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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나라들은 유엔이 매년 실시하는 '행복지수 조사'에서 늘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두텁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북유럽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의 사례를 싣는다.[편집자말]
 
 코펜하겐 시내 니하운 근처의 4월6일 풍경. 봄은 왔지만 시민들은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The landscape on April 6 near Nyhaun in Copenhagen.  Spring has come, but citizens are not enjoying it.)
 코펜하겐 시내 니하운 근처의 4월6일 풍경. 봄은 왔지만 시민들은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 Lennart Bør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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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나는 그 덴마크에서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 우리는 이 행복한 나라에서 별 걱정 없이 살았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없고,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도 의료비도 전액 무료인 나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누리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 행복한 나라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먹구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인구가 550만 명인 덴마크에는 4월 6일(현지시각)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4647명이며 이중에 187명이 사망했다. 인구규모가 한국의 10분의1인데 사망자는 한국과 비슷하다. 덴마크 사회가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고 있고, 중환자의 규모가 통제 가능한 의료시스템 범위에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코로나 중환자 92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을 갖추고 있는데, 6일 현재 139개만 중환자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덴마크는 유럽 나라들 중에서는 드물게 코로나19 터널의 끝을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을 닫았던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들이 4월 15일 다시 문을 연다.

차단전략 실패 후 완화 전략으로 찾아낸 '희망'

처음 코로나19 뉴스가 중국발로 덴마크에 보도되었을 때, 대부분의 덴마크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설마 여기까지 오겠어? 우린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덴마크 보건당국도 국민들에게 "너무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 의료시스템은 대처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덴마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2월 27일이었는데, 그로부터 2주도 안 된 3월 11일 전 사회가 통제에 들어갔다. 모든 학교와 관공서가 폐쇄되었고, 민간 회사들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메테 트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차단 전략 실패'를 이야기했다. 덴마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전략에 실패했으며, 이제부터는 완화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더 이상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거나 증상이 의심되는 모든 사람들을 검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증상이 심한 사람의 숫자가 덴마크의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덴마크는 한국처럼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대해 빠르게 검사를 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내 동생은 은퇴자들을 위한 공동주택에서 일하는데 그곳의 거주자 4명과 7명의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그런데 이 공동주택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이후 모든 거주자와 직원들이 검사를 받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덴마크는 오래 전부터 모든 의료비가 무료여서 코로나19 검사비와 치료비도 완전 무료다. 그 점은 참 좋은데 단점은 어떨 땐 이 시스템이 매우 느리게 작동된다는 점이다.

요즘 모든 덴마크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병원의 병상, 중환자실, 인공호흡기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집중되어 있다. 중증환자가 한꺼번에 늘어나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오랜 전통, 공동체 정신으로 위기 극복

다행스럽게도 덴마크의 코로나19 완화정책은 현재까지 효과가 있는 듯하다.

3월 30일 메테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는데, 코로나19 먹구름이 덴마크를 덮친 이후 처음으로 '좋은 소식'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완화 전략이 성과가 있는 듯하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꺾이고 있다. 덴마크 전역의 중환자실은 현재 10%만 쓰고 있으며 아직 90%의 여유가 있다."

이렇게 정부 최고 지도자가 완화 전략의 성공을 조심스럽게나마 밝힌 것은 유럽의 여러 나라 중 덴마크가 거의 처음이다. 이는 아마도 덴마크가 유럽 나라들 중에서 거의 맨 처음으로 3월 14일 국경을 봉쇄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는 당시 코로나19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도 유럽에서 폴란드, 체코에 이어 세번째로 국경을 닫았다.
 
 덴마크와 스웨덴 국경 검문소.
 덴마크는 3월 14일 유럽 국가 중에서도 매우 초기에 국경을 봉쇄했다. 사진은 덴마크-스웨덴 국경 검문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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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절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왜 모든 국민이 2주간 더 '집에 머물기'를 해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만약 계속 '집에 머물기'가 잘 되어서 새로운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의료시스템의 범위 안에서 중증환자를 돌볼 수 있다면 정부는 점진적으로 사회를 정상화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메테 총리는 담화에서 덴마크의 오랜 전통인 공동체 정신을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깊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걱정과 희망을 함께 나눕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힘이 있습니다. 그건 간단히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소중한 것입니다. 그 힘이 바로 공동체 정신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압니다."

총리의 이 연설은 덴마크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연설을 들은 평론가 중에는 "현대사에 있었던 여러 총리들의 연설 중에 최고였다"고까지 평하는 사람도 있다. 총리의 지지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메테 총리는 4월 6일 다시 국민 앞에 나타나 또 하나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오는 4월 15일에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의 문을 다시 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코로나 중환자 수가 5일 연속 줄어들고, 병원 전체 병상의 90%가 아직 여유 있는 점에서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야당, 언론의 3각 협력
 
DENMARK PANDEMIC CORONAVIRUS COVID-19 Denmarkapos;s Prime Minister Mette Frederiksen during a press briefing on COVID-19 in the State Department in Copenhagen, Denmark, 6 April 2020. Countries around the world are taking increased measures to stem the widespread of the SARS-CoV-2 coronavirus which causes the Covid-19 disease.
 지난 4월 6일 덴마크의 메테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EPA/Philip Dav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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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는 집권당이 운영하는 정부와 야당이 서로 협력하는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사태에 정부와 야당의 협력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야당 지도자들은 미테 총리의 코로나 국면 대처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정부와 야당의 초당적 협력에 박수를 보내고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비록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사태에서 몇 차례 전략을 수정했지만, 대부분 언론들은 비판적인 질문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비판적 질문들도 하고 있지만.

덴마크에는 지금 식료품 공급이 충분하다. 식당들까지 문을 닫고 본격적으로 '집에 머물기'를 시작한 지 며칠만 슈퍼마켓의 선반들이 텅텅 비었지만 곧바로 정상화됐다. 이제 사람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패닉은 없다. 덴마크 국민들은 정부가 몇 차례 전략을 바꿔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초등학교는 4월 15일 다시 문을 열지만, 중학교 이상의 학교들과 쇼핑몰, 식당 등은 5월 10일까지 계속 문을 닫는다. 축제 등 큰 행사는 오는 8월 예정인 것까지 모두 취소됐다. 매년 여름에 코펜하겐이나 로스킬데에서 열리는 음악축제 등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어서 코로나19사태가 끝나 덴마크가 예전의 평온한 행복사회로 되돌아가면 좋겠다.

[English version] Denmark seeks the end of the Corona19 Turnel with Community Sprit
   
 수느 코베로(Sune Kobberø)
 글쓴이 수느 코베로(Sune Kobberø)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수느 코베로(Sune Kobberø)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연합회에서 간부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교육관련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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