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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급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2002년의 사스 정도로 중국만 심했다가 끝날 것 같았으나,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어 14세기의 흑사병이나 1차 세계대전 직후의 조류 독감과 비슷한 세계적 감염병이 되는 듯하다. 당연히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많은 공장이 멈추고, 상점이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하고, 비행기는 날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가격이 폭락하고, 미 달러 가치는 요동치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는 1997년 IMF 사태나 2008년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2개의 위기는 금융 쪽에서 먼저 문제가 생겨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 금융위기였고, 이번 위기는 감염병이라는 경제외적 요인이 실물 쪽에 먼저 충격을 준 다음 금융부문으로 파급되면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금융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경제위기는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나 북한 등에서 발생했다. 내전과 가뭄 등 자연재해, 질병 등이 주원인이었다. 과거의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코로나사태는 관련 연구나 사례가 없어 대처가 더 어렵다. 사태가 언제쯤 정점을 지나서 진정될지 알기도 어렵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상황이 아주 엄중할 것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집단면역이 생기면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의 공포와 경제위축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에 대한 충격도 앞으로가 심각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도 한번 망가진 공급망과 수요망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경제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국제 분업을 통한 기업의 빠른 성장은 크게 위축되고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도 바뀔 것이다. 세계경제와 한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떤 경제정책을 해야 충격을 줄이고 경제구조 개혁에도 도움이 될까?

제대로 된 정책역량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과거 위기 때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11.7조원 규모의 1차 추경은 3월 17일 국회를 통과했고, 2차 3차 추경까지 언급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3개월간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미 간 600억달러의 통화스왑도 체결됐다. 3월 30일에는 소득 하위 70% 이하의 가구에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하는 긴급 재난지원금 계획도 발표되었다. 여기에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도 추진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볼 때 모두 의미가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소요예산 등에 비해 실질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통화 재정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 등 기업이 살아남게 하는 정책이다. 소상공인 등이 생존해야 일자리가 덜 줄고, 사태 진정 시 회복도 빠르다. 소상공인 등의 생존을 위해서는 임대료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착한 임대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여기에 '경제성장과 안정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 발동이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긴급명령 등을 통해 기존의 모든 상업용 임대차계약을 무효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임차인은 임대료를 50% 정도 인하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거나 페널티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비슷한 대통령 긴급명령이 1972년 8. 3 사채동결 조치이다. 이 때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모든 사채 계약은 무효화되고 금리를 절반 이하로 낮춘 새로운 장기 계약으로 대체되었다.

진정한 개혁, 제대로 된 구조조정 정책은 경제주체 간에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다. 임대료 인하 시 임대인(건물주)은 수입이 줄겠지만 대출이 없는 경우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출이 있는 경우에도 금리인하의 혜택을 보는 데다, 금융기관의 만기연장 등의 정책적 지원을 추가한다면 부담이 줄 수 있다.

이번 코로나 발 경제위기는 장기화되거나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 세입자가 어려워지면 임대인도 결국 어려워진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무효화 조치는 미래 상황에 대응해 미리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반 시장적 조치도 아니다. 급변한 시장 환경에 맞추는 정책이다. 오히려 기존 임대차 계약의 유지가 지금의 시장상황에 반하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 정책을 강력히 주장해야 하고, 정책당국은 보완대책을 만들어 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정대영 기자는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대통령긴급명령, #코로나경제위기, #소상공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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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부터 2011년 까지 한국은행에 근무했으며, 퇴직 후 송현경제연구소를 열어 경제연구와 집필, 정책제안, 아카데미 운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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