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심해지면서 재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여러 논평이나 언론보도에서 중심이 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기본소득이다. 일정한 재난 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하루빨리 지급하자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기본소득 담론들은 그 방향이 잘못된 것들이 많다.

첫번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 극복과 기존의 기본소득이론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기본소득이론의 출발점은 보편복지를 통하여 복지수준을 높이고 동시에 집중적인 복지를 받는 저소득층에게 주어지는 낙인 효과를 감소시키며, 자동화로 인한 고용 감소에 대응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나타나는 경제 변화는 그것과 매우 다르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관광-운송-자영업 등 특정 업종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며,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복지수준을 높이기보다는 당장 힘든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재난에 대한 보편기본소득의 근거를 우리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 맨큐의 경우, 온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부효과를 이야기했다.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온국민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어야 하며, 돈을 줘야 국민들이 집안에만 있을 것이니 질병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행히 정부 당국이 방역을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서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대중들이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빈도는 20-21일에 평소의 5%에서 15% 미만까지 떨어졌지만, 한국은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당국은 다음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즉 한국은 미국보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덜하며, 그 때문에 보편기본소득의 필요성도 떨어진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보편기본소득 논의는 있었으나 일단은 차등지급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세번째는 경제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코로나 바이러스 초반에는, 미국과 유럽이 큰 타격을 받더라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한두달이 지나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갈수록 전세계 곳곳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으며, 각국의 행정력과 의료 인프라는 바이러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고용 혹한기가 2-3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세계 경제 동향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는 한국에게도 타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두달 엄청난 피해가 온 뒤 빠르게 회복되는 경기전망이 나온다면, 전국민 보편 재난지원금을 통해 그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문제는 어려워진다. 과감한 재정지출을 여러 차례 계속하는 것은 재정운영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불확실하고 영향이 길어질수록 미래의 추가지출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은 제한되며, 제한된 재정으로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재정의 효율성을 고려할수록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제공하기보다는 더 피해를 받는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은 대책이 된다.

즉 재난에 대한 지원금 문제를 기존의 기본소득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으며, 재난 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줄 것이냐 일부 계층에게 줄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일부 계층에게 집중적으로 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해석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 고용지원대책,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루트의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에서 보다 많은 돈을 쓰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들의 효용성은 잊혀지고 재난 지원금을 국민 전체에게 줄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만 심해지는 것은 논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전국민에게 주는 것은 일부에게 지원하는 것에 비해 효율성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설명했다. 잠재적인 장점은 돈을 많이 줘서 더 많이 쓰게 하여 얻는 경기부양효과인데, 한국 사회에서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폭넓은 소비진작 효과는 어느 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미 수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줘서 경기부양효과가 얼마나 추가적으로 생길지도 의문이다.

또다른 잠재적인 장점은 전국민에게 돈을 주면 신속하게 줄 수 있다는 것인데, 정책확정 이후에는 신속하게 집행될지 모르지만 예산과 관련된 정책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도 균형재정을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있는 야당에 대한 설득이 필요한 상태에서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한다면 국회 통과가 더 어려워서 집행이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

끝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은 선별복지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문제점도 있다. 여전히 사회에서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며, 재난을 맞아서는 어려운 사람들이 더 크게 피해를 본다.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기본소득을 강조할수록 이러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불공정하고 나쁜 것이 되기 쉽다.

30일에 발표된 가구당 100만원 지원 방침에 대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선별복지를 더 악화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원래 기본소득주의자들의 이상과는 무관하게, 지나친 기본소득 강조는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잘못된 공정 관념을 강화시킬 수 있다.

학자들은 항상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담론도 새로운 것이 유행을 타게 마련이다. 기본소득론의 유행이 더 많은 부자증세를 통한 국가의 역할 확대와 불평등 감소에 있다면 좋은 방향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이루어진 금전적 지원에 대해서 청와대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단어 대신 재난지원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배경에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피해가 어느 정도로 될지 지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모든 국민들에 대한 보편적인 재난 지원금이 다시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보편적인 복지만이 최선이라는 논리는 위험하다. 모든 것을 접어 두고, 재난을 극복하며 재난에 더 피해를 받는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기본소득 또는 보편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도 그 초점 아래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남시훈 기자는 명지대 국제통상학부 조교수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