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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재학중인 전세훈씨가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교내에 마련된 학습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재학중인 전세훈씨가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교내에 마련된 학습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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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문제가 한국사회 뿐 아니라 세계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의 지구적 감염이 세계의 정치경제와 사회문화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는 범위를 좁혀서 코로나19 문제가 대학 강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19로 대학 강의가 비대면·영상강의로 진행되면서, 그간 강의실에서 사적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대학 강의가 공공의 영역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며, 이를 곧 대학(강의) 개혁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짚어본다.

우선 대학의 본질과 사명, 역할과 책무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논의의 토대를 마련해보자. 대학의 본질과 사명은 수월성을 갖춘 연구와 교육이며, 역할과 책무는 국가와 사회를 선도해가는 연구자와 지도자의 육성이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 강의는 국어와 외국어의 문장력 및 구사능력 고양, 동시에 미적분학과 자연과학적 고등 실력을 구비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문장력이 없으면서 논문 작성은 어려울 것이며, 수리학(數理學)을 모르면서 이·공학을 이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은 초중등교육기관이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이다. 따라서 대학 강의는 철학사상적 사고를 높이고, 수리학적 분석능력을 바탕으로 수월성을 갖춘 연구논문을 생산하는 양질(良質)의 교육이 필요조건이다.

실제는 어떤가? 강의의 실상에 대해서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교양과목은 정말로 '일반교양'으로 대학 강의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인기위주의 '흥미강의'가 대부분이다. 즉, 교양과목이라면 대학의 고등교육을 위한 기초로서의 교양과목이어야 함에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공과목은 어떤가? 중등학교 강의의 연장이 아닌가? PPT를 띄워놓고 설명하거나 읽어주는 식의 강의가 대학 강의인 것처럼 간주되지 않는가? 개론과 원론을 바탕으로 학문적 깊이를 정통으로 추구하는 강좌는 사라지고, 시류에 따른 강좌 혹은 XX의 이해 등의 강좌가 즐비하다. 그런 정도의 교육을 위해 대학에 입학했다면 그 자체가 문제다.

학문분야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적어도 대학 강의는 그 바탕에 철학과 사상을 다투는 교육이어야 한다. 동시에 고등교육으로서의 연구를 위한 기초적 원리와 진리를 파헤쳐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지적한 대학의 본질과 사명, 역할 및 책무와 거리가 멀다. 서울대나 포항공대, 카이스트는 예외일까? 아마도 의과대학이나 약학대학은 예외일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는 대학의 비극이다.

코로나19로 이 문제가 공공의 영역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전부터 명문대학의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강의는 널리 알려졌다. 이제 무크강의를 통한 대학 강의의 개혁이 현실이 되었다. 대학 강의가 철학사상적 문장력 및 논리능력 고양, 동시에 자연과학적 고등의 분석능력을 구비하도록 하는 강의여야 한다면, 무크를 통해 가능하다. 즉, 무크는 공공의 영역에서 공개되기 때문이다. 공개되는 강의는 강의실에서 사적으로 비밀리에 진행되던 '부실 강의'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각 강좌별 탑 20 이내의 교수강의를 오픈 하면, 일반 시민도 수준 높은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얼치기 대학교수의 강의를 듣고 이해는커녕 더 몰라지는 강의보다는 훨씬 낫다. PPT를 띄워놓고 엉성한 설명을 듣는 강의가 아니라, 세련된 핵심 강의를 듣는 즐거움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각 대학 강의는 설자리가 없는가? 아니다. 무크 강의(비대면 영상강의)가 전국 대학 강의의 질을 높이는 '토대'라면, 각 대학에서의 현장 강의(대면강의)는 니체가 말하는 '망치'여야 하고, 카프카가 말하는 '도끼'여야 한다. 즉, 대학 강의는 철학과 사상이고, 기초 원리와 진리를 둘러싼 논쟁과 탐구여야 한다. 학생과 교수의 바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그 바닥을 차고 올라가는 강의실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과 교수에게 관용과 여유와 인내가 필요하다. 동시에 노골적인 적나라함과 위안과 분투와 인정과 포기가 필요하다. 대학은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대학은 수월성을 갖춘 연구와 교육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며, 국가와 사회를 선도해가는 연구자와 지도자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강의에는 직심(直心)과 진심(盡心)이 작동해야 한다. 대학의 질을 높이는 데는 교수의 질이 높아야 하고, 현재와 같이 '대충'학위를 남발하는 대학은 이미 대학이 아니다.

첫째 무크 강의의 확대와 상설화를 제안하며, 그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교수평가도 허접한 다수확 논문이 아닌, 고품질의 논문과 무크강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 거점국립대학만이라도 이러한 개혁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무크의 사용자는 전 국민이기에 무크에 대한 일반시민의 관용과 여유가 필요하다. 악성댓글로 무크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즉 무크에 대한 건강한 비판, 적나라한 논쟁, 치열한 질의응답과 동시에 엄격한 자아비판이 필요하다. 동시에 무크는 상식과 도덕, 기존가치와 평범함을 깨는 언설이 자유로이 넘나들어야한다. 무크의 개방성과 공공성은 일반시민의 관용과 여유로 유지될 것인데, 기존가치의 평범함을 깨는 언설이 자유로이 넘나들지 못하면 양질의 무크는 생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무크강의의 확대 및 상설화는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일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동시에 교수와 강의의 질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위험요인은 늘 상존한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무크강의의 확대와 상설화는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대학개혁(강의)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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