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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읽는 분야의 책들이 있는데 공부에 관한 책도 그중 하나다. 비록 수험생도 아니고, 어떤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유 없이 무기력해질 때 한 번씩 이런 책들을 읽으면 삶에 있어서나, 독서에 있어서 항상 어떤 식으로든 자극이 된다.

그런데 책의 제목이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란다. 대단한 필승의 비법을 알고 있는 자의 강한 자신감도 느껴지고, 어영부영할 거면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후자의 느낌이 강하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다짜고짜 '그런데 당신은 지금 그 공부를 왜 꼭 해야 하나요?'라고 묻고 있다.
 
그런데 여러분 공부를 꼭 하셔야 합니까? 능력이나 재능이 많다면 공부는 꼭 안 하셔도 된다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공부가 정답이 아닙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기회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저는 가끔 '만일 공부를 하지 않고 그 에너지를 다른 것에 쏟아부었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공부 안 해도 됩니다. 공부는 다른 거 할 것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46쪽)

어떤 공부든 확실한 동기부여가 중요한데, '이 공부를 내가 왜 하지?'라는 질문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공부 같은 건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철저히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신선하게 와닿았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직업을 선택할 때,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야',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지'와 같은 사회적인 평가를 의식한 동기부여는 나약하기 짝이 없어서 스스로 쉽게 의심하게 되고, 결국 목표 지점까지 밀고 나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오히려 'OO가 되면 돈도 많이 벌고 폼 날 거야' 같은 이유가 나의 원초적인 욕망에 가깝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 이지훈 지음, 위즈덤하우스(2020)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 이지훈 지음, 위즈덤하우스(2020)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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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의 저자 이지훈은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 법학과로 편입해 8개월 만에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으나 그 해(2003년) 초유의 행정법 대량 과락 사태로 아쉽게 사법시험 2차에 실패한 뒤 다시 도전하여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하고서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이어져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국비유학생 시험을 치러 합격해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유학하였으며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14년간 군법무관으로 봉직한 후 2019년 7월, 서울에서 '아는 변호사 이지훈 사무소'와 '군인권 교육센터 디펜더스'를 설립하였으며, 유튜브 '아는 변호사' 채널을 운영하며 8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7가지 스킬(동기, 환경, 시간, 정리, 체력, 멘탈, 고독)은 언뜻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원래 '비법'이라는 게 다 그렇듯,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든 것 아니겠는가. 공부머리를 타고난 사람들이야 이런 책을 읽을 필요도 없겠지만, 평범하디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비법 전서' 같은 책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시험공부는 성실함과 7가지 스킬로 하는 것입니다. 이 7가지만 잘 갖추고 있으면 여러분은 대한민국에서 시행되는 그 어떤 시험도 무난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해서 이 7가지 스킬을 모두 구비하고 있고 각 스킬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마음 편하게 포기해도 됩니다. 이제 그만 공부 포기하십시오. 더 이상의 시도는 필요 없습니다. (20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예를 들면 '공부를 하기 위한 절대시간을 확보하는 방법', '주말과 명절 연휴 활용법', '내 책 단권화하는 법', '색깔 펜 사용법', '수험생을 위한 운동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일러 주고 있다. 특히 모든 수험생들의 필수 과정, 여러 권의 교재를 한 권에 정리하는 '단권화'에 대한 부분은, 뭐 그런 것까지 알려주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도 그 못지않은 분량을 할애해, 지치기 쉬운 수험생들의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준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나의 고3 수험생 시절과 그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내가 그래서 안 된 거였구나.' 

일단 나는 공부의 첫 단계, '동기부여'부터 잘못되었다. 고3 때 수능을 준비하면서도 나는 목표가 분명치 않았고, 대학도 부모님이 정해준 학과를 선택했다. 그렇게 입학한 대학은 당연히 재미가 없었고, 전공 수업에서도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한 학기를 휴학했고,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것도 그때는 공무원 시험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보지 않은 사람 찾기가 더 드물 정도로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대단히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해서 막연히 안정적인 직업이니까, 부모님이 원하시니까 등의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갖다 대며 그것을 '동기' 삼아 6개월간 공부를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욕망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부실한 동기를 갖고 공부를 하는 동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던 건 당연했고 끊임없이 '이게 될까',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의심과 걱정이 들어 내내 불안하고 우울했다. 학원도 다녀보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보다가 결국 6개월 만에 포기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쯤에서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길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중요한 시기를 허송세월하며 나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까지 더 불행하게 만들기만 했을 것이다. 그때 내 주변엔 나와 비슷한 이유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해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로 허송세월 하던 친구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때에도 알았더라면, 공무원 시험 같은 걸 준비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의미 있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나는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는 학문으로서의 공부에 더 관심이 있지만, 인생은 길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니 언젠가 다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에는 이 책에서 배운 가르침을 길잡이로 삼아 다시는 그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지훈 변호사가 쓴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는 긴 방학을 보내고 이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학생뿐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려는 이들도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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