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포스터.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포스터. ⓒ 소니 픽처스 코리아

 
2018년, 혜성같이 등장한 애니메이션 한 편이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지만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화끈한 영화를 거의 내놓고 있지 못한 소니 픽쳐스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이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누구도 생각할 수 없던 대반전이었던 셈이다.  

흥행에서는 역대급은커녕 인상적이지 않은 성적을 남겼지만, 비평에서는 인상적인 걸 훨씬 넘어서는 역대급의 기념비적 평가를 받았다. 제대로 터진 상복으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데, 미국·영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는 물론 크리스틱 초이스와 새턴 어워즈와 애니어워드 그리고 미국 내 비평가협회상 다수를 차지했다. 2010년대 들어 절대적 포스를 뿜었던 디즈니·픽사의 독주를 막은 몇 되지 않은 작품 중 하나인 것이다.

작품은 압도적 스토리가 아닌 압도적 비주얼로 평가받았다. 스토리로는 디즈니에 멋대로 무엇이든 붙어버리는 이상 현상을 겪고는 스파이더맨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캐고자 방사능 거미에게 물린 곳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차원이동기가 숨겨져 있던 장소를 발견하고 곧이어 스파이더맨과 그린 고블린의 싸움을 목격한다. 

마일스를 구해내는 스파이더맨, 그는 다시 차원이동기를 부수러 가지만 적들의 기습에 밀리고 만다. 와중에 차원이동기가 과부하되며 폭발하고 근처에 있던 스파이더맨이 크게 다친다. 이제 차원이동기 파괴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필수적 임무가 되었다. 마일스에게 차원이동기를 부술 키가 되는 USB를 건네고는 곧 죽임을 당한다. 마일스는 스파이더맨 능력을 시험하다 USB를 부수는 실수를 하고 스파이더맨 묘지로 가서 용서를 비는데, 죽은 줄 알았던 피터 파커가 모습을 보인다. 

엉겁결에 동행하는 마일스와 피터, 알고 보니 피터 파커는 다른 차원에서 온 22년 차 스파이더맨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관심없던 피터 파커는 마일스의 설득으로 차원이동기 파괴 프로젝트에 합류하지만, 초짜 스파이더맨과 늙다리 스파이더맨의 조합으론 역부족이다. 적들에게 쫓기던 중 그들은 또 다른 스파이더맨들의 도움을 받는데... 

'평범'한 스파이더맨의 '성장'

우리는 다양한 슈퍼히어로들이 한 차원에서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모습에 익숙하다. 비록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나아가 열광하기까지 한다. 한 명만 나와도 열광하는 판에 다다익선이라고 많을수록 더욱 열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당연한 인기와 더불어 <저스티스 리그>의 하찮은 만듦새와 인기가 이상할 뿐이다. 

반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똑같은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다양한 차원화와 그에 따른 정체성에 역점을 두었다. 이 또한 억지스럽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스파이더맨이기에 가능한 세계관이다.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스파이더맨은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피터 파커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친숙한 이웃이다.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이 되기 위해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단히 노력했다. 

스파이더맨 하면 떠오르는 '평범'과 '성장'은 이 작품에서도 주요하게 작용한다. 평범한 마일스가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하기. '왜 하필 나일까'라는 의문이 '나만 세상을 구할 스파이더맨이다'의 숙명론으로 발전하는데, 다양한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출현해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수많은 평범성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하여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 

평범성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 말 그대로 '새로움'을 얹혔다. 사건은 언제나 새롭기에 충당할 수 있지만 캐릭터의 진부함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차원을 달리하는 동일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과 정체성으로 무한대에 가까운 세계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는 이 작품을 계기로, 영화 안팎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오갈 수 있는 자유와 다양한 차원에서 캐릭터를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얻었다. 성공적으로 합당한 먹거리를 발견할 걸 축하한다고 하고 싶다.  

새로운 애니메이션 문법

뭐니뭐니 해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미덕은 주지했듯 비주얼에 있다. 여타 명작 애니메이션들은 원작에서 스토리와 세계관과 캐릭터 등을 가져와 정해진 애니메이션 문법에 입혀 성공해왔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에 머물지 않고 명실상부 영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영상 혁명의 방법론으로 리얼리즘에 기초한 화려함과 정교함을 주무기로 채택해서는, 스토리와 메시지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이 작품은 영상 혁명의 방법론으로 만화책 원작의 형식적 문법을 애니메이션으로 가져와 고스란히 입히는 파란을 일으켰다. 즉, 기존엔 애니메이션이 주가 되었다면 이 작품은 만화책 원작이 주가 된 것이다. 역발상으로서의 발상을 실제에 옮겼고, 모두가 납득 가능한 결과를 이끌어내었다. 우리는 영화로서의 애니메이션이 기본 장착된 작품에서, 만화책으로서의 애니메이션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기본에 충실, 또는 기본으로 돌아감으로써 오히려 혁명을 이룩한 사례라고 하겠다. 더불어 이 작품이 사랑스러운 건, 지극히 세련되고 신세대적인 OST에 있다. 영상 혁명 방식과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고도 할 수 있는 OST 방법론은,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만듦새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대적·현실적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애니메이션 문법을 내놓은 것이다. 

모든 걸 내놓은 소피 픽쳐스 애니메이션이 다음 세대의 선두주자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건 분명하다. 작품을 접한 모든 이가 만장일치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슈퍼 히어로가 애니메이션으로 진출한 최초의 사례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도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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