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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강릉선KTX 탈선 사고 이후 감사원은 2019년 9월 10일 ‘철도안전 관리실태’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 해당 사고와 아무 상관없는 감시카메라 설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12일 국토부는 원래의 의도대로 시행규칙의 예외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입법 예고를 했다. 이 예고에는 2019년 11월 국회에서 통과한 감시카메라의 차량정비기지 등까지 확대하는 동법 개정을 반영한, '차량 검수 상황'에 대한 감시카메라 운영도 포함했다.
[기자말]
 
 업무 중 실시간 감시당하게 된다는 것은 정신적 긴장을 한층 높이는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기관사가 SNS를 하느라 사고를 낼 가능성보다는 감시와 처벌에 괴로워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사고를 만들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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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 12. 27.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업장 전자감시로부터 근로자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 결정문에서, "사업장 내 작업상황 및 근로자 행동의 모니터링 또는 감시를 목적으로 한 전자장비의 설치‧운영이 확산되면서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근로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의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사업장에서의 노동자 전자감시의 양상이 매우 다각화‧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서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토부가 주도하고 있는 철도안전법령 개악은 기존의 예외 사유를 삭제하고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으로서, 위 인권위 결정에 정면으로 반함은 물론 인권침해‧위헌 소지가 상당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영상정보처리기기는 공개된 장소에만, 정당한 사유(범죄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교통단속 등)가 있는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내에는 설치가 불가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운전실은 기관사에게는 노동의 장소이지만,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을뿐더러 불가피한 경우 생리현상도 이루어지는 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 안에 감시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여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발상에는, 노동자의 기본권인 인권과 사생활에 대한 고려는 온데간데없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여러 권리와 이익이 상호 충돌하는 상황이 늘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고 대한민국헌법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헌법 제 37조 제2항).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을 적정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침범하는 법률이나 공권력 작용에 대해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잉금지원칙의 네 가지 판단기준 중 핵심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이다. 설령 기본권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침해의 정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제한되는 기본권과 그로써 달성되는 법익 사이에 적정한 균형관계가 인정되어야만 기본권 제한이 정당화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개악 예정인 철도안전법령은, 그로 인해 설치될 감시카메라 아래에서 일해야 할 기관사의 기본권을 최소한의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의 방식으로 침해하고 있다. 기본권 침해 소지가 덜한 다른 대체수단(운전기록장치 등)으로 동일한 목적(철도안전 도모)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예외 없이 모든 운전실에 기관사의 모든 행동을 살필 수 있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감시카메라 설치로 인해 침해되는 기관사의 법익은 중대한 반면, 이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이익은 이미 다른 수단들을 통해 높은 수준으로 담보되어 있는 철도안전이라는 법익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제고시킬 정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률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제도구이다. 한 번 만들어놓으면 개정 전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그렇기 때문에 잘못 제정되었을 때 발생하는 피해도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그 피해를 되담는 것도 어려워 사실상 '사후약방문'에 그칠 뿐이다. 법을 바꾸어 노동자의 머리 위에 감시카메라를 달자는 감사원의 통보와 국토부의 결정에 전국의 기관사들이 끝까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열차 운전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는 철도안전법령의 몇 글자, 몇 문장을 고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개악된 철도안전법령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에게는 천근만근의 무게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조연민(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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