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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대창약국
 군산 대창약국
ⓒ 김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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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약국에서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다. 매번 마스크 구입에 실패해오던 내게 조금의 희망이 보였다.

드디어 내가 구입할 수 있는 날인 수요일(11일). 오전 9시 약국에 도착했다. 번호표나 대기 줄은 보이지 않았다. '공적 마스크 취급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어쩐지... 내가 이렇게 쉽게 마스크를 구하게 될 리가 없지'하는 체념이 일었다.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마스크..."
"이쪽으로 오세요."


이럴수가.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나니 마스크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두 장에 3천 원. '한 장에 천오백 원이구나' 하면서 마스크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약사님이 물었다.

"줄 안 서도 되니까 편하죠?"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내 얼굴에 '마스크 부족'이라고 쓰여 있나 보다.

"맞아요. 약사님도 고생 많으시죠?"
"5부제 시행하고부터는 한시름 놓았어요. 지난주에는 문의 전화가 1시간에 30통씩 걸려오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거든요."


약사님은 좁은 약국이 마스크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득 차고,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연신 문을 여닫는 등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마스크를 못 구해서 애가 탔지만, 판매처에서 응대하는 분들의 고생도 말이 아니었을 것 같았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 수 있을까 해서 물어봤다.

'마스크 5부제'는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어제와 그저께는 마스크가 부족하지는 않았나요?"
"지금 드린 것이 어제 남은 수량이에요. 약국마다 상황이 다른데, 품절됐다는 곳도 있지만, 조금씩 남은 곳도 있더라고요."
"그동안 몸살은 안 나셨어요?"
"위급상황이니까 감수해야죠. 마스크 5부제로 개선된 점도 있는데, 언론에서는 잘못된 것만 지적하니까 힘이 빠지네요."


마스크 5부제를 앞두고 택배사 직원들은 오전 3시부터 분류작업을 했다고 했다. 군산에 있는 130개 약국이 개점하는 시각에 맞춰 배송하기 위해서였다. 배송이 완료되면 약국은 마스크를 판매하기 편하도록 준비하고 손님들을 기다린다고 약사님이 말했다.
  
나같이 느린 사람에게는 마스크 5부제가 반갑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뒤로 나는 매번 마스크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당장 내가 쓸 것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이었다. 대구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마트와 약국을 찾아다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단 한 장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약국에 갈 때마다 매진이어서 도통 살 수가 없었다.

마스크를 온라인에서조차 구할 수 없을 때는 나 자신을 비난하고 싶어졌다. 주위에서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행동이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반칙이고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싶었다.

그래도 드디어 마스크 두 장을 살 수 있게 됐으니 그간의 불안과 답답함이 조금은 풀린다. 무엇보다도 마스크 수급을 위해 고생하는 분들의 노고를 알게 된 것이 오늘의 교훈이라면 교훈일 수 있겠다.

"시민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김재성 약사님의 마지막 말이었다.

태그:#마스크5부제, #약사, #택배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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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원밥 18년에 폐업한 뒤로 매일 나물을 무치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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