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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강제방학이 길어지고 있다. 때마침 휴직해서 다행이지 일하고 있었으면 이 긴 시간을 어쩔 뻔했나 싶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아이들과 하는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초반은 시골에 있는 친정을 오가며, 이런 시국에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심정으로 자유롭게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의 공부 습관이 걱정되었다. 이렇게 놀기만 하면 안 될 텐데, 정기적인 학습 거리가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도중 EBS에서 시행한다는 2주 라이브특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는 EBS에서 시행한다는 2주 라이브특강을 보며 신나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는 EBS에서 시행한다는 2주 라이브특강을 보며 신나했다.
ⓒ 이숙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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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거라도 들어야지 어쩌겠어'하는 심정으로 아이를 의자에 앉혔다. '개학이 연기돼서 수업을 들어야 해'라며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아이는 오전 9시면 책상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아이가 첫 수업부터 흥미를 느꼈다. '30분 수업, 20분 휴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학습 시간이 길지 않은 게 지루해하지 않는 포인트였다. 강의하시는 선생님들도 재미있었다. 게다가 또래의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댓글은 아이에게는 신세계인 듯했다.

강의를 들은 첫 시간에 아이는 "엄마, 여기 있는 애들은 우리 초등학교 애들이야?"하고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전국적으로 개학이 미뤄진 거라 전국에 있는 애들이 다 듣는 거야"라고 대답하자 "우와"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나마 학원으로 인해 아는 친구가 자기 초등학교에 국한되지는 않았지만 인맥이 우리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먼 지역에 있는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강의하는 선생님은 강의 도중 아이들이 다는 댓글에 적절히 반응해주셨고, 잘 대답한 사람은 칠판에 써주기도 했다. 아이는 신이 났다. 문제를 내면 제일 먼저 답하기 위해 집중했고, 아는 이름이 댓글 창에 올라온 걸 보면 나를 부르기도 했다. 이름 중 한자가 별표 처리되어 그 이름이 정확히 그 아이인지 확신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엄마 **이가 금방 댓글 달았어"하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똑같은 시간에 라이브로 수업을 한다는 건, 이미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물론 다시 보기를 통해 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지만 그 시간에 참여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댓글을 통한 선생님과 아이들과의 소통, 같은 시간에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유대감은 라이브만의 특권인 듯하다.

다만 1학년인 둘째는 첫째처럼 라이브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첫째가 수업을 들을 때 둘째는 갈팡질팡했으나 다음 주부터는 라이브가 아니더라도 1학년을 위해 마련된 방송을 맞춰서 보여줘야겠다 다짐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야 하지만, 내가 미리 세팅해 놓는다면 우리 둘째도 첫째처럼 그 시간에 수업하듯 들을 수 있겠지?

옛날에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영화나 만화를 보면 화상 수업이 나왔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화상수업을 하는 것. 그게 이제 현실화된 것 같아 신기한 느낌이었다. 4월 6일 정상적으로 개학할 경우 혹시 모를 집단 발병에 대책으로도 적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이트가 이런저런 학습을 할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 힘든 시기이지만 아이와 24시간 붙어 서로를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맞는 학습 사이트를 골라 영상을 보고 스스로 계획을 짜서 학습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나처럼 그렇게 하기 힘든 부모는 라이브 방송으로 수업을 듣게 하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다.

가까이서 아이의 학습 태도도 볼 수 있고, 라이브 수업이 끝나면 그걸 매개로 또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 나에겐 정말 고마운 정책이다. 하지만 더 좋은 건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되어 학교에 가는 것이겠지?

덧붙이는 글 | https://blog.naver.com/hellosky1에도 게시됩니다.


태그:#EBS라이브특강, #온라인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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