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발달장애인. 우리가 안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발달장애인. 우리가 안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 푸른숲

관련사진보기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읽었다. 장애아이를 10년 동안 키우면서 겪은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고 어려운지 몰랐다. 평소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관련된 개인적인 부분부터 복지시설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문제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또 장애아이에 대해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발달장애인을 누구나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는 지적장애인들에 대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알 수 없는 외계어를 내뱉는 것은 말을 못 하는 장애인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예전에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을 볼 때면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지나가는 일상 중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말을 못 하니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또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니 그들의 언행을 이해하게 됐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발달장애인을 무조건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보면 경계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강요할 순 없다. 사실은 나도 신경 쓰일 때가 있기에. 발달장애인의 언행을 보며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장애인이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혼잣말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만큼은 지양해야 한다. 

장애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든 게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작가는 자신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었던 건 장애아이를 위한 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아이의 치료를 위해 여러 시설에 진료를 예약하면 적게는 몇 달, 많게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도 좋아지는 속도가 더딘데 치료조차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받지 못하는 사실 때문에 심적으로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부족한 것은 시설뿐만이 아니다. 구청이나 시청에 가서 장애인복지담당을 하는 공무원에게 문의해보면 관련 규정과 법규에 대해 자세히 아는 공무원이 그리 많지 않아 복지정보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한다. 장애인의 부모가 스스로 공부하고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신의 아이에게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저자에게 막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자에게 상처를 줬던 것은 모르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가끔 위로를 빙자한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에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는 것이다. 걱정돼서 또는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비장애인인 자신의 입장에서 장애 아이 부모에게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이 장애아이의 부모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서 한다는 말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도한 관심이 상대방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간섭하지 말자.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여러 말보다 그냥 말없이 바라봐주는 게 제일 좋은 위로일 수 있다.  

장애인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입니다.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입니다.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권태현

관련사진보기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에 대해 얘기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장애인은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그들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입니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우리도 언제든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말이었다. 예비장애인이라니. 생각해보니 그렇다. 당장 사고가 나서 다리 하나가 없다면, 앞을 보지 못하거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머리를 다쳐 지적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장애인이 된다. 

우리 모두가 예비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다르다는 걸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나와 다른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어야 장애인을 외계인 취급하는 일은 조금은 줄어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서로가 다르지 않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려면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애 아이가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난 속에서 먹고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 차원에서 또는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많다. 여러 사람 중 먼저 도와줘야 할 사람들은 바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단돈 몇만 원이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장애아이가 이유없이 차별받고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움 때문에 부모가 힘들어하는 세상이 없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손가락질할 대상이 아니다.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우선 장애인들을 이유 없이 혐오하는 언행만큼은 삼갔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신체 건강한 사람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이러한 인식이 갖춰진다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서도 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 한국에서 10년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이 겪고 나눈 이야기

류승연 (지은이), 푸른숲(2018)


태그:#발달장애인, #혐오, #사양합니다동네바보형이라는말, #이해, #공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씁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생각과 시선을 글에 담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