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사진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사진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대표로 국회에 입법 발의되었다. 

우선 코로나19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체류 외국인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혹시 모를 감염원 추적 등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이와 관련하여 정성호 의원 발의 법안은 외국인 숙박신고를 법률화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 여권 등 개인정보 기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숙박업소에서 투숙객 현황파악과 모니터링 강화는 역학조사와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입국심사를 받을 때에 출입국신고서를 작성하여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 중 출입국신고서 작성이 면제되는 등록외국인과 단체 관광객은 입국 전에 여권 정보 등을 미리 제공하고 입국하고 있다.

등록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 시 성명, 성별, 생년월일 국적 등의 신상정보와 함께 여권사항, 근무처 및 직위, 본국 주소 및 국내 체류지와 연락처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체관광객 역시 사증발급 신청 시에 국내 관광 일정과 체류지 및 연락처가 상세하게 기재된 사증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단기 방문자는 기내에서 제공하는 출입국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모든 외국인은 입국하면서 체류 예정 숙소를 제시하고 입국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대한민국 법무부 출입국은 외국인등록 및 단체사증 발급 신청 시에 입국신고서에 기재되는 정보보다 훨씬 폭 넓은 정보를 제공받아 외국인체류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2012년부터 외국인 범죄 발생 억제 및 사후 추적·관리라는 명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외교관, 17세 미만 외국인 등 일부 제외)의 지문 및 얼굴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이처럼 조밀하고 체계적인 외국인 감시와 추적 시스템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모든 외국인의 체류 상황을 숙박업소를 통해 다시 신고하게 하는 것은 이중 신고를 강제하는 행위이다.

만약 입국신고서 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하고자 한다면 체류지 및 연락처 등을 허위로 적어 제출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것으로 족하다. 그런데도 입법 이후 6개월부터 시행한다는 정성호 의원 발의 법안은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 단기 체류 외국인이 숙박업자에게 외국인 자신의 인적 사정을 제공하도록 하고, 숙박업자는 숙박외국인의 정보를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하라고 했을 때 벌어질 상황을 예견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위기경보의 발령 또는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따른 테러 경보의 발령 등 법무부령으로 정한 경우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숙박신고를 강제하는 것은 모든 외국인을 잠재적 감염원 혹은 테러리스트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숙박업소를 관리하는 주체는 관광호텔은 문화관광부, 모텔은 보건복지부, 그 밖에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등의 관리 주체가 다양하다. 그런 가운데 역학 조사 주무부처가 아닌 법무부가 외국인 투숙객 명단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인권침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나올 법한 발상이다. 외국인 숙박신고제는 군사정권 시절 경찰이 수시, 임의 검문을 전제로 모든 숙박업소에 투숙객 신상을 자세히 기입하도록 하던 숙박계가 부활하는 셈이다. 각종 인권침해와 물의를 일으켰던 숙박계는 1998년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해 폐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외국인 숙박신고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만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기본권 침해를 낳을 수 있는 초법적인 발상이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숙박계를 적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실상은 방문 혹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손쉽게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요,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에 폭넓게 퍼지고 있는 외국인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차단과 확산 방지를 빙자한 외국인 숙박신고제는 대중의 심리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단기 방문 및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숙박업소 이용객들에 대한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고, 법무부 외국인출입국 권한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부처 이기주의에 기인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외국인 숙박신고제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감염증 예방수칙과 의심 증상 시 대응요령 등에 대한 외국어 안내를 강화하고 의료진 배치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그 주무부처는 질병관리본부와 지역자치단체가 되어야지 외국인 체류 관리와 단속을 목적으로 하는 법무부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외국인 숙박신고제 도입을 시도하는 정부여당이 시민 기본권, 다문화사회, 인권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만일 이를 강행할 경우 정부여당은 피와 투쟁, 촛불로 세워진 이 땅의 민주주의가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며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