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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아이는 중순 코로나19로 인한 '간소화된 교실 졸업식'을 끝으로 초등학교 생활을 접었다. 중학교 입학도 계속 미뤄져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도 아닌 그야말로 '초졸자'가 되어 버렸다.

중학교 입학을 기다리며 장만한 교복은 언제고 입혀질 날만 기다리며 뽀얗게 먼지가 쌓여간다. 부부와 아이 하나. 이렇게 단촐한 세 식구의 삶에도 코로나 19가 주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아무렇지 않게 누려왔던 평범한 일상들이 더없이 귀하게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중학교 입학을 기다리며 장만한 교복은 언제고 입혀질 날만 기리다며 뽀얗게 먼지가 쌓여간다.
 중학교 입학을 기다리며 장만한 교복은 언제고 입혀질 날만 기리다며 뽀얗게 먼지가 쌓여간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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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복을 입고 새 가방을 메고 새 운동화를 신고 등교할 날을 기다리던 아이는 바깥 외출을 안 한 지 오래다. 일상복이 되어버린 잠옷 차림으로 새 가방을 메고 베란다를 내려다 보며 학교 갈 날만을 꿈꾸고 있다.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교육 당국의 권고로 학원이 휴업에 들어가 뜻하지 않은 강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흐르는 시간이 너무도 아까워 그동안 밀린 집안 일이나 하자고 굳건히 맘 먹었건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외출을 안 하다 보니 세탁할 일도 줄고, 집안의 온갖 서랍장을 이미 다 정리를 해버려서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할 일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루 세 번 그저 세 끼 밥이나 준비하는 우울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업무상 중국에 갈 일이 많은 남편은 그야말로 발이 묶인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그저 컴퓨터만 들여다 보는 원치 않은 재택근무에 발만 동동 구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경제적 충격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며 살아도 다달이 들어가는 돈은 왜 그리 큰지 알 수가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나날이 높아지는 건 엥겔지수뿐이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가져가 버린 코로나19가 빨리 물러가기를 원하는 마음뿐이다.

태그:#코로나 19, #코로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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