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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브리핑하는 윤종인 차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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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경제가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 대부분 국가의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90여 년 전의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생계 지원 및 경제 살리기를 위한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득하위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 원씩 지급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등 총 14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진보진영에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효과도 불분명한데 선심성 나눠주기로 나라 빚만 늘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재정투입은 주요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라는 점이다. 포퓰리즘 프레임에서 벗어나 과감한 재정정책을 펴야만 할 특단의 상황이며, 충분히 그럴 여력이 있다는 게 진보적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주요 국가들에 비해 적은 재정투입 규모

우리 정부가 투입하기로 한 141조 원은 GDP의 7% 수준이다. 물론 3차 추경 등 추가투입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주요 국가들에 비하면 '소심한' 규모이다. 미국은 1인당 최대 1200달러를 지원하는 등 현재까지 GDP의 11% 수준인 2조 2천억 달러를 풀기로 했고, 앞으로도 대대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달러를 마구 찍어댈 수 있는 미국과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독일은 더 나아가 GDP의 30%가 넘는 1조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스페인도 GDP의 20%, 일본은 10%를 투입할 계획이다.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재정지원 정책 비교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재정지원 정책 비교
ⓒ 원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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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하위 70% 아니라 모든 국민에 지급해야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에 최대 100만 원의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가구 이상 100만 원 씩이 될 거라고 한다. 경제 관료들은 하위 50%에 지급하자고 했는데, 그나마 여당의 주장으로 70%까지 늘렸다고 한다.

이 재정지원책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소비촉진과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보면 규모가 너무 작다.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하위소득 70%라는 기준도 부적절하다. 공정하게 기준을 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70% 언저리에 있는 국민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이는 2019년(급여소득자) 또는 2018년(사업소득자)의 소득이 기준이 된다. 올 들어 지금 이 시점에서 어려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가 재작년에 돈을 잘 벌었더라도 올해엔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전 국민에 지급한 뒤 고소득자는 내년에 소득세를 통해 환수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는다. 고소득자는 소득이 늘어나면 소득세가 최대 46.2%가 된다. 전 국민에 골고루 지급해도 고소득자들은 절반 가까이를 반환하게 되는 것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지원금을 덜 받는 셈이므로 더 공평하다. 더욱이 올해의 소득수준이 기준이 되므로 코로나19에 따른 재정지원이라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방안임에도 하위 70%라는 틀에 얽매여 분란을 자초하는 것은 답답한 경제 관료들과 수구언론들 때문이다.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꼭 필요한 대목이다.

국가재정 건전해 과감한 재정투입 여력 충분

우리 정부가 재정투입에 소극적인 것은 고질적인 재정건전성 논란 탓이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료들은 국가부채비율 40%라는 목표치를 임의로 설정해두고 재정적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다. 물론 나라 빚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필요한 때에는 부채를 늘려서라도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하는 게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서 경제를 활성화하라고 권고해왔다. 그러나 철벽같은 경제 관료들은 물론 보수야당과 수구언론들은 진보정부가 빚을 늘려 경제를 망친다는 포퓰리즘 프레임으로 국민들 여론을 왜곡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아주 양호하다. 최악인 일본과는 비교조차 힘들다.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처럼 안정적인 경제에 비해서도 우량하다. IMF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계속 권고할 만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의 과감한 재정투입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또 충분한 여력도 지니고 있다. 관건은 보수-수구진영의 포퓰리즘 프레임에서 용감하게 벗어나는 일이다.
 
주요 국가별 국가부채비율 (2018년도 기준)
 주요 국가별 국가부채비율 (2018년도 기준)
ⓒ 원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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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부채비율 추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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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올리고 복지 확대하는 계기로

유럽은 세금이 많은 대신 복지도 높은 수준인 고부담-고복지 국가들이 많다. 반면 미국은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이다.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의료보험 체제도 엉망이어서 진정한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이다.

한국은 유럽보다는 미국에 좀 더 가까운 형편이다. 자유방임에 가까운 미국식 자본주의를 선망하는 인사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부담-중복지로라도 나아가자고 하면 이들은 경제를 망친다는 여론조작과 '빨갱이' 타령 같은 이념공세를 펴왔다. 그들로선 잘 사는 이들에게 더 유리한 미국식 체제를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필요한 재원은 약 7조 원이라고 한다. 일부 주장처럼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려면 51조 원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과감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면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한다. 대신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세금을 올려 환수할 수도 있다. 세금을 올리는 것은 모든 정권에 득이 될 게 없다. 그래서 진보정부라 할지라도 세금 앞에서는 솔직해지질 못한다.

집권당보다 더욱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의당같은 정당들이 앞장서 증세를 주장하고 이번 총선과정 등을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부담-중복지로 나아가고, 기본소득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론의 반발이 정 부담스럽다면 5년, 10년간의 한시적 증세를 주장할 수도 있다. 지금은 5년, 10년 안에 다시 만나기 힘든 엄청난 시련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한 집단·계층에 핀셋 지원 병행

보수-수구진영에서는 전 국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이 효과도 없는 선심성 돈 풀기라는 비난도 나온다. 대신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에 집중 투입하는 핀셋 지원책을 강조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핀셋 지원책을 제로섬으로 볼 이유는 전혀 없다.

재난지원금은 직접 돈을 주는 것이니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지급해야 형평성에 맞다. 그러나 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은 수많은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사업의 주체인 만큼 장기에 걸친 금융지원 방식이 더 합리적이다. 지금의 적자를 금융지원으로 극복한 뒤 경제가 살아나면 흑자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업체라면 결국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한계기업이라는 의미이다. 상환기간과 이율 등을 파격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이번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항상 불황에 시달려 왔다. 경제 전반이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행하고, 국민의 라이프 스타일이 급변하는 데 따른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자영업자 중심의 오프라인 경제와는 달리 온라인 시장이 매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지금의 위기국면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구조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의 TV홈쇼핑은 IMF 경제위기 국면에서 급성장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흑자로 전환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 온라인 경제 전환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있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구조혁신의 계기가 되도록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태그:#총선, #코로나19, #포퓰리즘, #국가부채, #총선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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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1997 : 한국일보 사회부/편집부 기자, 런던특파원, 뉴미디어 총괄팀장 소비자주주협동조합 http://cresum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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