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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19년부터 캠핑카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필자는 파나마에 있던 중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필자와 같은 캠퍼들이 직접 SNS에 올린 글과, 인터뷰 등을 통해 모은 경험담을 정리해 중남미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기자말]
 세계 여행이 꿈인 테피의 가족
 세계 여행이 꿈인 테피의 가족
ⓒ Kombifam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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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이라는 테피의 꿈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1년 전, 칠레에서 손수 고친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테피의 가족은 얼마 전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르헨티나에서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루하루 감염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중남미 통틀어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아르헨티나의 시민들은 잔뜩 겁을 먹고 움츠리기 시작했다. 외출 금지가 실행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은 테피와 남편 히노는 감염 속도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되고 있던 우루과이로 최대한 빨리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우루과이로 가기 위해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북쪽의 엔트레 리오(Entre Ríos) 주를 관통해서 340킬로미터를 더 이동해야 했다. 예상대로 전면적인 외출 금지령이 발효되었고,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그대로 멈추라'는 명령을 맞닥뜨린 두 사람은 황망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시간 정도만 더 가면 우루과이 국경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우선은 멈추기로 했다. 그리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가장 가까운 주유소로 차를 몰았고, 그때부터 그들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얼굴에 살균제 뿌려

주유소에 들어가 기름을 채우는 사이, 테피는 아이들의 간식을 사기 위해 주유소 건물에 딸린 작은 상점으로 들어갔다. 계산을 하던 직원은 이미 유리창 너머로 테피 가족의 차를 지켜보고 있었고, 테피가 다가가자 들고 있던 분무기로 그의 얼굴과 몸 전체에 살균제를 뿌리고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너무나 황당한 일을 겪은 테피는 분함과 두려움으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악몽 같은 일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유소 주차장에 차를 세운 지 30분쯤 지나자 경찰 오토바이가 사이렌을 울리며 요란하게 도착했다. 경찰은 테피 가족에게 모든 서류와 여권을 요구했고, 철저하게 살폈다. 그들의 캠핑카에 달린 '외국 번호판'을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오토바이 경찰이 그들을 검문하는 사이, 두 대의 경찰차가 추가로 들어왔다. 또 다른 행인이 그들을 고발했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대여섯 명의 경찰들에 둘러싸인 테피 가족은 '이동 중에 외출 금지 소식을 접했고, 우루과이로 넘어가고 싶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주유소에 더 이상 머물 수 없기 때문에 고속도로에 있는 '열 체크 검문소'로 가야 한다고 재촉했다. 

검문소로 간다는 경찰의 말은 거짓이었다. 경찰들은 테피 가족을 인솔해 고속도로 중간에 차를 세우게 하더니 일언반구도 없이 사라졌다. 졸지에 도로 한복판에 어린 아이들과 방치된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마을로 들어가 도움을 구하고자 했다. 

마을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는 테피 가족을 철저히 외면했다. 마을에 진입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또 다시 경찰들이 출동해서 다른 마을로 가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외국인의 접근을 차단하라는 명령만 있었지 그들을 어디로 인솔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캠핑카의 특성상 차가 집 자체인 여행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행정 조항은 전무했다. 

테피 가족은 결국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러한 사태를 조속하게 알렸고, 소식을 접한 팔로워들의 도움으로 은신할 수 있는 시골 농장을 소개받게 되었다. 

그동안 테피 가족에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정말로 친절했다. 매주 그들을 초대해서 전통 음식 '아사도'를 대접하기도 하고, 샤워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먹을 것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그들이 고향인 칠레를 떠나 여행의 꿀맛을 느낄 수 있게 한 장본인들이었다. 

외국인에게 그토록 다정했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돌변한 것은 지난 3월 15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코로나19 대책' 이후였다. 전국적인 외출 금지가 실행되었고, 고속도로에는 검문소가 설치되었으며 외출 금지를 어긴 사람들은 체포될 수도 있게 되었다. 종교 행사나 다수가 운집하는 이벤트들이 금지되었음은 물론이고 대형 상점에 대한 일시적인 휴업 명령이 내려졌다. 

특히 대통령의 발표문에서 주목할 것은 모든 시민들은 예외 없이 집 안에 머물러야 하고, 차량에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캠핑카로 장기 여행 중인 여행자들은 자신의 '집'에 머문다는 이유만으로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캠핑카를 빼앗기고 징역 6개월을 살 뻔한 멕시코 가족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더욱 잔혹한 대접을 받은 가족도 있다. 캠핑카를 타고 멕시코에서 출발해 아르헨티나를 여행 중이었던 에디트의 가족은 트렐레우(Trelew)라는 지방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에디트 가족은 외출 금지법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지인의 집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한동안 먹을 식재료를 사기 위해 잠시 슈퍼마켓에 멈춘 사이, 스무 명의 경찰들이 출동했다. 마치 범죄자를 체포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에디트와 남편, 일곱 살 딸까지 모두 경찰차에 강제로 태워졌다. 외출 금지를 어기고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니 체포한다는 것이었다. 경찰의 태도는 매우 위협적이고 강압적이었다.   
 
 아르헨티나 경찰에게 캠핑카를 압수당하고 강제 격리중인 멕시코 가족
 아르헨티나 경찰에게 캠핑카를 압수당하고 강제 격리중인 멕시코 가족
ⓒ amigossinfronte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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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경찰서에서 심문을 당했고, 캠핑카를 압수 당하는 것은 물론 최대 6개월의 징역을 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에디트는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겁에 질려 어린 딸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멕시코 대사관과 연락이 되어 징역형은 면하게 되었지만 캠핑카는 외출 금지가 풀릴 때까지 압수될 예정이다. 현재 경찰에서 마련해준 여관에서 강제 격리되고 있는 세 사람은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에디트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얼굴색이 조금 다르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저희를 쳐다보는 시선이 정말 끔찍했어요. 마치 저희가 바이러스 자체라도 된다는 듯이 공격적으로 대했고요. 우리 부부와 일곱 살짜리 딸아이 세 명을 잡으려고 스무 명 가까이 경찰들이 나섰다는 것이 믿어지나요? 그 사람들은 저희를 범죄자 취급했어요. 경찰서에서 제가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렸을 때 딸아이가 저를 안아주면서 그러더라고요.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마, 여행하면서 나쁜 사람들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잖아..."

도로에 방치되고, 장보기도 눈치 보이는 여행자들

우리 가족 또한 캠핑카를 타고 여행 중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 일 년 동안 남미를 여행하고 두 달 전에 파나마에 도착했다. 캠핑카 여행자들끼리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중남미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여행자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지 소식을 듣고 있다.

다행히 파나마에서 좋은 분을 만나 안전하게 캠핑카를 세워두고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다른 많은 여행자들이 길거리에 방치되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이 금지되어 어디로도 갈 수 없고, 마을 사람들이 거부하는 탓에 안전한 은신처를 찾을 수도 없다고 한다. 상점에 들어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여 기본적인 식료품을 구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절하고 긍정적이기로 유명한 중남미 사람들이 이렇게 갑자기 돌변하게 된 이유는 물론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더믹 상황 때문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전염이 확산되던 2월까지만 해도 해외 뉴스를 보듯, 남의 일처럼 대하던 상황이 3월이 되자 유럽의 일로 가깝게 다가왔다. 중남미에는 비교적 늦게 전파가 되었지만 한번 시작된 감염은 순식간에 퍼져 매일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안,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가중시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국에 빠르게 퍼져나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중남미 사람들의 두려움에는 공공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머물고 있는 파나마에는 특히 병원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다비드(David) 시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네일씨는 자신이 평생 살아온 도시의 병원에 대해 이렇게 증언한다. 

"여기 다비드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는 최근에도 병원 내 감염 사고가 일어났었어요. 어떤 사람이 한쪽 다리를 수술하러 들어갔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바람에 결국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하고 나오게 되었죠. 병원은 아픈 곳을 고치러 가는 곳이 아니라 더 악화될 수도 있는 곳이에요."

병원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원인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십 년 동안 황열병, 뎅기열 등 갖가지 전염병과 공생해온 중남미 사람들도 이렇게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코로나19 앞에서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대규모 집회나 행사를 금지하고 휴교령을 내리는 등 발빠르게 대책을 세워 왔지만 코로나19의 그림자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콜롬비아,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살바도르,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거나 항공 운항을 통제하는 강력한 제재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밖에도 슈퍼마켓에 동시에 입장하는 사람 수를 제한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주류 판매 금지, 식료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업종들에 대한 휴업 명령도 실행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인 간의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외출 금지라는 최고 수위의 조치를 선택하고 있다. 파나마 정부도 드디어 오늘(2020년 3월 25일)부터 외출 금지령을 공포했고, 주민등록번호 끝자리에 해당하는 시간대에 두 시간 정도만 장보기를 허락하는 특단의 정책을 쓰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외출 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십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연대만이 이 악몽을 벗어날 수 있는 길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남미 곳곳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과 새로운 정책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급박한 현실에서 외국인 장기 여행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마음 편하게 체류를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캠핑카 여행 중인 카를로스는 브라질의 한 작은 마을에 캠핑카를 정박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혹시라도 외국 번호판을 보고 사람들이 신고를 하거나 해코지를 할까 두렵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다 심경을 밝혔다. 그는 캠핑카 차창에 자필로 쓴 장문의 편지를 붙여 두었다고 한다.

"우리는 바이러스 덩어리가 아닙니다.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두렵고 놀란 사람들일 뿐입니다. 차별하지 말고 연대해 주세요. 연대만이 우리 모두를 카오스에서 구해낼 수 있습니다."
 
 까를로스가 캠핑카 차창에 붙인 자필 편지
 까를로스가 캠핑카 차창에 붙인 자필 편지
ⓒ elcaminodemeg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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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 캠핑카로 아메리카 대륙 종단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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