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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수축사회'로 바뀌고 있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축사회가 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사회 갈등이 격화되면서 제로섬게임이 심화된다. 늦어도 5년 이내에 수축사회가 본격화되고, 이런 현상은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에 전략공천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에 전략공천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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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인 홍성국(58) 혜안리서치 대표는 지난 2018년 가을에 쓴 책 <수축사회>에서 이런 전망을 내놨다. 책을 내놓은 뒤 그는 지난해에만 150여 차례의 강연회에 불려나갔다고 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자리에 그를 불렀고,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조찬 세미나에서 그를 찾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박원순 서울시장도 각종 인터뷰와 연설에서 '수축사회' 개념을 차용해서 세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숨 가쁘게 뛰어왔던 한 해를 보내자마자 올해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지 한 달 만에 21대 총선 전략공천(세종갑)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행로는 아니었기에 그 자신도 이런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눈치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정치에 나선 포부를 들어봤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수축사회'가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책을 많이 읽고, 정부 정책에도 인식이 많이 반영됐다고 본다. '수축사회'가 사람들이 아는 상식과 현실의 부조화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줬다고 자부한다.  

원래는 총선 이후 대선까지 우리 사회를 조망하는 <수축사회> 속편을 쓸 생각을 했었다. 글쓰기 진도가 잘 안 나가던 차에 조찬 세미나에서 만난 최재성, 윤호중 등 여당 의원들의 인재영입 제의를 받게 됐다. 미적대다가 연초에 이해찬 대표를 만나고 나서 결심을 굳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에 전략공천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에 전략공천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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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강연 연락이 없었나?
"나는 정파를 구분해서 조언하는 사람은 아니다. 미래통합당이 내 의견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분들 모임에도 가서 할 말을 했을 것이다. 누구든 내 얘기를 듣고 사회를 바꾸길 바라기 때문이다.

날고 기는 페이스북 글쟁이들을 봐라. 이 세상에 남다른 통찰력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런 게 성과로 쌓이지 못하고 자기만족으로 끝나버린다. 수축사회의 도래는 피할 수 없고,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나서보기로 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8년 전 신설된 이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재선한 지역구로, 올해 선거구 분할로 갑과 을로 나뉘어졌다. 분구가 되기 전 세종시의 50세 미만 인구 비중(73.1%)은 경기 수원영통구(74.3%), 경기 화성시(73.4%)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에 속한다. 홍 후보는 세종시 안에서도 중앙부처 공무원 등 젊은 유입인구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갑구에 출마한다.

홍 후보는 지역구에 대해 "분당과 일산, 중동, 평촌 등 서울 주변에 형성된 4대 신도시를 넘어서는 완벽한 계획도시"라고 규정했다. 4대 신도시는 대체로 베드타운으로 전락했지만, 세종시는 중앙행정기관들을 품고 있어서 자족 기능을 갖춘, 거의 유일한 사례라는 얘기다.

"세종시는 수도권 젊은 층을 비롯해서 각 도마다 유입 인구들이 많아서 굉장히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해찬 대표도 본인 지역구라서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공천 다음날 찾아가서 인사 드렸더니 첫 출마자의 마음가짐부터 지역 특성까지 도움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홍 후보는 "세종시는 정부종합청사와 아파트, 도로 등 하드웨어는 잘 갖춰지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방향으로 도시를 다듬어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완성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지금은 시민들이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 바깥으로 나가는데 공연장과 미술관 등등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미래도시'로 가야 한다. 각종 신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되면 관광객과 산업 모두 몰려오게 된다. 현대와 삼성이 오면 좋은 학교도 다 딸려서 오게 마련이다.

서울 집값이 왜 비싼가? 좋은 학교들 다 몰려 있으니 부모들이 지방에서 돈 벌어도 자식은 서울에 보내는 것 아니냐? 정부는 특수목적고를 억제하려고 하는데, 나는 강남의 특목고들을 지방으로 다 옮기자는 쪽이다. 10년, 20년 걸리는 프로젝트지만 이런 식으로 해야 수도권 집중화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기슭에 세우려는 스타트시티, '한국판 우븐(woven)시티'를 만들겠다"며 "한국의 IT 경쟁력으로 그런 걸 세울 만한 입지는 세종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에 전략공천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에 전략공천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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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코로나19'발 경제위기와 관련해선 수축사회의 도래를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진화론 중에서 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 theory)이라는 게 있다. 진화가 찰스 다윈의 이론처럼 완만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자연재해 같은 갑작스런 현상에 의해 일거에 이뤄진다는 학설이다. 코로나19가 이런 작용을 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된다. 5년 후에 '100'이라는 수치의 어려움이 예상됐다면 코로나19로 인해 20, 30 정도의 고통을 먼저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전세계가 비교적 잘 막아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려움이 닥칠 거라는 예상에는 변함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본질은 부채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각국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돈 많이 찍어내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팬데믹(세계 대유행)까지 왔는데, 이게 가라앉는다고 경기가 바로 돌아올까?

내수는 이미 많이 깨졌다. 졸업식에 모여서 축하해주는 게 사라지고,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나. 누군가 벌어야 할 돈이 이미 많이 사라진 거다. 지지난주까지는 내수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수출도 어렵다고 한다. 경제는 심리의 문제라서 한번 구렁텅이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굉장히 어렵다. 긴급재난소득도 결국 상황인식의 문제인데, 정말 어렵다면 해야 할 거다."

홍 후보는 "사실 나도 상위 20%에 속하고, 어느 세대보다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과거가 1 대 99의 사회였다면 지금은 20 대 80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예전엔 '유리천정'을 뚫는 게 문제였는데, 지금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려고 해도 떨어질 수 없는 공고한 안전망 '유리바닥'이 형성되고 있다.

계층간 이동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면 우리 사회도 더 발전할 길이 막히게 된다. 윗사람들이 이 유리바닥을 깨줘야 한다. 위기에 대한 선제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정치에 나섰다. 바위 좀 치다가 계란 깨지면 어떤가? 세상에 나왔는데 뭐라도 해봐야지(웃음)."

태그:#홍성국, #수축사회, #세종시, #긴급재난소득,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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