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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지침이 현재의 교육을 못 따라와서 교육을 훼방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법과 지침은 잘 되어 있는데 교육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으로 본 교육, 교육으로 본 법'으로 교육과 관련된 법과 지침을 살펴보면서 교육을 열어주기 위한 법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코로나19로 공교육은 거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3차로 개학을 연기하더니 그마저도 개학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교육부는 휴업을 연장하면서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줄일 수 있게 허용한다고 했다. 또다시 개학을 연기한다면 수업일수를 또 줄여서 수업일수의 10%인 19일을 뺀 최소 171일을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유치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의 법정 수업일수 기준은 180일이다. 3차 휴업을 발표한 현재 수업일수 10일을 뺀 최소 170일을 운영해야 하고, 또 다시 개학이 연기된다면 최대 감축가능일수 10%인 18일을 뺀 162일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경우, 실제 운영하고 있는 연간수업일수를 살펴보면 법에서 정해 놓은 것보다 대부분 30일에서 많게는 60일을 넘게 초과해서 운영하고 있다. 3~5세 밖에 안 된 유치원생들에게 초·중등학생보다도 20일에서 50일을 초과해서 수업을 하는 셈이다.

현행 유치원의 법정 연간 수업일수는 180일이다.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12조(수업일수)
법 제12조제3항에 따라 유치원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180일 이상을 기준으로 원장이 정한다. 다만, 원장은 천재지변의 발생, 연구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에 필요한 경우에는 10분의 1의 범위에서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으며,이 경우 다음 학년도 개시 30일 전까지 관할청에 보고하여야 한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이 처음 제정된 때가 2005년인데 당시에도 180일이었다.

유아교육법 시행령 대통령령 제18690호 신규제정 2005. 1. 29.
제12조(수업일수)
법 제12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유치원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180일 이상을 기준으로 원장이 정한다. 다만, 원장은 천재·지변이나 주 5일 수업의 실시, 연구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10분의 1의 범위 안에서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기자가 유치원에 대한 법정 수업일수가 나타나 있는 법령을 찾아보니,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정 당시에 초·중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 수업일수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곳에도 180일로 나와 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정 1998.2.24 대통령령 제15664호제45조(수업일수)
법 제24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수업일수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학교의 장이 정한다.
1. 유치원(특수학교 유치부를 포함한다) : 매 학년 180일 이상
2.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고등기술학교 및 특수학교(유치부를 제외한다) : 매 학년 220일 이상. 다만, 학교의 장은 천재·지변이나 주5일 수업의 실시, 연구학교의 운영 또는 제105조의 규정에 의한 자율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10분의 1의 범위 안에서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3. 공민학교 및 고등공민학교 : 매 학년 170일 이상


초·중등학교는 주6일 수업한 1998년 당시 220일, 이후 주5일제 수업 월 2회일 때는 205일,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시행하면서부터(2012학년도) 190일로 수업일수가 점차 줄어들었지만, 유치원의 경우에는 법령 제정 당시부터 주5일제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180일을 유지 중이다.

이처럼 법령에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의 수업일수가 차이가 나는 것은, 인간의 발달과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180일이 수업일수로 적당하다고 각계 전문가들이 판단해서 결정한 것일 것이다.

실제 사립유치원 수업일수는 30일에서 60일 이상 초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실제 진행하고 있는 유치원수업일수는 얼마나 될까? 기자는 초등학교에서 오래 근무했고 초등교육관련 공부만 해서 유치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2019학년도에 이러저러한 연유로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전체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면서, 기자도 시민감사관으로 사립유치원 학사 감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시민감사관 중에 유치원교육 전공자가 한 사람도 없어서, 초등학교 현장에서 오래 근무했고 초등학교 감사도 해 왔으니 유치원 감사도 초등학교 수준으로 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사립유치원 감사를 하면서보니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많이 달랐다. 모르는 게 많아서 유치원교육을 처음 공부한다 생각하고 각종 법령을 하나하나 꼼꼼히 찾아보았다. 그러면서 유치원교육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이해안되고 놀라운 사실은 사립유치원들이 운영하는 연간 수업일수였다. 다음은 기자가 감사했던 유치원과 '유치원 알리미'(https://e-childschoolinfo.moe.go.kr/main.do)에서 무작위로 살펴본 사립유치원 연간수업일수다.

207, 208, 210, 213, 214, 217, 225, 234, 242

기자가 살펴본 결과 이처럼 사립유치원의 경우 대부분 최소 207일에서 최대 240일을 넘겨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240일을 넘기는 유치원이 드물다 해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연간수업일수는 210에서 220일 사이다. 이는 법정 수업일수 180일에서 30~40일을 초과하는 일수다. 30일은 6주, 40일은 8주로 거의 두 달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242일은 운영하는 유치원은 거의 1년 내내 유치원 수업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사립유치원과 달리 공립유치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법정 기준수업일수만 운영하거나 초과한다고 해도 하루나 이틀 정도 초과해서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 중에서 유독 사립유치원만 법정 수업일수를 많이 초과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법정 수업일수 기준이 190일인 초·중등학교의 실제 수업일수는 어떤가하고 '학교 알리미'(https://www.schoolinfo.go.kr)에 들어가서 살펴봤더니, 초등의 경우에는 기준시수 190부터 많아야 193일인데,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수업일수가 191일이었다. 수업일수를 초과해도 3일정도 밖에 초과하지 않는다. 이는 사립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중등학교의 경우에도 가장 많은 연간수업일수가 191일인데 역시 사립학교도 마찬가지다. 특정 특목고의 경우 159일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사립유치원이 수업일수를 많이 초과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치원에 가서 살펴본 결과, 열악한 지역에 있는 유치원일수록 수업일수를 많이 초과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유치원관계자들한테 이유를 물어보니 가장 큰 이유가 부모가 돌볼 수 있는 처지가 안 되는 가정에서는 수업을 많이 해서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유치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규 수업이 없는 방학이나 토요일에는 별도의 돌봄 과정이 있지만 이는 추가 보육비를 내야해서, 수업일수를 많이 운영하면 그만큼 학부모의 추가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를 사립유치원 출석부에서 알게 되었는데, 지역이 열악한 사립유치원일수록 유독 입퇴원을 반복하는 유치원생이 눈에 띄었다. 퇴원하는 경우를 보면 방학 직전에 많다. 유치원이 월별로 수업료를 책정하다보니 수업이 없거나 적은 달에는 수업료를 내지 않으려고 퇴원을 해서 개학을 하면 다시 입학을 하는 것이다. 방학 때 퇴원을 하면 수업료는 수업료대로 안 내고, 가정에서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 글이 일부 학부모에게 오히려 방학 때 퇴원해도 되는 정보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교육부, 2020학년도 유아학비 지원계획
▲ 유아학비와 양육수당을 변경기준  - 교육부, 2020학년도 유아학비 지원계획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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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육부에서는 재원하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급하는데 교육부의 '유아학비 지원계획'을 보면 한 달 교육비 지급기준이 15일이다. 휴일 전후 중 하루라도 평일 출석 시, 휴일을 교육일수로 인정하기 때문에 매달 적어도 2주는 출석해야 유아학비 지원을 받게 된다.

2주 이하 수업을 하거나, 2주 수업을 해도 중간에 결석을 할 경우 교육비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유치원의 경우에는 수업료와 유아교육비 지원비 때문이라도 달마다 2주 이상 수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유아학비 지원계획'에 출석인정결석을 초·중등과 달리 매우 넉넉히 적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립유치원 연간수업운영계획을 살펴보니 대부분 쉬는 달 없이 수업을 매달 계획하고 있었다.

유치원 수업일수가 많으면 그 피해는 유치원생들에게 돌아간다

법으로는 유치원 법정 수업일수 기준일이 180일이지만, 현재 사립유치원의 여러 가지 상황이 공립유치원처럼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닌 두 달 이상을 초과하고 있는 것은 유치원 법정 수업일수 기준을 무력화하고 있을 뿐더러, 더 심각한 것은 유치원생의 학업노동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3~5세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학업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셈이다. 유치원생들은 앞으로 기나긴 학업을 이어가야하는데, 많은 수업일수로 인해서 일찍부터 학업에 대한 억압감을 심어주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초·중등교사들은 쉬는 시간이 있어서 화장실에도 가고 차도 마시고 다음 시간 수업준비도 하면서 잠깐 숨을 돌릴 수가 있는데, 유치원교사는 쉬는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갈 때도 따라가서 옷 벗겨주고 입혀 주고 때로는 뒤처리도 해 주어야하고, 밥 먹을 때도 한 명 한 명 챙겨주어야 한다.

초등교사의 경우 1학년 입학초기에 신입생 돌보기가 매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유치원에 가 보니 유치원교사는 한 달이 아닌 1년 내내 힘들게 지내고 있었다. 유치원 교사는 쉬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유난히 장기 근무자와 경력자가 드문 이유가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싶기도 하다.

사립유치원에 가서 보고 사립유치원이 수업일수를 초과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 사립유치원이 수업일수를 초과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를 했다. 그러나 3~5세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수업일수를 이렇게 많이 초과해서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유치원생들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게 뻔하고, 많은 수업일수로 인해 교사한테 꼭 필요한 적절한 휴식기간이 줄어들어서 교사들이 지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치원생들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교육부를 비롯한 유치원교육 전문가, 유치원관계자, 학부모들은 왜 모른 척 해 왔는지 모르겠다. 비용만 따지면서 수업을 많이 하는 것만 좋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은, 그 피해가 아이한테 돌아가고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사립유치원이 3~5세 아이들에게 알맞은 법정 수업일수를 지켜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유치원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태그:#사립유치원수업일수초과문제, #유치원수업일수, #유아학비지원계획, #유치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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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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