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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영향으로 장중 1,870선까지 떨어지며 급락 출발했다.
 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영향으로 장중 1,870선까지 떨어지며 급락 출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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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한시적 공매도 금지로 가야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공조 없이 우리나라가 공매도 금지를 못한다는 것은 금융위원회의 핑계입니다."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미국, 일본 등은 지난 10년 동안 주가가 2~3배 올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하락했다"며 "미국 증시는 최고가를 경신해 이보다 하락해도 옛날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이어서 (우리나라와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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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지난 10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확대조치를 발표하면서 모든 종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배경으로 "과거(2008년) 공매도 금지조치는 국제공조 하에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등이 당장 공매도 금지에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금융당국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 지수가 1900대로 하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시적으로라도 공매도를 금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빌려서 주식을 판 뒤 이후 이보다 싸게 사들여 이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을 말한다.

"국민 위하지 않은 나쁜 정책"

예를 들어 한국전력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증권사에서 빌려 5만원에 팔고, 며칠 뒤 주가가 3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사들이면 투자자는 2만원을 버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개인보다 기관·외국인들의 공매도 거래가 수월한 구조인데다, 이들에 따라 주가가 변하는 경우도 있어 코로나19 등으로 시장이 불안할 때는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목소리가 계속되자 당국은 비정상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급증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종목에 대해 일정 기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코스피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보다 3배(종전에는 6배) 이상 늘면 과열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그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3개월 동안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10거래일(2주)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실망스럽다", "국민을 위하지 않은 나쁜 정책"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되더라도 기관투자자인 시장조성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되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세력이 노리는 종목이 아니다?

그는 "금융위는 시장조성을 통해 외국인투자자들의 공매도가 어렵다고 하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기관이나 외인이나 마찬가지"라며 "외인도 기관을 통해 공매도가 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경우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어 이를 돕기 위해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기관에서 매수 주문을 내게 되는데, 이 제도를 통해 기관 등의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당국의 이번 방안은 '핀셋 규제'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10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정종목 완화제도는 이미 공매도가 급증해 주가변동이 일어난 종목에 취해지는 조치다, 시장 전체 위험보다는 특정 종목의 위험에 대비하기 좋은 제도"라며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관계자도 "일부 과열종목만 잡겠다는 것인데, 이는 거의 코로나19 테마주인 바이오 관련 종목"이라며 "공매도 세력은 이 같은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대형주들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종목들은 공매도 투기세력이 노리는 종목이 아니다"라며 "공매도나 주식시장 전체로 봤을 때 이번 방안으로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11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약 1624억 원)였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11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약 1624억 원)였다.
ⓒ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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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정책 마련 필요"

실제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11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약 1624억 원)였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업체인 RFHIC(약 45억 원)으로 집계됐다. 모두 일시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쏠린 바이오 종목과는 거리가 먼 종목이었다.

이어 그는 "현재 증시가 불안하니 과열종목에 몰린 개인들이 더 이상 손해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적이지, 공매도와는 전혀 무관한 정책"이라며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못하게 하거나 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해야 한다, 종목을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당국의 이번 조치로 공매도 세력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최근 공매도 거래량이 굉장히 늘었기 때문에 이를 조금 눌러주는 것은 필요하다"며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2주 동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에는 심리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공매도 세력이 앞으로는 자제해야 한다는 위축감을 받을 수 있다"며 "공매도가 심해지면 규제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임 소장은 "공매도가 금융시스템상 필요한 부분도 있어 이를 아예 막는 것은 어렵겠지만, 현재의 조치보다는 조금 더 강한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태그:#공매도, #코스피, #증권,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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