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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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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건의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17일 국무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느린 대응으로 인해 재난기본소득 도입의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기본소득이란 전염병 등 재난으로부터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해 국가가 모든 개인에게 소득을 주는 것이다. '기본소득'이기 때문에 재산의 많고 적음, 경제활동 여부 등과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

폴 크루그먼과 루비니, 맨큐도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가동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서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전례없는 상황이므로 대책도 전례가 없어야 한다"라며 "지금의 비상국면을 타계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제약도 뛰어넘어야 한다.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상"이라는 단어를 14번이나 사용했고, '전례가 없는 대책 마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점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8일 '전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 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에 공감했다. 이보다 앞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재난극복수당'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 제안들이 나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각)은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각)에는 케인즈학파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도 "모든 미국 내 거주자에게 1000달러(약 12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이 경기침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재정정책이 될 수 있다"라며 재난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심지어 <맨큐 경제학> 교과서로 유명한 미국의 보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조차도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각) "모든 국민에게 1000달러의 수표를 가능한 빨리 보내자"라고 제안했다.

수도권 공동방역 대책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건의했지만

그런 가운데 전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공동방역 대책회의'에서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지사는 각각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실업급여 등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대한 '재난긴급생활비'(4조8000억 원 추산)과 전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에도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예산이 상당히 담겨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라며 "어떤 형태로라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중요하다"라고만 답변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을 취약계층 5만 명에게 각각 52만7000원씩 지급하는 전주시와 전년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줄어든 3만3000여 소상공인에게 평균 200만 원의 긴급생계비를 지급하는 화성시의 사례를 들면서 지자체의 노력만 강조했다.

다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기본소득 개념을 담은 여러 가지 유형의 지원 방안에 대해 오늘 결론을 내지 않았다"라면서도 "대신 정부와 지자체 간에 향후 논의할 과제로 남겨 두고 토론 가능성은 열어놓았다"라고 전해 재난기본소득 논의의 여지는 남겨두었다.

"재난에 의한 고통이 불평등한 고통이 되지 않도록..."

그런 점에서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될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난기본소득 논의와 관련한) 구체적 일정 나와 있진 않다"라며 "앞으로 (코로나19 극복) 대책을 마련해가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 같다"라고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정책 우선순위를 언급했다. 가장 힘든 사람에게 먼저 힘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라며 "이렇게 강조한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이 나올 것이다. 이 부분을 주목해 달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며 "가장 힘든 사람들에게 먼저 힘이 돼야 한다. 취약한 개인과 기업이 이 상황을 견디고 버텨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과 노동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우선 지원을 강조했다(관련 기사 : 문 대통령, 곧바로 '비상경제회의' 가동한다).

이 관계자는 "재난이 사회적 약자의 몫이 된다는 뉴스를 많이 봤다"라며 "재난은 누구에게나 고통인데 문재인 정부는 재난에 의한 고통이 불평등한 고통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도 공식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다만 그 제안이 나온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청와대 "재난기본소득 도입, 검토하고 있지 않다").

태그:#재난기본소득, #문재인, #이재명, #박원순, #수도권 공동방역 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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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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