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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중국동포 조아무개씨는 8일 새벽 출국했다. 방문취업비자로 재입국한 지 일 년 남짓 지나 체류 기한이 많이 남았지만 코로나19로 언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입국 전 근무하던 단열보온재 제작 회사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중국 국적인 조씨를 제일 먼저 해고했다.

조씨는 고용센터 알선을 여러 차례 받아 봤지만 이미 사람을 구했다는 곳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몇 번 인력사무소를 찾아갔다가 나오지 말라는 손짓에 마음만 상하고 말았다. 외국인 등록증을 들이대며 입국한 지 일 년도 더 지난 사람이라고 해 봐야 소용없었다.

"K국, U국 사람들은 일하러 보내는데 글쎄 나는 중국에서 왔다고 안 받아줘요. 거기 오래 다녔던 중국 사람들도 요즘은 일자리가 없다 해요."

인력사무소는 언제 입국했는지 사실관계는 확인도 하지 않고 중국인을 무조건 피하려는 듯 보였다. 조씨가 인력사무소에서 퇴짜를 맞을 즈음에 코로나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해고 당했다는 또 다른 중국교포가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바이러스 취급 당했다고 했다.

"사람을 두고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어요? 글쎄 나보고 그러더라 말입니다."

그 말 때문에 반장과 한바탕한 그는 해고를 당했다. 서럽고 억울함을 풀 방법이 없다며 하소연하던 그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노동자다.

사실 요즘은 중국 국적자만 기피하는 게 아니다.
 
경고, 외국에서 오신 분 20일 넘어 나오세요. - 소장님 백

지난 1월 말부터 이주노동자쉼터 인근 인력사무소 입구에 적혀 있는 경고문이다.
 
인력사무소 안내문 코로나19 이후 인력사무소 입구에 적힌 안내문
▲ 인력사무소 안내문 코로나19 이후 인력사무소 입구에 적힌 안내문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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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경고, 중국에서 오신 분 나오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외국에서 온 지 20일이 넘지 않았으면 나오지 말라는 말로.

코로나19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직으로 쉼터 이용을 문의하던 한 이주노동자가 던진 첫 마디는 불안이 어떻게 편견을 낳는지 보여주었다.

"거기 중국 사람 많아요?"

머리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편견을 유도할 수 있는 특정 지명을 피하도록 한 원칙에 따라 'COVID-19'로 명명하고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코로나19'로 정했는데,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은 계속 '중국폐렴'이니 '우한폐렴'이니 떠들고 있다.

입국한 지 일 년도 더 된 중국인이라고 말해도 긴말이 필요 없었다. 이처럼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불거진 중국인 혐오, 말하면서도 그게 혐오인 줄 모르고 최선의 예방책으로 착각하는 무지함은 부정확한 정보와 그로 인한 공포에 기인하고 있었다.

출국 결심했지만 더 불안한 이주노동자들
 

쉼터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을 거절하고나면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다. 2월 중순에 검은 마스크를 하고 나타난 두 사람은 사나흘 안에 거처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공간은 부족하고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형편을 설명했다.

전화번호라도 받아둬야 했는데 당장 갈 곳을 찾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서 묻지도 못했다. 그런데 둘이 왔다 간 지 며칠 되지 않아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출국하거나 출국 일정을 잡으면서 쉼터 이용자들 얼굴이 속속 바뀌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농업 분야로 입국했다가 임금을 못 받고 두 달 만에 그만둔 나흐만(가명)과 산재 이후 통원 치료 중에 쉼터에서 지내고 있던 무하마드(가명)가 지난주에 이미 귀국했다. 폰리(가명)는 법무부 재입국 프로그램 문의로 자진출국을 포기했다가 코로나19 이후 출국 결심을 굳히고 표를 구입했다. 소치아(가명)도 못 받은 월급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임금체불확인서를 발급받아 놓고 기다렸지만 출국하기로 했다.

시레(가명)는 불안한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결정이 뒤바뀐다. 자진 출국하겠다고 출입국에 신고해 놓고도 출국을 주저하고 있다. 귀국하면 한 달간 격리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격리 문제로 고민하기는 표를 구입한 조지아(가명)도 마찬가지이다.

"한 달간 집에 가둬놓고 밖에서 못질한다는 말이 있어요."
  
아이의 입술갈림증과 사시교정 수술을 올해는 꼭 하겠다고 계획 중이던 부부 역시 심각하게 출국을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향에서 '한국은 위험하다는데 빨리 돌아오지 않고 뭐하냐'며 귀국을 독려하는 부모님 성화를 견딜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쉼터에 드나드는 사람이 속속 바뀌는 가운데 말도 없이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찾아왔다기보다는 되돌아왔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두 달 전에 쉼터에 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디에서 일했는지를 묻자 그는 "용인에서 (왔다), 택시 3만 원 (주고)"이라고 했다. 두 달 일했는데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실직과 구직을 반복하는 그에게 임금체불이라는 고통까지 더해진 것이다. 요즘 월급을 주지 않는 고용주들의 변명은 한결같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서"라고.

택시비 3만 원을 지급하고 무조건 쉼터에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자로 쉼터 이용을 문의하는 사람도 있다. 철자가 엉망이라도 무슨 말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 사장님 나쁜 사람, 고로나 잇어 월급 백만. 언제 없어 몰라요."

코로나19 때문에 백만 원만 준 사장이 언제 월급을 제대로 줄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이어 그는 "(본국) 가고 싶어요, 고로나 무서워"라고 쓰며 울음 이모티콘을 남겼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스야(가명)였다. 그는 한 달 내내 휴무 없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사장이 코로나를 핑계로 월급을 후려쳐서 귀국하기 전에 쉼터에서 지내고 싶다 했다.

체류자격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실직 중인 이주노동자들은 생활 기반이 없다보니 출국을 서두른다. 막상 출국을 결정해 놓고도 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담 중인 이주노동자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귀국 상담 중인 이주노동자
▲ 상담 중인 이주노동자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귀국 상담 중인 이주노동자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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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부재로 불안한 외국인보호소 구금자들

법무부 출입국은 외국인보호소 입소 전 단계에서 모든 외국인에 대해 체온 측정, 문진 등 감염병 의심증상 유무를 점검하여 보호 여부를 결정하고 있고, 감염병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감염병 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구금 중인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고, 장기 구금과 단기 구금된 이들의 공간을 구분하여 운영함으로 불안감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최근에는 미등록자를 단속하면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지 않고 지역 출입국사무소에서 바로 출국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금 당사자들에게 보호소 밖에서 들리는 한국 소식은 거의 공포에 가깝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미등록이주민 지원활동을 하는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활동가에 따르면, 구금중인 이들이 병원 사정으로 외부 병원 진료가 필요함에도 진료를 못 나가고 오래 기다려야 해서 힘들어하고 있다. 이러한 불편과 불안감은 구금 중에 있는 이들이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있거나 난민 신청을 하고 싶어도 권리구제를 포기하고 출국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아시아의친구들은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일상은 계속된다
 

오늘도 쉼터에는 택배가 들이닥쳤다. '들이닥쳤다'라 함은, 이주노동자들이 주문한 택배가 하루에도 몇 번씩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이용량이 더 많이 늘었다.

택배 기사가 놓고 간 물건을 주문자에게 전달하며 대체 뭘 주문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뭔데 박스가 이렇게 커요?"
"마스크예요. 하나에 만 원 주고 샀어요."


속으로 "이런 도둑놈들" 하는 순간, 택배 포장을 뜯은 이가 만족한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주문한 마스크가 아니었다.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마스크 팩이었다. 하나에 만 원이라고 한 건 소포장 하나에 만 원을 뜻했고, 박스에는 혼자 쓰기에는 많은 양이 들어 있었다. 몇 명이 돈을 모아 산 모양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쉼터에 제법 용량이 큰 손 세정제 두 개를 비치했는데 다음 날 하나가 사라졌다. 사용량이 많은가 보다 하면서도 소비 속도에 놀랐었다. 그런데 며칠 뒤 남자 숙소에서 사라졌던 손 세정제를 발견했다. 고작 코로나 따위에 손 세정제를 욕심내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손 세정제를 가져간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여러 사람이 버튼을 눌러 쓰는 세정제라 불안해서 혼자 쓰려고 했다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손 세정제 여러 사람이 쓰는 걸 꺼림칙해 하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들에게 나눠주기 딱 좋은 크기다.
▲ 손 세정제 여러 사람이 쓰는 걸 꺼림칙해 하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들에게 나눠주기 딱 좋은 크기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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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핑계로 월급을 떼먹고 후려치는 사장이 있는가 하면, 이 시국에 가게를 열어 기꺼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장도 있다. 그는 쉼터 공용으로 놔뒀던 손 세정제를 몰래 챙긴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손 세정제 112개를 다음 날 쉼터로 보내왔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쉼터 특성에 딱 맞는 물건이었다. 

"오죽 불안했으면 남들이 꾹꾹 눌러 쓰는 손 세정제를 같이 쓰는 것마저 꺼림칙해서 그랬겠어요. 어려울 때 같이 도와가며 살아야죠."

염치 불고하고 다른 단체에도 후원해줄 수 있는지를 묻자 그는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대구와 아산, 용인에 있는 세 단체를 추천했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일상은 계속된다. 코로나로 이익을 취하는 나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워도 이웃에 손 내미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라는 낯선 바이러스를 대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견과 차별이 아니다. 이웃을 향한 친절과 연민, 호의와 배려다. 힘들 때 태도가 품격이 되고 인생이 되는 법이다. 과도한 공포와 불안은 위기가 되겠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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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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