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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초 긴급돌봄교실 복도현관.
 서울A초 긴급돌봄교실 복도현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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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마스크를 낀 아이들 세 명이 복도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다. 코로나19 휴업에 따른 긴급돌봄에 참여한 아이들이다. 9일 오후 4시 40분쯤 서울 A초등학교 본관 뒤 건물 1층에 있는 돌봄교실의 쉬는 시간 풍경이다. 이날은 긴급돌봄 종료 시각이 오후 5시에서 7시로 늘어난 첫날이다.
  
이 학교 돌봄교실 복도 현관문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안전이 담보되는 환경에서 긴급돌봄을 운영합니다."
 
교실 안에서는 역시 마스크를 낀 전일제 전담사와 시간제 전담사 등 직원 3명이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도 번갈아가며 긴급돌봄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돌봄시간 늘어나니 서울 초등학생 2016명 급증
 
서울A초 긴급돌봄교실 복도현관.
 서울A초 긴급돌봄교실 복도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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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학생 수 500명 규모인 이 학교의 이날 긴급돌봄 참여 학생은 모두 14명. 오후 7시까지 돌봄이 연장된 뒤 이날 2명이 새로 들어왔다. 이 학교에서 오후 5시 이후 야간 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은 1명이다.
 
이 학교처럼 긴급돌봄에 나선 서울지역 초등학교는 9일 기준 579개교(운영 학급수 1484개)다. 참여한 학생 인원은 모두 7073명이다. 이 인원은 지난주 금요일인 6일 기준 5057명보다 2016명 급증한 수치다.
 
이렇게 수치가 늘어난 까닭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을 일주일간 집에서 돌보던 학부모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된 것과 돌봄시간 2시간 연장이 영향을 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지난 6일 오전에 연 사회관계장관회의는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지역 돌봄 시설에서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고 있는 돌봄 시간을 저녁 7시까지 연장운영 한다"고 결정했다. 또 "도시락을 준비하는 학부모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의 중식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중식 제공 여부 결정을 학교 자율에 맡겼다. 실제로 A초 긴급돌봄 참여 학생들은 학교에서 중식을 주지 않아 여전히 도시락을 갖고 왔다.
 
또한 전북도교육청은 긴급돌봄 운영 시각을 여전히 오후 5시로 유지했다. 이 교육청은 전북지역 초등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야간 돌봄에 따른 학생 안전문제, 돌봄 인력 문제, 아동 정서상의 문제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의 긴급돌봄 시간 연장 등에 대해 일부 교육청과 일부 교직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사회관계장관회의 이틀 전인 지난 4일 교육부 국장 주관으로 17개 시도교육청 관련부서장 영상회의가 비공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 국장은 긴급돌봄 오후 7시 연장 방안을 제시했지만, 동의하는 교육청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여러 교육청에서 강력 반발했다. 상황이 급해진 교육부는 사회장관회의 하루 전인 지난 5일에도 차관 주재로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영상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이 자리에서 두 교육청이 강력 반발하고, 나머지 상당수의 교육청도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처럼 긴급돌봄 시간 연장 방안은 교육청이 동의하지 않은 채 교육부가 강력 설득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비상상황에서 학생들을 돌봐주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긴급돌봄을 급박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학교 관계자들이 힘든 것은 알지만 직장 일을 오후 6시에 끝마치고 아이를 찾으러 가는 학부모의 상황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학교에 늦게 통보'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일찍 알려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돌봄 연장조치, 갑작스러웠지만...
 
서울A초 긴급돌봄교실 복도에서 바라본 '열매반' 간판.
 서울A초 긴급돌봄교실 복도에서 바라본 "열매반" 간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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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긴급돌봄을 담당하는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A초등학교 관계자는 "비상상황이니 돌봄 시간 연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금요일인 지난 6일 돌봄시간 연장 방안을 언론을 통해 들은 뒤, 나중에 교육청과 학교가 공문을 받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교육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장 돌봄시간을 9일부터 연장한다는 공문을 6일 오후 2시쯤에 받았다"면서 "주말을 빼면 하루 전에 발표해놓고 다음날 연장 방안을 실시하라는 것인데, 교육부가 급할수록 최소한 이틀 이상은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9일 오후 서울A 초등학교의 긴급돌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외부인 접근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이를 하고 있다.
 

태그:#코로나19, #긴급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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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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