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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회원제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입구에 세워진 두 개의 안내문. 사회적 거리두기와 기침 예절 등을 강조하면서 위생용품 등 품절된 제품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회원제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입구에 세워진 두 개의 안내문. 사회적 거리두기와 기침 예절 등을 강조하면서 위생용품 등 품절된 제품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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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9일 오전 6시 31분]

상황이 역전되었다. 한 달 전만 해도 늘어나는 한국의 확진자들을 보며 멀리 미국에서 안타까워했다면,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감염원을 하나하나 추적해 찾아내고 마는 한국의 의료체계를 감탄하고만 있었는데, 늘어나는 미국 내 확진자들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얼마 전부터 텍사스주에도 물과 휴지 사재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인 마켓에 쌀이 동나고 있다. 손 소독제는 '재고 없음' 표시가 붙기 시작했고 최근엔 매장마다 키친타월, 청소용 소독제가 자취를 감췄다. 대형할인매장 코스트코는 매장에 따라 휴지와 물을 1인 2개로, 샘스클럽은 여성용 생리대를 1인 2개로 구매에 제한을 걸었다.

무서운 것은 미국인들의 사재기가 생활용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과 총알을 구입하고 있다. 한 미국 경찰은 "요즘 왜 아시안들이 총기를 많이 사가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는 총기 판매상의 말을 전해주었다. 바이러스와도, 인종 혐오와도 싸워야 하는 동양인이 늘었다는 뜻일까? 피부색과 상관없이 폭동을 막으려 산 총이 폭동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미국에 있는 전염병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16일 북텍사스대학교 이준학 교수를 만났다. 광우병,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 인터뷰다. 지난 두 번은 힘차게 악수를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참, 악수는 안 되는데."

"한국은 교육 수준 높아 정보 받으면 금방 수용하고 조심, 하지만 다른 나라는..."
 
 미국 북텍사스대학교 헬스사이언스센터 이준학 교수
 미국 북텍사스대학교 헬스사이언스센터 이준학 교수
ⓒ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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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의 약력을 소개해달라.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군연구소에서 유행성출혈열을 다루며 근무했다. 미국으로 건너와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애틀랜타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하고 버밍엄주에서 풍토병을 연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말라리아를 연구했고 뉴욕주 보건성 전염병부 선임연구원으로 있었다.

이후 이곳 텍사스주에서는 북텍사스대학교(UNT) 헬스사이언스센터 교수로 16년째 재임 중이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연구하는데 모기 안의 바이러스를 채취하여 분석 후 포트워스시에 조언을 해주고 있다."

- 코로나19가 기존의 바이러스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DNA 시퀀스(서열)를 비교해 볼 때 사스(SARS)와 비슷하다. 다만 사스보다는 전파력이 더 강한데 바이러스가 빨리 변이되고 있다. 중국을 진원지로 보는 것은 중국에서 최초로 발병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우한은 큰 도시인데 왜 그곳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원래 내가 하는 연구는 도시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공격적으로 추적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바이러스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 원천을 줄이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특징은 증상이 나타나고서야 전염이 되는데 이번 코로나19는 잠복기에도 병을 옮기는 것 같아 특히 무섭다. 그래서 그만큼 빨리 진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초기에는 몸속에 유입되는 바이러스양이 적어 버틴다지만, 나중에 다량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게 되면 힘들어진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정보를 받으면 금방 수용하고 조심한다. 다른 나라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이곳 미국만 해도 단순하게 그냥 폐쇄하고 말아버린다. 그렇지만 함께 사는 것을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다행히 그런 부분에 토론이 많이 되고 시민의 이해도 높은 듯하다. 물론 끝이 아니라 진행 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CDC를 비롯한 미국 연구소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환경, 보건에 관련 예산이 줄고 있다. CDC 내년 예산도 16% 줄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스러워하던 차에 이런 일이 생겼다. 연구개발은 안 되고 예산은 없다. 현재 UNT도 생물통계과(Bio-Statistics)에서는 모두 나가고 나 하나 남아 있다. 그나마 나도 시에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펀딩을 해 내 월급이나마 가져오기에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도 없고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도 없어 소수로 꾸려가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더하다."

"거리두기가 필수"
 
 미국 상점들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안내판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상점들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안내판이 등장하고 있다.
ⓒ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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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염원 추적 능력이 떨어진다. 이탈리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았나. 의료시스템에 돈을 쏟지 못하고 붕괴한 것이다. 현지 의사가 영국이나 독일 등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유럽의 다른 나라로 이민 가고 그 자리를 동유럽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채우고 있어 인력난에 허덕인다. 게다가 환자수용능력도 떨어진다. 격리공간을 유지하는 것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한국도 예전 메르스 때 수용공간이 없어서 거점 병원을 만들고 그랬다."

- 영국은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며 확산을 늦추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자본주의 시스템이 원래 그렇다. 병원이 돈을 버는 쪽으로만 운영되니 어쩔 수 없다. 노약자가 먼저 사망할 것이다. 장례식에 참석해도 위험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80세 이상은 바깥출입을 하지 말라고 하지 않나. 이런 상황이 오면 늘 각자도생이다. 돈이 없고 처리능력이 떨어지면 가게 문을 닫고 사재기가 벌어지고 패닉이 온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총을 구입한다. 늘 그래왔다."

- 마스크를 사용한 예방법에 대한 의견은?
"마스크가 해결책은 아니다. 모든 바이러스를 걸러내려면 헤파필터와 배터리가 장착된 우주복 같은 특수복을 입어야 한다. 특수복이 아니면 바이러스는 침투하게 되어 있다. 사람이 기침을 하면 침방울과 바이러스가 같이 붙어 있게 되는데 0.12마이크론 정도로 큰 편이다. 바이러스는 습기와 함께 있으면 오래 간다.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붙잡아 놓는 용도이지 막지는 못한다.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다. 상점에서도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2미터 정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8시간을 타인과 함께 있다고 봤을 때 6피트(약 2미터) 정도 떨어지면 감염률이 10% 정도로 떨어진다. 9피트(약 3미터) 떨어지면 거의 0에 가깝다. 3피트(약 1미터) 정도만 되어도 감염률이 크게 떨어진다."

- 기온이 높아지면 자연히 바이러스도 활동이 떨어진다는 의견은?
"일반 감기와 예전 코로나 감기의 사례를 가지고 추정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는 아직 데이터가 없는 신종이라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서로 규칙을 따라야 진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바이러스와 사람이 서로에게 적응해야 할 문제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19도 감기처럼 되는 것이다. 그때 되면 백신도 나올 것으로 본다.

백신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아울러 투약 후 효과를 인정받아야 하면서도 안전해야 한다. 백신은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부작용이 있다. 일본뇌염 백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지만 부작용이 따른다. 백신을 맞고 드문 확률로 사망자가 생기기도 한다."

"감염률 떨어지더라도 길게 갈 것"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매장 사용을 막기 위해 의자를 모두 치운 채 테이블 위에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올려놓았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코로나19의 여파로 매장 사용을 막기 위해 의자를 모두 치운 채 테이블 위에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올려놓았다.
ⓒ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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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나?
"피크(정점)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제 시작해서 알 수 없다. 감염률은 떨어지더라도 길게 갈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 메르스와 사스는 왜 소멸했는가?
"알 수 없다. 백신이 나오기 전에 사라졌다. 이번 코로나19도 그렇게 생각하고 아무런 준비도 없다가 이렇게 당한 것이다."

- 이 사태로 미국 내에서 바이러스 관련 예산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미국은 약과 백신을 만들어 파는 예산을 우선으로 한다.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약도 미국 자산화시켜 돈을 번다. 그게 미국의 방식이다. 그래서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은 결코 삭감되지 않는다. 수익을 창출해 내지 못하면 예산이 생기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학교에서 날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다(웃음)."

- 이렇듯 동물에서 넘어오는 바이러스 사례가 많은가?
"원래 동물에게만 있다가 갑자기 어떤 계기로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높다. 그러다 단계를 거쳐 퍼지다 보면 사람에게 적응하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예전에는 여행도 제한적이었고 소규모 공동체로 살았기에 그나마 확대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므로 그야말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환경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자연환경에 인간이 자꾸 들어가니까 바이러스 노출 확률도 높아진다."

- 희망적인 내용은 없는가? 
"코로나19가 의외로 어려운 병은 아니다. 정확하게 조사를 못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적극적으로 검사하는 한국 데이터를 보면, 사실 치사율이 1% 내외로 그리 많이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는다. 너무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고 건강하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다만, 내가 감염원이 되어 다른 노약자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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