호지를 떼고 붙인다.

미리 물을 뿌려 문에 붙은 창호지를 불려놓고 김숙예, 최영자 어르신이 깔끔하게 떼어내면, 최경묵 사장은 창호지에 풀을 붙이고 이현수씨가 그것을 붙인다. 어느새 문 하나가 하얀 새 옷을 입었다.

"창호지는 직접 붙여봐야뎌유~"

창호지를 바르는 작업은 빨리 끝나는 것도, 크게 능률을 따지는 작업도 아니어서 그저 묵묵히 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깔끔하게 떼어내고 꼼꼼히 붙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현수씨가 간단하다는 듯 한마디 하더니 "요즘에는 대부분 전통식 문을 달아놓은 사찰 등에 작업을 해요. 건축물은 현대식으로 새로 지었어도 문은 이렇게 전통문으로 창호지를 붙인 곳도 있고요. 옛날 문은 경첩 대신 돌쩌귀로 돼 있어 문을 떼고 붙인 뒤 다시 달았어요"라고 설명을 잇는다.

창호지는 닥나무를 소재로 해 자연 채광을 은은하게 받을 수 있어 아늑하고, 습기를 머금고 뱉어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요즘에는 찢어지거나 뚫리지 않도록 아크릴 소재가 섞인 아크릴창호지나 부직포창호지도 사용한다.

이젠 전통한옥이나 문화유적지에서만 하는 작업이 됐지만, 현장에는 아직 훈훈한 옛 감성이 남아있다.
 
 풀 바른 창호지를 잘 붙이면 새단장 완성이다.
 풀 바른 창호지를 잘 붙이면 새단장 완성이다.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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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야 집집마다 솥에 풀을 쒀 해마다 문종이(창호지)를 갈았지요. 중간중간 찢어지면 조각조각 잘라 구멍을 메웠죠. 애들이 하도 구멍을 파니까 메우고 바꿔주는 게 일이었어요"

김숙예 어르신이 꼼꼼한 손길로 창호지를 떼어내며 이야기 보따리를 꺼낸다.

"우리 집이 옛날식 집이라 여태까지 창호지를 붙이는데, 이제는 애들이 다 크고 나가 없으니 구멍 뚫릴 일도 없어 자주 바꾸진 않아요. 얼마 전 3년 만에 새로 발랐는데 새단장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생생한 경험담은 덤이다.

"벼 이삭 훑고 나면 뭉쳐놓는 빗자루를 풀비라고 했어유. 문종이에 풀 바를 때 쓰는 거쥬. 어렸을 때는 풀비로 풀 바르는 게 그렇게 재밌었는데."

"나중에 창호지가 살짝 떨어지기라도 하면 먹다남은 밥풀로도 붙이고 그랬쥬"


어느새 추억 소환장이 된 광현당 작업현장에 '껄껄껄' 웃음소리가 퍼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윤 의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사당과 저한당, 광현당, 부흥원은 새단장을 마쳤고, 추사고택도 새옷을 입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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