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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이켜 보면, 많은 강대국들이 있었다. 중국의 원나라, 인도의 무굴 제국, 페르시아와 같은 국가들은 주변 국가를 제압하고 위세를 떨치는 강한 나라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 판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국가는 유럽과 미국을 포함하는, 서양에 위치한 나라들이다.

경제 대국이나 강한 해군을 가진 해양 강국은 과거 유럽 이외 지역에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정화의 대함대가 주변 지역을 탐사하는 원정을 기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원정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판도를 정하지 못했다.

반면, 근대 유럽 문명은 주변 지역을 정복하고 진출했다. 그들은 산업 혁명을 이룩했고, 경제 발전을 통해 세계에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윤곽을 정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 그 분기점은 무엇이었을까?
 
그해, 역사가 바뀌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주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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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역사가 바뀌다>는 저명한 역사학자인 주경철 교수의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의 대전환을 이룬 4개의 연도를 지목, 그 당시 있었던 결정적 변곡점에 대해 설명한다. 그 변곡점들은 역사의 방향을 바꾸었고, 세계를 재편했다. 그리고 그 변곡점의 길 위에 우리 문명이 서 있다.

4개의 연도는 1492년, 1820년, 1914년, 1945년이다. 1492년에는 콜럼버스가 대서양 항해에 성공, 아메리카 대륙에 건너간 해다. 1820년에는 중국의 패권을 넘어서 서양 문명이 다른 지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1914년은 인간에 의해 나그네비둘기가 멸종한 해이고, 1945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책이 다루는 첫 해는 바로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떠난 1492년이다. 콜럼버스는 제노바 사람으로, 스페인 여왕의 지원을 받아 항해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신항로를 개척함으로써 세계 각국에 영향을 끼치는 발판이 되었다.

놀랍게도, 저자에 따르면 콜럼버스의 모험은 사실과 달리 왜곡된 것이 많다고 한다. 우선, 콜롬버스는 천재적이고 과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후일에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신화가 탄생했다. 그중 하나가 콜럼버스가 대학을 졸업, 과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서쪽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직조공의 아들로 초급 학교를 다니고, 선원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과학을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학을 통해 세계 지리를 배웠다. 여기에 자신이 경험하며 쌓은 항해 지식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또한 콜럼버스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물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강화시키기 위해 육지가 바다보다 크다는 주장에 집착했다. 그가 남긴 책이나 자료에는 자신의 편견에 부합하는 부분에만 많은 주석이 달려 있다고 한다. 종교적 열정도 매우 강한 인물로, 스스로를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콜럼버스의 항해는 유럽인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기반이 되었다. 이전에 해양 강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던 나라는 중국이었지만, 중국은 해양 진출을 포기했다.

중국과 인도는 오랜 세월 세계 경제의 주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820년, 유럽의 경제가 다른 지역의 경제를 추월하는 변곡점을 지났다. 발달된 사회에 힘입어 유럽이 나아가는 동안 중국, 인도를 비롯한 타 지역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서양 우위의 세계가 성립되었다.
 
세계 경제는 새롭게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 꼭대기에 올라탄 서구가 세계의 경제적인 패권을 차지합니다. 이때 서구는 단순히 상대적으로 앞서간 게 아닙니다. 영국의 산업이 몇 천 년 간 지속되어온 전통적인 인도의 직물업을 몰락시켰던 것과 같이 아시아 세계를 몰락시키고 그것을 발판 삼아 질주한 것입니다. -148~149P
 
이후 서구 문명은 다른 종을 파괴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게 되었고, 1914년 아메리카 대륙에 넘쳐나던 나그네비둘기가 멸종한다.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는 동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을 정당화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 2차 세계대전은 1945년에 종료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문명과 죽음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역사의 변곡점을 소개하면서 여러 가지 의문점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인간은 문명화되면서 폭력과 멀어지고 안전한 세상으로 나아갔는가, 아니면 폭력적인 증오의 시대로 나아갔는가? 환경 위기의 시대에 인간은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기초적인 역사 지식을 제공하고 편견을 깨부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이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저자가 '건명원'에서 진행한 역사 강의를 묶어 만들었기 때문에 글도 전반적으로 읽기 쉽다. 주제는 한정적이지만, 주제를 둘러싼 배경은 넓게 제공한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21세기북스(2017)


태그:#주경철, #역사, #인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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