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황금어장>의 한 코너로 시작했던 <라디오스타>는 2018년 <무한도전>이 폐지되면서 현존하는 MBC의 최장수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2010년에는 게스트로 비를 섭외하고도 <무릎팍도사>에 '국민요정' 김연아가 출연하는 바람에 '5분 방송'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수요일 밤을 책임지는 MBC의 간판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라디오스타>는 스튜디오에서 토크로만 시간을 채우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라디오스타>를 통해 스타로 거듭난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초창기에 출연했던 부활의 김태원은 이승철과의 불화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으면서 훗날 <남자의 자격>을 통해 '국민할매'로 등극했다. 소위 '나래바'로 불리는 집안 분위기와 동료개그맨 양세찬을 향한 짝사랑을 솔직하게 고백한 박나래도 <라디오스타> 출연을 계기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는 급기야 작년 MBC <연예대상>에서는 '유느님' 유재석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부분의 방송인들이 화제성 높은 지상파 토크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 하지만 김태원이나 박나래 같은 스타가 자주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입담부족으로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하는 출연자도 있고 <라디오스타> 특유의 분위기에 섞이지 못하는 출연자도 있다. 18일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지만 임하룡, 양동근 같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크게 돋보이지 못했던 기상캐스터 김민아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온라인을 집어 삼킨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유튜브 스타
 
 기상캐스터로 활동할 때 김민아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긴다.

기상캐스터로 활동할 때 김민아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긴다. ⓒ jtbc 화면 캡처

 
경인교육 대학교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한 김민아는 아시아나 항공의 국제선승무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김민아는 항공사 재직 당시 우수직원으로 뽑힐 정도로 일을 잘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6개월 만에 퇴사했다.

항공사를 나온 후 유선방송회사 딜라이브(현C&M)에서 활동하던 김민아는 2015년 JTBC 기상캐스터 시험에 합격해 현재까지 아침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JTBC에서 주로 장성규와 콤비를 이뤄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김민아는 작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리포터로 활약하면서 활동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기상캐스터이자 게임리포터'였던 김민아의 이미지는 작년 7월 유튜브 채널 Loud G에서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왜냐맨>에 출연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전 프로게이머이자 LOL 감독 겸 해설자인 동갑내기 장민철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을 완전히 내려 놓은 김민아는 지금까지 그 어떤 여성 예능인도 보여준 적이 없는 끼를 발산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사실상 <왜냐맨>을 먹여 살린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왜냐맨>의 인기와 함께 김민아는 유튜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스타가 됐다. 시청자들은 김민아가 등장할 때마다 "누나 나 죽어"(김민아가 좋아서 죽겠다는 인터넷 유행어)라는 댓글로 채팅창을 도배했고 평소에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유튜브 채널들도 김민아가 다녀가면 차원이 다른 조회수를 기록하곤 했다. 높아진 인기만큼 스케줄이 많아졌음에도 김민아는 기상캐스터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성실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아는 지난 1월부터 38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최고의 인기 예능채널 <워크맨>에 '파트타임'으로 출연하고 있다. 김민아의 첫 출연 영상이었던 찜질방 알바편이 무려 940만의 조회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원조 워크맨' 장성규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들은 "장성규가 선 넘는 캐릭터라면 김민아는 선 없는 캐릭터"라며 예능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김민아의 신선한 매력에 열광하고 있다.

대선배들 앞에서 자신의 매력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김민아
 
 김민아가 <라디오스타>에서 선보인 '아무노래 첼린지' 댄스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김민아가 <라디오스타>에서 선보인 '아무노래 첼린지' 댄스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 MBC 화면캡처

 
김민아는 1년도 안 되는 빠른 시간 안에 유튜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 예능인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언제나 신선한 얼굴의 등장을 갈망하는 기존 방송국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유튜브 최고의 스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었다. 김민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상파를 비롯한 기존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유튜브에서 보여준 만큼의 재미를 뽑아내진 못하고 있다.

SBS <배성재의 텐>을 비롯해 MBC <굿모닝 FM>, <정오의 희망곡>, KBS <뮤직쇼>, <FM대행진> 등 라디오에 출연할 때만 해도 '얌전한 김민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지난 9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의 김민아는 유튜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나미친', '민아치'의 이미지와는 크게 달랐다(실제로 김민아는 이수근, 서장훈 같은 대선배들에게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김민아는 많은 예능 신인들의 등용문이었던 <라디오스타>에서도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 함께 출연한 임하룡과 양동근의 연예인 경력이 도합 72년에 달하는 터라 김민아가 감히 선배들의 말을 끊거나 막으면서 특유의 '선 없는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튜브 방송 환경에 익숙한 김구라가 김민아의 끼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김민아는 <라디오스타>라는 인기 프로그램에서 예능인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입장은 아니다. 김민아는 굳이 기존 방송 진출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이미 유튜브에서 서로 모셔 가려는 대스타이기 때문이다.

소속사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던 김민아는 18일 SM C&C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같은 최고의 예능인들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혼자 활동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속사의 엄청난 지원과 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김민아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기존 방송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특유의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유튜브가 낯선 시청자들도 분명 김민아의 진가를 알아볼 것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안에서 자신의 세상을 만난 듯 마구 날뛰는 김민아는 기존 프로그램을 가면 한층 얌전해진다.

유튜브 안에서 자신의 세상을 만난 듯 마구 날뛰는 김민아는 기존 프로그램을 가면 한층 얌전해진다. ⓒ LOUD G 화면캡처

 
덧붙이는 글 지상파 출연서 두각 보이지 못해...
김민아 코리안코커 유튜브 포식자 라디오 스타 무엇이든 물어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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