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관련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그동안 입장문 등을 통해 중국인 입국 금지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또 이 문제는 지난 1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온 직후부터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한적 입국금지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 증가추세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0시보다 76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가 100명 이하로 두 자릿수가 된 건 지난달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2월 21일 이후 23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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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 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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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고 있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등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면서 방역당국이 '창문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고 있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황교안 대표의 비유대로 '모기'가 있을 지역에서 집단발병이 먼저 일어났어야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지역은 안산시 원곡동이다. 국내유일의 다문화특구가 있는 이곳은 국내 최대 중국인 밀집지역이다. 지난 1월 말 현재 안산시 인구 70만7186명 가운데 외국인만 5만6627명에 이른다. 특히 원곡동에만 1만9085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해당 청와대 청원글이 게시될 무렵에는 이곳이 가짜뉴스의 소재로 나올 정도였다. 집단 발병의 우려가 무척 높았지만 3월 15일 현재 원곡동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단, 안산시 4번 확진자의 근무지는 원곡동이었다).

혹시 이곳에 체류 중인 중국인 등 외국인에 대한 방역당국의 방역이 소홀해서일까? 아니다. 지난 3월 2일 안산시 공보팀은 "단원구 방역팀에서 원곡동 등에서 중국을 다녀온 분에 대해서는 검역을 완료했다"면서 "원곡동 만남의광장이나 외국인 지원본부가 있는 보건지소에는 비자 없는 분들도 많이 온다, 그쪽에서 열 체크를 하면서 혹시나 증상이 있는 분들은 계속해서 확인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확진자는 15일 현재 안산시 전체로도 4명에 불과하다. 인접한 수원시나 시흥시, 안양시에 비해도 적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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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 또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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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황교안 대표의 주장처럼 중국인 입국 금지를 단행했던 주요 국가들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그의 주장이 틀렸다는 점은 더욱 확연해진다.

먼저 지난 2월 2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각 기준)부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미국은 13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3월 7일 기준 275명에 그쳤던 확진자는 3월 15일 12시 32분 현재 2951명으로 늘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국가 또한 2월 15일 현재 기준으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었다. 그럼에도 영국은 한달여가 흐른 3월 15일 현재 확진자가 1143명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4480명, 독일은 4585명에 이른다.

지난 2월 21일 황교안 대표가 발표한 입장문을 살펴보자.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우한 폐렴 확진자가 156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도 발생하는 등 우한폐렴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경북 국민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전국적으로도 감염 확산 일로이며, 우려했던 지역사회 감염은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중국 전역 방문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즉각 강화하십시오. 이제 더 이상 주저하고 망설여선 안 됩니다. 시진핑 주석 방한 추진이 입국금지 실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이와 반해 같은 날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수본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창문 열어놓고 모기를 잡는 것 같지는 않다. 겨울이라 모기는 없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이들에 대한 입국을 제한 중이다. 지금까지 발생 환자 원인을 보면, 중국에서 들어온 관광객이 감염시킨 부분도 있지만 우리 국민이 감염원이었던 부분도 많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 이를테면 내국인까지 차단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사실인데 특정 국가에 특정한 사람들만 제한하는 것이 방역적 관점에서 옳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 발언들은 2월 말에 나왔다. 이후 20여일이 지난 현재 상황을 놓고 본다면 코로나19를 '우한폐렴'이라 부르면서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했던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을 이미 잃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