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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물의 날을 맞아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세워진 경남 창녕합천보. 보 왼쪽이 합천군, 오른쪽이 창녕군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세워진 경남 창녕합천보. 보 왼쪽이 합천군, 오른쪽이 창녕군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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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자연성 회복은 국민적 관심사다. 못 본 체 외면한다거나 마냥 방치할 수 없는 시대적 해결과제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물 분야를 연구해 온 학자로서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국가 물관리 기관의 사장이 된 이후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이 인정하는 슬기롭고 실질적인 자연성 회복'을 고민 중이다.

굳이 4대 문명이나 우(禹)임금 등을 꼽지 않아도 인류의 역사는 치자연(治自然) 또는 치수(治水)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자연과 맞서며, 자연을 개발하고 이용해 온 역사가 수천 년이 넘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로 굳어졌다. 자연을 관리할 수 있는 물리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이를 뒷받침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인류는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무수한 자연의 도전을 물리쳤고, 현대문명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자연은 그렇게 인류의 통제범위 안으로 들어왔을까? 아니다. 우리의 산과 강은 무분별한 개발, 산업발전, 인구증가, 생활 향상 등과 맞물려 여러 형태의 심각한 부작용을 내보였다. 산과 강이 오염되고, 환경이 파괴되고, 생태계가 훼손되었다. 자연성을 잃게 된 자연은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이지 않냐 되물으면서, 오히려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대규모 홍수, 장기적 가뭄, 초강력 태풍, 지진, 산불, 신종 전염병 등이 그것이다.

4대강 사업의 경고음... 녹조, 습지훼손, 생태계 단절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서는 3개의 보가 생겼다. 2018년 1월부터 세종보, 공주보 수문은 열렸지만, 하류 백제보의 수문은 닫혀 있다. 백제보의 영향을 받은 곳에서는 강 전역에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서는 3개의 보가 생겼다. 2018년 1월부터 세종보, 공주보 수문은 열렸지만, 하류 백제보의 수문은 닫혀 있다. 백제보의 영향을 받은 곳에서는 강 전역에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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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경고음을 들을 수 있다. 심각한 수준의 녹조, 습지훼손, 생태계 단절 등 강에 남겨진 지울 수 없는 여러 상처가 이를 말해준다. 물론, 개선된 부분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충분한 정도의 시간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못한 사업이었고, 큰 상처를 남겼다는 점이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과학과 기술의 힘을 믿으면서도, 그 한계를 두루 인정한다. 자연과 분리된 노력만으론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함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해답 혹은 정답을 어디에서 구할지는 자명해졌다. 조화 또는 어울림, 바로 자연과 사람의 공존 내지 상생이다. 개발에서 환경으로, 환경을 넘어 생태로의 가치전환이다.

자연성은 자연 그대로의 성질을 뜻한다. 이 때문에 강의 자연성 회복을 말하면, 천렵을 즐기며 동무들과 멱 감고 놀던 예전의 맑은 물이 넘쳐흐르고 모래톱 곱던 금수강산 풍경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기억 속의 그 강으로 되돌릴 수만 있으면 그 이상 좋을 수 없겠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세상이 너무 달라졌고, 산과 강의 변화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와 강의 가치를 한 몸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공존하고 또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의 자연성 회복에 힘쓰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 정부에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국가 정책 아젠더(Agenda)로 채택하고 추진 중에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물과 사람이 강의 혜택을 공유하면서, 미래세대 역시 지속가능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적극 부응한 것으로 본다. 이에 국내 유일 물 전문기관의 경영을 책임진 입장에서 강의 자연성을 성공적으로 회복하고, 국민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기 위한 몇 가지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4대강 보 처리를 위한 3가지 방향
 
금강에 사는 사람들은 뛰어 놀고 멱 감던 금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2008년 공주보 상류 모래톱의 모습이다.
 금강에 사는 사람들은 뛰어 놀고 멱 감던 금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2008년 공주보 상류 모래톱의 모습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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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4대강 16개 보의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해, 단절된 하천의 연결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 과학적 데이터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 이후, 이를 근거로 환경성이나 활용성이 낮은 보는 재자연화하고, 활용성이 높은 보는 자연성을 복원하는 동시에 그 활용성을 유지토록 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활용방안과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흐름이 살아 있는 하천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참여와 소통에 기반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으로, 합리적 대안 마련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유역 단위 통합 물관리로 수량-수질-생태-재해예방이 하나의 일관된 체계 안에서 균형 있게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유역 내 댐과 저수지를 비롯한 기존 물그릇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하수재이용, 지하수 등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새로운 물 확보대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유역 내의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등의 수량-수질 대책을 통합적으로 시행하고, 강의 생태계 연결성을 복원하는 동시에, 고유의 역사와 문화와 환경가치를 중심으로 수변공간을 새롭게 창조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4대강이 우리가 정말 바라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유역단위의 '물순환 스탠다드 플랫폼(Standard Platform)' 구축이 꼭 필요하다.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통합 물관리를 튼튼히 뒷받침할 수 있어서다. 스탠다드 플랫폼이란 AI, 빅 데이터, 스마트 그리드 등 4차 산업혁명 요소 기술을 활용해 물 순환 전 과정에서 객관적·정량적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체계를 말한다.

이를 통해 유역 물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물관리 정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물 분야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물산업을 육성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등 국가경제 활력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은 자연의 일부... 인간과 자연의 공생 생태계 구축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 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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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로 사람의 이용과 강의 자연성 회복 간에 서로 상충되는 부분을 조화롭게 만드는 일이다. 지역주민을 비롯해 하천 주변의 이해 관계자 모두가 서로 적극적인 소통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고, 나아가 자연성 회복을 둘러싼 찬반 의견으로 갈등해 온 인간과 인간의 관계까지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통합 물관리이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의 최종 목표라고 믿는다.

강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뭍 생명의 공유 공간이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가치가 되었다. 우리의 상처받은 강을 모든 생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강으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태그:#박재현 사장, #수자원공사, #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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