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팬덤 없이도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볼빨간 사춘기가 변화를 단행한다.

볼빨간 사춘기의 소속사 쇼파르 뮤직은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볼빨간 사춘기에서 기타와 코러스를 담당하던 멤버 우지윤이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하고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볼빨간 사춘기는 새로운 멤버의 영입 없이 안지영 혼자 팀을 이끌어 가는 '1인 밴드' 체제로 활동을 이어간다. 1인 체제로 재편한 볼빨간 사춘기는 오는 5월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팀을 떠나는 우지윤은 자필 편지를 통해 "더 늦기 전에 지금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든 팀을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우지윤은 친구 안지영에게도 볼빨간 사춘기를 바라보는 팬과 친구로 돌아가 응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홀로 남은 안지영은 자신을 서포트하던 든든한 친구 우지윤 없이도 볼빨간 사춘기의 명성을 예전처럼 유지할 수 있을까.

토이부터 10cm까지, 멤버 탈퇴 후 원맨팀으로 성공한 가수들
 
 권정열은 윤철종 탈퇴 후에도 십센치라는 팀 이름을 지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권정열은 윤철종 탈퇴 후에도 십센치라는 팀 이름을 지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사실 가요계에서는 볼빨간 사춘기 이전에도 팀으로 시작했다가 솔로로 남아 성공한 뮤지션들이 적지 않다. 안테나 뮤직의 수장 유희열은 1994년 엔지니어 윤정오와 함께 토이라는 팀을 결성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2집부터 윤정오가 팀에서 빠지면서 토이는 유희열의 원맨팀이 됐지만 오늘날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여전히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 <세 사람> 같은 명곡을 배출하며 1인 밴드를 대표하는 팀이 됐다.

휘문고-연세대 동기인 김동률과 서동욱은 전람회라는 팀을 결성해 1993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같은 명곡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동욱은 음악보다 공부에 더 관심이 많았고 전람회는 1997년 3집을 끝으로 해체수순을 밟았다. 전람회 해체 후 학업을 이어간 서동욱은 금융업계에 몸 담고 있고 솔로 가수로 변신한 김동률은 여전히 가요계에서 가장 멋진 저음을 내는 가수로 군림하고 있다.

권정열과 윤철종으로 구성된 2인 밴드 10cm는 <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쓰담쓰담> <봄이 좋냐?> 등을 히트시키며 가요계에 '인디음악붐'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멤버 윤철종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팀을 탈퇴했고 지금은 권정열 홀로 10cm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현재도 원맨팀으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둘이서 활동하던 시절에 비해 무대가 다소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름만 들으면 팀 같지만 사실 멤버 구성이 한 명 뿐인 팀도 있다. <봄날, 벚꽃 그리고 너> <선인장>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에피톤 프로젝트는 멤버가 차세정 한 명뿐이다. 2005년 2인 밴드로 데뷔했다가 2011년 기타리스트 윤형로가 탈퇴하면서 성용욱 홀로 남게 된 짙은 역시 성용욱 혼자 활동한 기간에도 팀 이름을 유지했다(짙은을 떠났던 윤형로는 2017년 프로듀서로 팀에 복귀했다).

밴드 같은 이름을 가진 솔로 가수들도 있지만 반대로 솔로에서 밴드로 회귀한 가수도 있다. 1994년 '밴드음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소속사의 반대에 부딪혀 솔로 가수로 데뷔했던 윤도현은 1997년 윤도현밴드라는 이름으로 2집 앨범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에는 보컬 윤도현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아예 팀명을 윤도현밴드에서 YB로 변경해 활동하고 있다.

우지윤 빠진 볼빨간 사춘기, 무대에서의 허전함 채울 수 있을까
 
 <워커홀릭>이 들어 있는 5번째 미니앨범은 2인 체제 볼 빨간 사춘기가 발표한 마지막 앨범이 됐다.

<워커홀릭>이 들어 있는 5번째 미니앨범은 2인 체제 볼 빨간 사춘기가 발표한 마지막 앨범이 됐다. ⓒ 쇼파르 뮤직

 
볼빨간 사춘기는 아이돌 그룹처럼 소속사에서 오디션을 통해 멤버를 선발해 연습생 기간을 거친 후 데뷔한 팀이 아니다. 볼빨간 사춘기의 안지영과 우지윤은 영주여고 동창으로 이미 고교 시절부터 영주 시내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 2014년 <슈퍼스타K6>에 참가해 얼굴과 이름을 알렸고 2015년 현 소속사인 쇼파르 뮤직에 들어가며 가수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2016년 4월에 정식으로 데뷔한 볼빨간 사춘기는 같은 해 8월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에서 <우주를 줄게>와 <나만 안되는 연애>를 흥행에 성공시키며 단숨에 최고의 신예로 떠올랐다. 이후 볼빨간 사춘기는 <좋다고 말해> <썸 탈꺼야> <여행> <나만, 봄>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볼빨간 사춘기는 보컬 안지영의 독보적인 음색과 10~20대의 공감을 얻어낸 통통 튀는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볼빨간 사춘기는 팀의 무게 중심이 보컬 안지영에게 지나치게 쏠려 있었다. 안지영이 팀 내에서 작사, 작곡, 노래를 도맡아 하다 보니 앉아서 조용히 기타를 치고 코러스를 하는 우지윤이 돋보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안지영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은 우지윤의 탈퇴에도 영향을 끼쳤을 확률이 높다.

이제 안지영은 자신을 받쳐 주던 든든한 친구 우지윤 없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크게 자란 '볼빨간 사춘기'라는 브랜드를 지켜 나가야 한다. 물론 안지영은 그 동안 볼빨간 사춘기에서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불러 왔기 때문에 곡을 쓰고 앨범을 만드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지윤이 탈퇴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무대에서의 공백은 '원맨팀' 볼빨간 사춘기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볼빨간 사춘기는 데뷔 초기부터 10회가 넘는 단독콘서트를 성황리에 개최했고 수년 동안 대학축제나 각종 행사를 누볐다. 따라서 안지영의 홀로서기에 대한 걱정은 기우일지 모른다. 이제는 2인 밴드가 아닌 안지영의 원맨팀이 된 볼빨간 사춘기가 예전처럼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는 좋은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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