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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정은경 본부장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정은경 본부장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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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힘을 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 건강·보건의 영역을 넘어 이제 경제 문제, 생존의 문제로 전환됐다.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들의 이동을 금지하고, 세계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던 항공기도 거의 운항을 멈췄다. 해외 언론에서는 '집에 머무를 것(stay home)'이 연일 강조된다. 사람들의 이동과 만남이 급감하니 소비가 줄고, 소상공인과 여유 있던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경영 악화를 마주하고 있다

경제 석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가 이전의 경제 문제와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수요 감소가 원인이 된 실물경제·금융 복합위기라고 진단하다. 수요가 줄고, 교역 제한으로 공급도 어려우니 경제 규모가 전체적으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전대미문(unprecedented)'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은 연일 널뛰기다. 사상 최대 폭락, 폭등이 일상이다.

세계 각 나라는 위태한 경제를 살리고자 '현금 살포'도 서슴지 않는다. 국가 재정으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가동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은 급기야 무제한 양적 완화를 발표했고, 독일은 1,500억유로(약 200조원) 규모의 추경을, 스페인은 금융지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2%를 풀 예정이다. 정체 모를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 만큼 머뭇거리던 나라들도 '유례가 없는' 경기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다.

인간이 만든 경제 시스템, 이렇게 나약할 수가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경제 위기 국면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인간이 만들어낸 경제 시스템 별거 아니었구나. 사람들이 '물리적 거리 두기'로 외출을 안 하고, 소비를 좀 줄인다고, 해외에서 부품 조달이 어렵다고, 이렇게 경제 위기가 금세 닥친단 말인가. 세계 경제 실상에 대한 나의 무지 탓인지,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믿음 탓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너무 쉽게 전 세계가 '난리'가 난 오늘을 목도하며, 인간이 만든 제도와 생태계가 참 약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충격에도 곧 망해서 쓰러질 듯한 시스템을 너무 맹신한 건 아닌가. 인간이 만든 문명이 언제나처럼 지속할 것처럼 너무 안일한 건 아니었을까. 나라를 이끌겠다고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권력자들과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은 엘리트들에게 너무 쉽게 우리 삶의 결정할 권한을 넘겨준 건 아닐까. 무수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코로나19의 여파가 인간 사회 전 영역을 들쑤시고 있는 판에 상황이 정리된 후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요구가 다양한 채널로 등장한다. 이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세상이 전면적인 변화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한 전망에 기반한다. 인간 문명사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유발 하라리, '세계는 평평하다'를 통해 21세기 세계화를 분석한 토머스 프리드먼,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 등은 언론매체 기고와 SNS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적 석학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에게 코로나19 위기가 만든 현상은 새로운 연구주제이자 고민거리일 것이다. 일부는 인류 역사의 대전환을 예견하기도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재치있게 앞으로 세계 역사는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전환은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을 찾기 위해 수동적인 필요조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능동적인 개인과 국가에게 작금의 변화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집단이라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모두가 경험하고 있듯이 바이러스에게는 국경이 없다. 사람이 이동하는 모든 곳을 따라 전파된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은 지금까지 우리가 구축한 경제생태계를 지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 인류는 현재 세계 경제의 상호연계성을 처절하게 경험하는 중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신종에 대비해 우리는 공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위기 대응으로 여념이 없지만, 곧 다가올 미래를 위한 준비는 필요하다.

한국이 주도하는 미래 상상해야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지구촌의 노력을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시작하면 어떨까. 코로나19 방역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기관이 중심이 된 방역체계뿐만이 아니라 의료 현장의 헌신과 성숙한 시민의식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서 보여준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은 우리의 자부심이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국의 역량과 의식이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과 견줄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는지 모른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당연한 것이 다른 나라에서 당연하지 않음을 발견했을 때 확신이 된다.

지난 26일 우리 정부가 제안해서 진행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는 작지만, 큰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지금의 분위기와 여세를 모아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기구를 우리 정부의 주도로 조직했으면 한다. 감염병뿐만이 아니라 바이러스 출현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환경, 기후변화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경제구조와 생산방식의 전환을 위해서도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미래를 위해 세계 석학들은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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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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