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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방통대 로스쿨과 야간 로스쿨 도입을 발표했다. 또한 방통대 로스쿨은 저렴한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민주당은 11일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을 이유로 야간 로스쿨과 온라인 로스쿨의 도입을 주장했다. 온라인 로스쿨은 방송통신대학교에 100명 정원으로 도입하고 야간 로스쿨은 기존 대학을 대상으로 100명 정원으로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방통대에 설치되는 로스쿨은 현재 등록금을 현행 로스쿨의 반의 반 정도로 저렴하게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방통대에 대한 예산 지원을 병행하고,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입학 기준과 학사, 설치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경력자 및 사회배려자 전형을 운영하도록 하고, 정규 온라인 수업과 동일한 학사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법원, 검찰, 법무법인 등을 협력기관으로 지정해 다른 로스쿨처럼 실무교육도 실시한다. 다만 방통대 로스쿨과 야간 로스쿨에 대한 별도의 시험합격자 정원 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법조인력 양성을 위한 공약을 내고 있다. 로스쿨의 완전한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부터 야간·온라인 로스쿨 도입까지 방향은 제각각이다. 교육 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공정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민주당과 가장 배치되는 로스쿨 공약을 제시한 곳은 국민의당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2월 13일 "부모찬스를 완전히 없애겠다"며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겠다는 대담한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따르면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은 폐지되고 법조인 양성은 사법시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로스쿨 폐지는 안 대표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혁신 방안'의 일부다. 안철수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며 "현 정권은 민주주의 세력도, 촛불정신을 계승한 정권도 아니다. 명백하게 자기편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익추구세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대표의 정부 비판과 로스쿨 제도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은 맥락이 같다. 강경한 발언과 정책을 통해서 '공정' 프레임의 중심에 신설 정당인 국민의당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치고 나간 것이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위원장의 늦은 귀환과 바른미래당 분당 사태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선명성 싸움으로 극복하려 시도했다.

미래통합당 측은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저스티스 리그'위원들은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희망사다리법'의 일환으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공동의장인 정용기 의원 대표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56명의 의원이 함께했다.

해당 법안은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응시자격은 20세 이상의 국민이며, 로스쿨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나 졸업생의 응시는 제한된다.

자유한국당 저스티스리그는 사법시험은 과거 법조인 양성을 위한 희망의 계층사다리 역할을 해온 것에 반해, 로스쿨 제도는 입학자격을 학사학위자로 제한하고 있고 전형이 불투명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를 예비시험 도입의 근거로 들었다.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옛 바른미래당 출신 오신환 의원(관악을)의 예비시험 도입을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각 당의 공약은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의 공약은 시험 합격자 배정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직장 등의 이유로 로스쿨 진학이 어려운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방통대, 야간 로스쿨의 취지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야간·온라인 로스쿨 학생들의 경우 일반 로스쿨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에 비해 학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야간·온라인 로스쿨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저조할 경우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조정은 변호사 업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폐지론은 지나치게 급진적이다. 로스쿨 제도는 10년간 운영되었고 로스쿨생들은 사회 각계의 변호사로 진출해 있다. 폐지 예고 시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부생들이 심각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로스쿨 인가 대학에는 법과 대학이 폐지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제도를 대대적으로 재건해야 한다.

미래통합당의 공약인 예비시험 제도 도입은 자칫하면 로스쿨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각 당이 로스쿨 제도에 손을 대려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민주당은 청년들의 민심 이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뒤늦은 복귀로 인해 적극적인 이슈 선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은 본인의 지역구가 옛 고시촌 지역인 서울 관악을이다. 

궁극적으로 정치권에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관련 법안이 계속 제출되고 교육 제도의 수정이 논의되는 이유는 하나다. 교육 제도 개혁에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공정과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주장, 정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쟁에 이미 학교에 재학 중인 로스쿨 학생이나 법률 소비자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또한 매번 다양한 법안이 제출만 되었다가 별다른 논의 없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민주당의 방통대 로스쿨 공약도 구체적 집행까지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민주당, #국민의당, #안철수, #로스쿨, #방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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