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외국인 공적 마스크 구입 시 필요 서류 9일 자로 외국인등록증+건강보험증에서 외국인등록증으로 변경되었다.
▲ 외국인 공적 마스크 구입 시 필요 서류 9일 자로 외국인등록증+건강보험증에서 외국인등록증으로 변경되었다.
ⓒ 국민건강보험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3월 5일 발표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이주민들을 배제하고 있어 방역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공적 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 주민등록증이나 여권과 같은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구매가 가능한 내국인과 달리, 이주민은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함께 제시하도록 발표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주민들의 서류 발급 요구가 빗발치고, 신분증 외에 건강보험증까지 요구하는 부분이 과도하다고 지적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마스크 구입 시 '외국인등록증'만으로도 가능하다고 9일 발표했다.

그러나 '외국인등록증만으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는 건강보험공단의 발표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보험증'이 없어도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에게만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등록증은 물론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되지 않는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이나 미등록 체류자는 구매할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사업자등록 없이 영농 사실 확인만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업체 소속 이주노동자나 단기 방문자 등도 원천적으로 마스크 구매 자격에서 배제된다.

즉, 250만 명의 체류 외국인 중 미등록자 39만 명, 단기 체류자(C3)와 관광통과(B2) 46만 명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있더라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유학생 10만 명, 지역보험료가 비싼 탓에 가입하지 못한 방문 동거와 방문취업자 30여만 명을 포함하면 현실적으로 체류 외국인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살 자격조차 없는 상황이다.   
 
마스크 살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주노동자들   
  
마스크 구매시 '날짜 확인하고 신분증 챙기세요' 정부가 주 1회 1인당 2매 구매 제한과 요일별 구매 5부제 적용 등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약국에서 약사가 신분증을 확인한 후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 마스크 구매시 "날짜 확인하고 신분증 챙기세요" 정부가 주 1회 1인당 2매 구매 제한과 요일별 구매 5부제 적용 등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약국에서 약사가 신분증을 확인한 후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의정부외국인노동자센터 유지호 팀장은 "회사에서 건강보험증을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마스크 사러 갔는데 건강보험증이 없다는 이유로 구매를 거절당한 사례가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 이후에도 일선 현장에서 시정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설령 자격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언어 등의 문제로 구매 정보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으며, 평일에 사업장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이주노동자 특성상 마스크 구매는 녹록지 않다. 공적 마스크 구매 자격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결국 자진 출국을 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주민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전국이주인권단체는 지난 7일 공동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250만 이주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 보다 체계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며 선주민(한국 출신 한국인)과 이주민,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 차별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구매하러 다닐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코로나19 상황이 다국어로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등은 지역사회 방역에 구멍이 생길 여지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학조사에서 한 사람의 동선조차 빠트리지 않고 점검하는 게 중요한데, 전국방역체계에서 이주민을 배제시킬 경우 방역에 허점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정되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는 각종 대책이 속속 법안 발의되고 있다. 인권침해 우려에도 체류 외국인 모니터링 강화를 목적으로 정성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혹시나 모를 모든 감염원 추적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법까지 바꾸려는 국회와 정부가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보완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마스크 구매방식은 보건복지부나 식약처가 아닌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에서 만들어 방역의 기초를 무시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노동력으로만 보는 언론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와 달리 일선 약국은 현재까지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3월 10일 오전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와 달리 일선 약국은 현재까지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3월 10일 오전 현재)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발생 이후 농촌과 건설 현장에서 인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베트남은 지난 7일부터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모든 항공 노선을 중단했다. 그 밖에도 이주노동자 송출을 연기하는 나라들이 속속 생기면서 인력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각 지자체는 농번기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농촌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농어촌의 경우 봄철 한참 바쁠 시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출국까지 늘어나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공적 마스크 구매에 애를 먹는 이주민들이 감염 우려와 구직난으로 출국을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를 인력으로만 보는 시선은 아쉬울 때는 인력 없다고 아우성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일자리를 뺏는다는 등의 낙인과 혐오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 난무하고, 그 차별로 인해 받는 피해는 결국 우리 사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번 코로나19는 역설하고 있다. 차별적인 마스크 수급 대책은 결코 코로나 차단과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주민은 빼고'가 아니라 모두를 포함한 평등한 대책이야말로 코로나19 극복의 지름길이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